삼성의 포수 트레이드는 정말 무산된 것일까.
KIA는 지난해 가을 박동원(LG) 비 FA 다년계약 협상이 여의치 않자 삼성에 포수 트레이드를 타진했다. 카드에 대한 장정석 단장과 김종국 감독의 시선이 약간 달랐지만, 큰 문제는 아니었다. 결과적으로 삼성의 눈 높이가 너무 높아 포기했다.
실제 이번 겨울에 두 팀은 포수 트레이드에 대한 얘기를 다시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으로선 트레이드 파트너가 KIA가 아닌 그 어떤 팀이더라도 눈 높이를 낮출 이유가 없다. 주전 포수 2명(강민호, 김태군)에 최고급 유망주 1명(김재성)이 있다. 삼성으로선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다.
실제 삼성은 내부적으로 주전과 백업의 격차가 거의 없는 포수 3인 체제에 크게 만족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민호의 부활 의지가 충만하며, 김태군이 건재하고, 김재성은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지명타자를 적절히 활용하면서, 부상 이슈, 강민호의 나이에 따른 그래프 하락 등을 감안할 때 이 체제를 무너뜨릴 이유가 전혀 없다.
스프링캠프가 2월에 개막한다. 10개 구단이 계획된 시나리오대로 훈련하고, 시즌을 준비하겠지만, 절대 마음 먹은대로 착착 풀리지 않는다. 생각이 바뀌고, 계획을 수정하면 꼭 KIA가 아니더라도 삼성에 포수 트레이드를 제안하는 팀이 언제든 나올 수 있다.삼성으로선 상대가 제시하는 카드를 보고 선택하면 된다. 쉽게 포수 3인 체제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보이면서, 자연스럽게 내부 결속을 강화하는 효과도 누릴 수 있다. 과거를 돌아봐도 삼성은 주전급 포수들의 공존에 성공했다.
대표적 사례가 진갑용과 김동수, 진갑용과 이지영(키움)이었다. KIA 진갑용 수석코치는 1997년 OB에 입단한 뒤 1999년 삼성 유니폼을 입고 2015년까지 뛰었다. 사실상 삼성 프랜차이즈 스타였다. 진 코치는 2000~2001년 잠시 몸 담은 김동수 SBS스포츠 해설위원과 공존했다. 진 코치는 2000년 114경기서 타율 0.273에 8홈런 59타점, 2001년 89경기서 타율 0.306 2홈런 57타점했다. 김 위원도 2001년 89경기서 타율 0.276 5홈런 30타점으로 괜찮았다. 진 코치가 김 위원을 밀어내고 주전으로 뛰었으나 둘 다 나쁘지 않았다.
진 코치는 2012년부터 본격적으로 1군에 등장한 이지영과도 공존했다. 이지영은 2013년부터 2015년까지 113경기, 99경기, 124경기에 출전해 타율 0.239, 0.278, 0.305를 기록했다. 진 코치는 2013년에 101경기에 출전해 타율 0.271 6홈런 36타점을 기록했으나 이후 이지영에게 주전을 사실상 내줬다. 현역 말년에 잔부상이 많았는데, 이지영이 그 틈을 잘 메우다가 자연스럽게 주전으로 올라섰다.
삼성은 2022-2023 오프시즌에 별 다른 전력 보강이 없다. 그래서 ‘포수왕국’이라는 이점을 확실하게 살릴 필요가 있다. 더구나 김태군이 올 시즌을 마치면 4년 13억원 계약을 마치고 다시 FA 자격을 얻는 변수도 있다. 삼성으로선 트레이드는, 제의를 받아도 빅 카드가 아니라면 신중하게 대응하는 게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