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 파이어볼러 코앞이었는데… '이원준 배트 폭행 쇼크' SSG, 그러나 퇴단 결정 단호했다

237 0 0 2023-07-13 20:23:1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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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꼽히던 유망주에서 추락한 이원준 ⓒ배정호 기자
▲ 또 한번 불미스러운 사건이 벌어진 강화SSG퓨처스필드 ⓒSSG 랜더스


지난 6월 강화SSG퓨처스필드에서 만난 이원준(25)의 표정은 밝았다. 답답했던 시간을 지나, 뭔가 터널의 끝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이원준은 "밸런스가 조금씩 돌아오고 있다"고 만족스러워했다.

지금은 상상하기 어려운 폼이지만, 이원준은 매송중 당시까지 옆구리 유형 투수였다. 사이드암과 언더핸드 사이에서 공을 놨다. 현재 KBO리그에 이 정도 각도에서 공을 던지는 선수는 손에 꼽을 정도다. 그런데 야탑고 진학을 즈음해서 키가 엄청 자랐다. 그래서 당시 야탑고 코치의 권유로 투구폼을 바꿨다. 오버핸드 전향이었다. 키가 크니 높은 타점에서 나오는 공의 위력이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었다.

선천적인 어깨를 가지고 있으니 구속은 빨라졌다. 단번에 고교 야구에서 주목을 받는 파이어볼러 유망주가 됐다. 다만 투구폼을 바꾼 지 얼마 되지 않아 밸런스는 불안했다. 몸을 최대한 많이 앞으로 넘기며 시속 150㎞를 던지기는 했지만, 밸런스를 잃어버릴 때마다 이를 다시 찾는 데 한참의 시간이 걸렸다. 2017년 SK(현 SSG)의 1차 지명을 받은 뒤 이렇다 할 활약을 못했던 이유다.

그런 이원준은 올 시즌을 앞두고 투구폼을 다시 바꾸기로 했다. 오버핸드 폼을 버리고 스리쿼터 쪽에 가깝게 수정했다. 어차피 한창 좋을 때의 밸런스를 잃었던 이원준이다. 그럴 바에는 자신이 던지기 더 편한 폼에서 새로 잡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그 과정에서 희망을 봤던 이원준이다. 공이 넘어오는 동작이 더 편해졌다. 이원준은 "다시 150㎞를 던질 수 있을 것 같으냐"는 물음에 "그럴 수 있을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이원준을 바라보는 강화 관계자들도 마찬가지 생각이었다. 그만큼 진도가 좋았다.

구단도 이 선수를 밀어주기 위해 13주짜리 바이오 메커닉스 및 드라이브 라인 프로그램에 입소시켰다. 매번 구속을 재지는 않았지만 속도 하나는 확실히 좋아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비공식 측정에서 150㎞ 이상을 던질 수 있는 뚜렷한 증거를 발견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 13주 프로그램은 이제 거의 끝자락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을 저질렀다.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모든 관계자들의 큰 기대를 받았던 이 유망주는, 이제 더 이상 SSG 소속이 아니다. SSG는 "12일 자체 징계 위원회를 열고, 최근 배트 체벌 행위로 물의를 일으킨 이원준 선수에 대한 퇴단을 결정했다"고 13일 공식 발표했다. SSG는 "구단은 이번 사안이 프로야구 발전을 저해하는 심각한 사안이라고 판단, 구단에서 취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제재인 퇴단 조치를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13일 웨이버 공시도 요청했다.

▲ 이원준 ⓒ곽혜미 기자
▲ SK가 2017년 신인 1차 지명으로 선발한 투수 이원준 ⓒ스포티비뉴스DB


이원준은 최근 논란을 빚은 강화 시설의 '후배 얼차려 및 폭행 사건'의 주요 가해자로 지목됐다. A선수가 B선수의 태도를 문제 삼아 '집합'을 걸었고, 자신의 잘못이 아니었음에도 애꿎은 집합에 화를 참지 못한 이원준이 배트로 B선수를 폭행했다. 야구 배트는 경기장에서나 좋은 도구이지, 잘못 쓰면 순식간에 흉기로 돌변한다. 아무리 화가 났어도 이원준의 행위는 지나쳤고 또 잘못됐다.

KBO 실행위원회는 지난해 '이중처벌' 금지를 의결했다. 일단 잘못한 선수에 대한 KBO의 상벌위원회 결정이 있으면 그에 따르기로 한 것이다. 이전에는 구단이 KBO 상벌위원회 징계가 나온 뒤 '구단 자체 징계'를 추가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 기준이 구단마다 제각각이다보니 상위 기관인 KBO의 판단에 따르기로 한 것이다. 따지고 보면 이원준도 일단 KBO의 조사와 상벌위원회의 결정을 기다려야 했다.

사건이 불거진 뒤 구단 관계자들은 "원래 그런 성격의 선수가 아닌데…"라고 모두가 한숨을 내쉬었다. 코치 및 선배들을 말을 잘 따랐고, 오히려 평판이 좋은 편에 속했다. 그러나 그럼에도 구단은 칼을 빼들었다. 묵과할 수 없는 행위라고 봤다. 이원준도 상벌위원회에서 순간적인 행동을 후회하면서도 자신의 잘못을 모두 인정하고 이번 결정을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모두가 안타까워했지만, 인간적인 정과 별개로 행위는 용서할 수 없었다. 그 결과는 구단의 최대 징계라고 볼 수 있는 퇴단이었다.

가해자라고 할 수 있는 나머지 두 선수도 KBO의 상벌위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두 선수는 상벌위 결과에 따라 처분될 전망이다. SSG는 "얼차려를 지시한 나머지 2명에 대해서는 KBO 상벌위원회의 결과에 따라 조치키로 했으며, 조만간 재발 방지 대책 등 후속 조치도 발표할 예정"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3년 전 이른바 '전등사 사건'에서 SSG는 2군 시설의 심각한 문제를 인지하고 대책 마련을 약속했다. 그러나 3년 뒤에도 달라진 건 없었다. 달라진 게 있다고 하면, 당시에는 내부적으로 징계하고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으나 이번에는 곧바로 클린베이스볼센터에 신고한 뒤 더 강한 징계를 내린 것일 뿐이다. 궁극적인 문제는 별로 해결된 게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애지중지했던 150㎞ 유망주도 잃었고, 팀의 이미지도 실추됐으며, 그간의 전략도 다 쓰레기통으로 들어가기 일보직전이다. SSG가 또 너무 많은 것을 잃었다.

▲ 이원준 ⓒSK와이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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