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경엽 감독의 분노가 화면을 뚫고 나온 듯했다.
LG는 27일 광주 KIA전서 3-6으로 졌다. 사실 힘든 경기였다. 고우석, 이정용, 백승현이 부상으로 빠진 상황서 불펜의 핵심 함덕주와 박명근이 연투로 쉬어야 하는 상황. 정우영은 부진을 극복하는 과정이라 타이트한 상황서 쓰기 힘들다.
그래서 정교한 마운드 운용이 필요했다. 염경엽 감독은 경기 전 “이런 경기는 실책이나 볼넷이 적어야 한다”라고 했다. 실책이나 볼넷이 나오는 순간 투수 1명이 더 필요해지니 경기운영이 어지러워진다는 얘기.
그런데 선발투수 김윤식이 4⅓이닝 7피안타 1탈삼진 3사사구 5실점으로 썩 좋지 않았다. 유영찬이 ⅔이닝을 소화한 뒤 추격조로 버텨야 하는 상황. 하지만, LG에도 기회는 있었다. KIA 양현종이 6-3으로 앞선 7회초에 눈에 띄게 흔들렸다.
LG는 1사 후 정주현의 좌중간안타와 박해민의 볼넷으로 기회를 잡았다. 다시 홍창기~문성주 테이블세터로 넘어가는 상황. 홍창기가 출루의 제왕 답게 양현종이 흔들리는 걸 간파하고 공을 잘 봤다. 볼카운트 3B1S의 유리한 상황.
그런데 5구 144km 패스트볼이 들어온 순간, 2루 주자 정주현이 3루로 스타트를 끊었다. 그러나 스타트가 늦었다. KIA 포수 신범수가 3루수 변우혁에게 송구했고, 변우혁이 거의 공을 갖고 기다리는 수준이었다. 정주현은 아웃.
이후 KIA는 양현종을 빼고 최지민을 넣어 결국 위기를 극복했다. 중계방송 카메라에 잠깐 비친 염경엽 감독은 분노가 가득해 보였다. 누구를 향해 뭐라고 얘기하는 모습도 보였다. 감독으로선, 당연히 열 받는 주루사였다. 양현종을 더 압박할 수 있었는데 2사가 됐기 때문이다. 결국 LG는 2사 만루서 오지환이 중견수 뜬공으로 물러나면서 절호의 기회를 날리고 양현종의 KBO 통산 최다승 2위 희생양이 됐다.
정황상 타자 홍창기 혹은 2루 주자 정주현 중 한 명이 벤치의 사인을 잘못 이해했을 수 있다. 다만, 투수가 흔들리고 타자에게 유리한 볼카운트라서 굳이 벤치가 작전을 걸 이유도 없었다. LG는 5월 들어도루를 다소 아끼고, 주루사를 줄이며 좋은 흐름을 탔다. 그러나 이날, 그 순간만큼은 4월의 악몽이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