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스턴 터커(33‧샌디에이고)는 KBO리그에서 단맛과 쓴맛을 모두 본 선수로 뽑힌다. 2019년 KIA와 계약한 뒤 좋은 활약을 해 재계약에 성공했고, 2020년 대활약을 펼쳤으나 1년 만에 다른 선수가 됐다.
터커는 KBO리그 첫 풀타임 시즌이었던 2020년 142경기에서 타율 0.306, 32홈런, 113타점의 맹활약을 펼치며 KIA 중심타선을 지켰다. KBO리그를 폭격한 외국인 선수라고 해도 3할-30홈런-100타점을 동시에 달성한 경우가 많지 않은데 터커는 꾸준하게 활약하며 이를 해냈다. 2021년 시즌을 앞두고는 당연히 재계약했다.
그런데 1년 사이에 완전히 다른 선수가 돼 팬들과 구단을 실망시키기도 했다. 터커는 2021년 시즌 초반부터 고전하더니 127경기에서 타율 0.237에 그쳤다. 홈런은 9개, 타점은 59개에 불과했다. 1년 사이에 홈런과 타점, 타율이 모두 폭락한 것이다. 2021년 KBO리그에서 손꼽히는 추락이었다. 당연히라는 맥락이 1년 전과는 너무나도 다른 의미에서 바뀌었다.
터커는 메이저리그 복귀를 추진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다. 지난해는 애틀랜타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했다. 불러주는 팀이 많지 않아 시즌이 시작된 뒤인 4월에야 애틀랜타 트리플A팀에 정착할 수 있었다. 하지만 75경기에서 타율 0.267, OPS(출루율+장타율) 0.773에 그치며 결국 메이저리그 승격에 실패했다.
하지만 올해는 2018년 이후 첫 메이저리그 복귀가 보이고 있다. 샌디에이고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한 터커는 올해 트리플A팀 최고의 타자 중 하나다. 23일(한국시간)까지 31경기에서 타율 0.310, 6홈런, 19타점, OPS 1.052의 폭격 수준의 성적을 보이고 있다.
샌디에이고 산하 트리플A팀인 엘 파소는 퍼시픽 코스트 리그(PCL) 소속이다. PCL은 전통적으로 타고투저 리그다. 그래서 터커의 OPS가 다소 과대평가됐다는 평가는 있다. 하지만 타고투저든 뭐든 OPS 1.000 이상의 성적은 그냥 흘려보내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샌디에이고 외야에 결원이 생기면 터커가 유력한 콜업 후보가 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샌디에이고 외야는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 후안 소토라는 확실한 주전 선수가 있고, 트렌트 그리샴이라는 골드글러브급 수비수가 중앙을 지킨다. 주전 구도는 파고들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희망을 놓기는 이르다. 가뜩이나 샌디에이고가 타격 부진에 빠져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가 복귀하고 후안 소토의 타격감이 올라오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나머지 선수들의 타격은 그렇게 만족스러운 수준이 아니다. 메이저리그 경험도 있고 최근 타격감도 좋은 터커는 샌디에이고가 마이너리그에서 쥐고 있는 하나의 카드가 될 만하다.
2012년 휴스턴의 7라운드(전체 219순위) 지명을 받은 터커는 2015년 휴스턴에서 메이저리그 데뷔의 꿈을 이뤘다. 2015년에는 98경기에서 타율 0.243, 13홈런, 33타점, OPS 0.734라는 나름대로의 좋은 성적을 남기기도 했다. 하지만 2016년부터 타격 성적이 떨어지며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를 오락가락했고, 2018년에는 신시내티와 애틀랜타를 오가며 97경기에 나섰지만 타격 성적은 회복되지 않았다.
만약 올해 어느 시점에 메이저리그에 콜업된다면 2018년 이후 첫 메이저리그 무대다. 아울러 KBO리그에서 상대로 뛰었던 김하성과 다시 만날 수 있다. 터커의 동생은 휴스턴의 간판타자 중 하나이자 향후 대형 계약이 예상되는 휴스턴의 카일 터커. 동생과 그라운드에서 만날 가능성도 남겨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