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이 보여준 '주장'의 품격...히샬리송 득점에 "내 골보다 더 기뻐!"→현지에서도 열광

268 0 0 2023-09-18 10:15:0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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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토트넘 훗스퍼

[포포투=한유철]

손흥민이 보여준 주장의 품격은 현지에서도 화제다.

토트넘 훗스퍼는 16일 오후 11시(한국시간) 영국 런던에 위치한 토트넘 훗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24시즌 프리미어리그(PL) 5라운드에서 셰필드 유나이티드에 2-1 역전승을 기록했다. 이로써 토트넘은 리그 5경기 무패 행진을 이어가며 리그 2위를 지켰다.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 체제에서 순항 중인 토트넘. 풀럼과의 컵 경기에선 아쉽게 패했지만, 리그에선 상승세에 올라 있다. 지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에서 2-0 승리를 기록했고 번리전에선 5득점을 폭발시키며 강력한 화력을 자랑했다. 공수 안정화를 되찾은 토트넘은 셰필드를 상대로 상승세를 이어가고자 했다.



최근의 흐름을 반영이라도 하듯 경기는 토트넘이 주도했다. 잦은 전환 패스와 적극적인 전진 패스 등을 통해 셰필드의 빡빡한 수비 라인을 공략하고자 했다. 선수들 모두 유기적인 움직임을 통해 상대의 혼란을 가중시켰고 손흥민은 호시탐탐 상대 수비의 균열을 노렸다.

하지만 답답한 경기가 지속됐다. 토트넘은 여러 번의 슈팅을 시도해 셰필드를 압박했지만 정교한 마무리가 부족한 탓에 득점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유효 슈팅은 모두 셰필드 수비나 골키퍼에게 막혔다. 후반전에도 상황은 비슷했다. 0의 균형이 이어지자 조급해진 쪽은 토트넘이 됐고 결국 후반 중반 선제 실점을 허용했다.

리드를 허용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승부수를 던졌다. 후반 35분 손흥민과 파페 마타 사르, 마노르 솔로몬을 불러들이고 브레넌 존슨과 히샬리송, 이반 페리시치를 투입했다. 공격에 무게감을 더함과 동시에 선수 교체로 변칙적인 전술을 활용하고자 했다.



이는 완벽한 판단이었다. 교체로 나온 두 선수가 후반 추가시간 토트넘을 살렸다. 주인공은 페리시치와 히샬리송. 후반 추가시간 8분 페리시치가 올린 코너킥을 히샬리송이 높게 뛰어올라 머리로 방향을 바꾸며 동점골을 터트렸다. 오랫동안 득점 빈곤으로 골머리를 앓던 히샬리송이 부담감을 떨치는 순간이었다.

기세를 탄 토트넘이 역전에 성공했다. 후반 추가시간 10분 토트넘 선수들이 연계 끝에 히샬리송이 내준 공을 받은 쿨루셉스키가 강력한 슈팅을 시도해 공을 골문 안에 꽂아 넣었다. 셰필드는 동점골을 노려야 했지만 막바지 퇴장 악재까지 겹쳤다. 결국 경기는 토트넘의 2-1 승리로 마무리됐다.

화젯거리는 정말 많았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공격적인 용병술 적중, 히샬리송의 리그 첫 골 등. 하지만 가장 많은 주목을 받은 것은 '캡틴' 손흥민의 행도잉었다. 경기 종료 후, 토트넘 선수들은 관중석에 있는 팬들에게 인사를 하러 갔고 이 과정에서 손흥민이 히샬리송의 등을 밀며 칭찬을 받을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했다. 또한 오늘의 주인공은 히샬리송이라는 듯, 그를 가리키며 자신감을 불어넣어줬다.



인터뷰에서도 히샬리송을 언급했다. 영국 매체 '디 애슬레틱'에 따르면, 그는 "히샬리송은 확실히 힘든 시간을 견뎠다. 나는 정말, 정말 기쁘다. 내가 아마 그보다 더 기뻐할 것이다. 우리는 한 팀으로서 그가 필요했다. 그는 정말로 좋은 실력을 갖고 있다. 하지만 자신감은 확실히 다른 문제다. 히샬리송을 안아주고 싶다. 그는 그럴 자격이 있다"라고 전했다.

이어 "그에게 정말 힘든 시기였다. 우리는 이 경기를 통해 그가 자신감을 되찾기를 바란다. 그는 전체 경기를 바꿨다. 우리가 기다린 순간이었다. 그는 정말로 강한 사람이다. 다시 돌아올 수 있다. 하지만 힘든 시간을 겪을 때는 주위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나는 항상 그의 친구가 되기 위해 노력하며 그가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이든 도와주려고 한다. 모든 사람들이 그의 뒤에서 그를 지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현지에서도 이 행동은 화제가 됐다. 토트넘 팬 커뮤니티 매체인 '스퍼스 웹'은 손흥민의 행동을 보고 "손흥민이 환상적인 주장인 이유는 이런 것 때문이다. 손흥민은 솔선수범하며, 극도로 이타적이고, 타인에 대해 공감하는 사람이다. 베스트 일레븐 자리를 두고 자신의 경쟁자에게 이렇게 말하고 행동하는 선수는 많지 않을 것이다"라며 칭찬했다.



히샬리송은 토트넘으로 이적한 후, 좀처럼 적응하지 못했다. 왓포드와 에버턴을 거치며 PL에서 존재감을 나타냈지만 토트넘에 온 이후부터는 전혀 자신의 장점을 활용하지 못했다. 해리 케인, 손흥민, 쿨루셉스키의 부담감을 덜어줘야 한다는 임무는 전혀 이행하지 못했다.

이번 시즌에도 마찬가지였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히샬리송을 떠난 케인의 대체자로 낙점했고 개막전부터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활용했다. 리그 4경기에 모두 출전했지만, 득점은 무. 컵 대회에서 한 골을 넣긴 했지만 임팩트는 거의 없었다. 대표팀에서도 부진은 계속됐다. 히샬리송은 지난 볼리비아전에서 최악의 활약을 했고 교체당한 후, 벤치에서 눈물을 흘렸다.

최근엔 심리적으로 힘든 시기를 겪고 있음을 밝히기도 했다. 영국 '스카이 스포츠'는 "브라질 축구대표팀 일정을 마치고 돌아온 히샬리송은 경기력 향상과 골 가뭄 해소를 위해 심리학자의 도움을 받을 것이다. 특히, 그는 지난 몇 달 동안 경기 외적으로 문제가 있음을 밝혔다"라고 보도했다.



언론을 통해 자신의 속내를 밝혔다. 히샬리송은 브라질 매체 '글로보'를 통해 "나는 경기장 안에서 최대한 많이 팀을 돕기 위해 노력하는 선수다. 하지만 가끔 원하는 대로 일이 풀리지 않을 때가 있다. 개인적으로는 경기 외적으로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그랬던 것 같다. 제대로 일을 처리하고 싶었지만 잘 풀리지 않았다"라고 전했다.

이어 "나는 계속해서 토트넘에 집중할 것이다. 폭풍 같은 순간은 지나갔다. 지난 5개월 동안 격동의 시간을 보냈다. 이제는 잘 지내고 있다. 내 돈만 탐내던 사람들은 이제 더 이상 내 곁에 있지 않다. 지금부터는 토트넘에서 잘 풀려 다시 좋은 성과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라며 포부를 드러냈다.

히샬리송은 셰필드전 활약으로 어느 정도 울분을 풀었다. 중요한 건 이 기세를 다음 경기, 그리고 시즌 내내 유지하는 것이다. 일단 마수걸이 득점을 터트리며 물꼬를 튼 만큼 히샬리송 입장에서도 흐름을 이어가는 게 중요하다.

사진=토트넘 훗스퍼

대부분의 축구 팬들이 히샬리송의 '힘든' 시기를 알고 있는 만큼, 셰필드전에서 손흥민의 행동이 더욱 조명을 받았다. 말 그대로 '주장의 품격'을 제대로 보여준 것. 이번 시즌 첫 '캡틴'을 맡은 손흥민은 낯선 임무임에도 충실히 그 역할을 이행하고 있다.

주장 임명 당시 손흥민은 토트넘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이 거대한 클럽의 주장이 된 것은 영광스러운 일이다. 정말 놀라웠고, 자랑스러운 순간이었다. 난 이미 경기장 안팎에서 모두가 주장이 되어야 한다고 선수들에게 말했다. 새 시즌,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있으며 이 셔츠와 주장 완장을 위해 모든 걸 바칠 것이다"라며 주장이 된 소감을 밝혔다.

그리고 이는 여전히 변하지 않고 있다. '디 애슬레틱'에 따르면, 그는 "나는 항상 말로만 말하고 이끌어가는 사람이 아니다. 나는 모든 사람에게 좋은 모범이 되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이런 선수들이 내 주위에 있으면 그것은 더 쉬워진다"라고 전했다.



이어 "드레싱 룸에서 우리는 엄청난 유대감을 보이고 있다. 모두가 서로를 위해 일하고, 모두가 서로를 위해 달리고, 모두가 서로를 위해 싸우고 있다. 우리는 정말 가까워지고 있다. 이보다 더 가까워지기를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토트넘 팬들도 팀의 새로운 주장에 대해 만족하고 있는 눈치다. '스퍼스 웹'은 골드의 보도를 접한 이후 "일부 사람들이 왜 손흥민을 주장으로 세우는 것에 대해 회의적이었는지 알 수 있다. 손흥민은 솔선수범하는 선수지만 낙천적인 인물이자, 라커룸에서 농담을 던지는 사람이다. 하지만 더 많은 책임을 맡을 시 그에 대처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는 것처럼, 손흥민은 완장을 찬 이후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듯하다"라며 손흥민이 주장 완장을 찬 이후 달라졌다고 평가했다.

영국 '풋볼 런던'의 토트넘 전담 기자인 알레스데어 골드는 "손흥민은 몇몇 사람들을 놀라게 했고,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선택이 옳았다는 걸 증명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라커룸이 선수들의 공간이 되길 원하며, 그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본인이나 스태프들이 아니라 선수들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기 때문에 일부 사람들에게는 놀라운 선택이었을 수도 있지만, 손흥민이 당연한 선택이었다"라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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