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재. /사진=나폴리 SNS김민재. /사진=나폴리 SNS괴물 김민재(27·나폴리)의 시즌이 끝났다. 예상치 못한 경고를 받아 최종전에 결장할 예정이다. 하지만 최고의 시즌을 보낸 것은 분명했다. 김민재의 이름을 전 세계에 알린 훌륭한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나폴리는 28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볼로냐의 스타디오 레나토 달라라에서 열린 2022~23 이탈리아 세리에A 37라운드 볼로냐와 원정경기에서 2-2로 비겼다. 이미 리그 우승을 확정 지은 나폴리는 무승부를 추가해 시즌 성적 27승6무4패, 승점 87을 기록했다. 나폴리는 내달 3일에 열리는 최종 38라운드 삼프도리아 홈경기만 치르면 시즌 일정이 끝난다. 나폴리 팬들에겐 잊지 못할 시간이 됐다. 올 시즌 나폴리는 구단 레전드 디에고 마라도나가 활약했던 1989~90시즌 이후 무려 33년 만에 리그 정상에 올랐다. 마지막 경기에서 홈 팬들의 뜨거운 응원을 받으며 시즌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하지만 김민재는 삼프도리아전에 뛰지 못한다. 이날 센터백으로 선발 출장했지만, 전반 39분 하프라인 부근에서 상대 니콜라스 도밍게스의 공격을 저지하려다가 옐로카드를 받았다. 이는 김민재의 다섯 번째 경고다. 세리에A는 옐로카드 5장을 받은 선수에게 1경기 출전정지 징계가 주어진다. 나폴리는 유럽챔피언스리그에서 8강 탈락했기 때문에 리그 일정 1경기만 남겨둔 상황이다. 이로써 김민재는 이번 볼로냐전이 올 시즌 마지막 경기가 됐다. 올 시즌 김민재는 리그 35경기에 출전해 2골 2도움을 올렸다. 매 경기 탄탄한 수비를 과시해 세리에A 최고 수비수로 올라섰다. 유럽축구 통계매체 후스코어드닷컴도 김민재에게 높은 시즌 평점 7.07을 부여했다. 피오렌티나 수비수 루카스 마르티네스(평점 7.10)와 함께 리그 베스트11에 선정했다.
옐로카드를 받기는 했지만 김민재 활약은 나쁘지 않았다. '파트너' 아미르 라흐마니와 센터백 호흡을 맞춘 김민재는 후반 33분 백업 멤버 주앙 제수스와 교체아웃될 때까지 총 78분을 소화했다. 볼터치 78회를 기록하는 동시에 태클 1회, 걷어내기 1회 등을 가져갔다. 패스성공률은 91%를 찍으며 후방 빌드업까지 책임졌다. 롱패스 성공률은 71%였다. 활발한 공격이 돋보였다. 후스코어드닷컴은 김민재에게 피오렌티나 경기 평점 6.07를 주었다. 또 다른 통계매체 풋몹의 평점은 6.6이었다.
김민재(오른쪽에서 두 번째). /AFPBBNews=뉴스1경기에 집중하는 김민재. /AFPBBNews=뉴스1이날 김민재는 파이팅 넘치는 모습을 선보였다. 동료들을 향해 적극적으로 콜을 외치며 팀 플레이를 이끌었다. 전반 28분에는 반대편 오른쪽 측면에 위치한 알레시오 제르빈에게 정확한 롱패스를 건넸다. 전반 39분 옐로카드를 받은 이후에도 김민재는 위축되지 않았다. 전반 추가시간 자기진영에서 볼을 잡은 뒤 지체하지 않고 전진패스를 찔러주었다. 후반에도 김민재는 터프한 수비를 이어갔다. 후반 30분 나폴리 페널티박스 안에서 시도했던 드리블이 다소 길어 위기가 있었지만, 상대 공격수와 몸싸움에서 승리해 볼을 지켜냈다. 김민재는 후반 33분 교체돼 경기를 마무리했다.
최고 평점을 받은 선수는 나폴리 '폭격기' 빅터 오시멘이었다. 이날 두 차례 골망을 흔들며 멀티골을 완성했다. 후스코어드닷컴의 평점은 8.07, 풋몹의 평점도 8.8로 양 팀 통틀어 가장 높았다. 오시멘은 전반 14분부터 선제골을 터뜨렸다. 상대 골키퍼 우카시 스코룹스키의 패스미스 행운이 따랐다. 페널티박스 안에서 공을 가로챈 오시멘은 골문이 비어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침착하게 밀어넣었다. 오시멘은 후반 9분에도 두 번째 골을 뽑아냈다. 나폴리도 2-0으로 달아났다. 나이지리아 국적의 오시멘은 올 시즌 세리에A 득점왕을 눈앞에 뒀다. 이날 경기를 포함해 리그 31경기에 출전, 25골을 몰아쳤다. 시즌 초반 부상으로 결정한 경기가 있었음에도 리그 득점 전체 1위를 달리는 중이다. 이 부문 2위가 인터밀란 공격수 라우타로 마르티네스(21골)인데, 두 선수의 격차가 꽤 벌어져 있어 이변이 없는 한 개인 첫 득점왕을 차지할 전망이다.
하지만 나폴리는 오시멘의 멀티골을 지키지 못했다. 후반 18분 루이스 퍼거슨에게 골을 내주며 1-2로 쫓겼다. 나폴리 주전 골키퍼 알렉스 메렛 대신 선발 출장한 피에를루이지 골리니의 선방이 다소 아쉬웠다. 쳐낸 공이 멀리 나가지 않아 골문 앞에 있던 퍼거슨 앞에 떨어졌다. 나폴리는 후반 39분 로렌초 데 실베스트리에게 헤더 동점골까지 허용했다. 김민재 교체아웃 이후 나폴리의 공중볼 수비가 헐거워졌다.
이번 경기는 김민재의 나폴리 고별전이 될 가능성도 있다. 김민재가 수많은 빅클럽의 러브콜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오래 전부터 연결됐던 맨유를 비롯해 리버풀, 뉴캐슬(이상 잉글랜드), 파리 생제르맹(프랑스) 이적 소문이 돌고 있다. 7월부터 약 보름간 소속팀 동의 없이도 이적할 수 있는 김민재의 바이아웃 조항이 발동된다. 세리에A 팀을 제외한 해외구단에만 적용되는 특이 조항인데, 금액마저 정해지지 않은 게 눈에 띈다. 영입을 원하는 클럽의 성적과 재정상황에 따라 4300만 파운드(약 705억 원)에서 5200만 파운드(약 850억 원)까지 달라질 수 있다. 많은 구단들이 이 기간을 노려 김민재의 영입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빅터 오시멘. /AFPBBNews=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