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이 처음이자 마지막 평가전을 마쳤다. 마운드에서 '기대주'인 문동주와 장현석은 최고 154km의 빠른 볼을 뿌리며 확실하게 눈도장을 찍는 등 마운드는 전체적으로 탄탄한 모습을 보였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은 2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상무 피닉스와 평가전에서 2-0으로 승리, 항저우로 떠나기 전 실전 감각 점검을 마쳤다.
대표팀은 지난 22일 사실상 엔트리를 최종 확정했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 경기력향상위원회와 KBO 전력강화위원회는 부상 또는 부상으로 대회 기간 최상의 경기력을 선보이기 어렵다고 판단되는 선수들에 대한 교체를 진행해왔다. 그 결과 이정후(키움)와 구창모(NC), 이의리(KIA)가 엔트리에서 빠지고, 김성윤(삼성)과 김영규(NC), 윤동희(롯데)가 추가로 대표팀에 승선하는 기쁨을 맛봤다.
엔트리는 오는 30일까지 교체가 가능하지만, 훈련 과정에서 변수만 발생하지 않는다면, 지금의 구성으로 항저우로 떠날 가능성이 높다. 대표팀은 26일 평가전을 가진 뒤 27일 최종적으로 점검의 시간을 갖고, 28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중국 항저우로 이동한다. 그리고 10월 1일 홍콩과 첫 맞대결을 통해 본격 대회 일정을 시작한다.
이날 경기는 대표팀 엔트리에 포함된 대부분의 선수들이 대표팀과 상무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대표팀은 김혜성(2루수)-최지훈(중견수)-노시환(3루수)-강백호(지명타자)-문보경(1루수)-김형준(포수)-박성한(유격수)-최원준(우익수)-김성윤(좌익수)으로 이어지는 선발 라인업을 구성했다.
상무에도 대표팀 선수들이 포진됐다. 대표팀과 맞붙은 상무는 윤동희(우익수)-김주원(유격수)-김지찬(2루수)-김동헌(포수)-천성호(1루수)-나승엽(지명타자)-구본혁(3루수)-변상권(좌익수)-박승규(우익수)의 라인업을 꾸렸다. 다만 상무 소속으로 출전한 대표팀 선수들은 세 타석씩 소화한 뒤 8회초 공격부터는 상무 선수들에게 기회를 넘겼다.# 150km 이상의 무력시위, 대표팀 명성에 걸맞은 피칭
류중일 감독은 26일 경기에 앞서 대만전 선발 투수에 대한 고민을 드러냈다. 현재 대만은 대표팀이 금메달 사냥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는 팀. 다수의 마이너리거들이 대만 대표팀에 합류해있는데, 결코 만만하게 볼 수 없는 상대다. 특히 보스턴 레드삭스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산하 마이너리그 더블A에서 뛰고 있는 투수 류즈롱과 린위민은 경계대상 1호다.
일단 류중일 감독은 1+1 전략으로 마운드를 운용할 계획을 갖고 있다. 사령탑은 "대만전 선발을 누구로 할까 고민 중에 있다. 후보에는 곽빈, (박)세웅이, 문동주도 있다. 일단은 오늘(26일) 곽빈과 문동주가 던지는 것을 보고, 내일 연습과 컨디션을 보고 결정을 할 것이다. 누구를 먼저 쓸지 고민이다. 일단 5~6회까지는 선발 두 명을 묶을 것이다. 변수는 있겠지만, 현재 생각은 그렇다"고 밝혔다.
이날 각각 선발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곽빈과 문동주의 투구는 위력적이었다. 대표팀의 선발 투수로 등판한 곽빈은 3이닝 동안 3피안타 1사구 1탈삼진 무실점, 상무의 선발로 마운드에 오른 문동주는 3이닝 동안 2피안타 5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곽빈과 문동주 모두 150km를 넘나드는 빠른 볼을 앞세워 무력시위를 펼쳤다.
곽빈은 1회초 시작부터 선두타자 윤동희에게 중견수 방면에 안타를 맞으며 경기를 출발했다. 하지만 김주원을 1루수 땅볼, 김지찬을 2루수 땅볼로 잡아내며 빠르게 아웃카운트를 쌓았고, 이어지는 2사 3루에서 김동헌을 2루수 뜬공으로 돌려세우며 실점 없이 이닝을 매듭지었다. 2회에는 첫 타자 천성호를 148km 직구로 삼진 처리한 뒤 나승엽을 1루수 땅볼로 돌려세웠다. 이후 구본혁에게 안타를 맞았으나, 후속타자 변상권을 1루수 땅볼로 잡아내며 순항을 펼쳤다.
가장 큰 위기도 잘 넘겼다. 곽빈은 3회초 선두타자 박승규를 좌익수 직선타 처리한 후 다시만난 윤동희에게 좌익수 방면에 안타를 내줬다. 윤동희의 멀티히트. 그리고 김주원에게 몸에 맞는 볼을 허용하면서 1, 2루 위기를 자초했다. 곽빈은 침착함을 잃지 않았고, 김지찬과 천성호를 모두 뜬공으로 묶어내며 이날 예정된 일정을 마무리했다.
곽빈과 마찬가지로 문동주의 투구도 탄탄했다. 문동주는 1회 선두타자 김혜성을 상대로 '위닝샷' 153km 직구를 뿌려 삼진으로 경기를 출발, 이어나오는 최지훈과 노시환에게는 모두 변화구로 삼진을 솎아내며, 1회 'KKK'를 기록했다. 그리고 2회에는 강백호를 좌익수 뜬공으로 잡아낸 뒤 문보경에게 첫 피안타를 내줬으나, 김형준과 박성한을 범타로 돌려세워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다.
3회 위기도 잘 넘겼다. 문동주는 3회말 선두타자 최원준에게 154km 직구를 공략당해 좌중간에 2루타를 맞아 첫 위기 상황에 몰렸다. 하지만 후속타자 김성윤에게 144km 변화구로 삼진을 뽑아내며 첫 아웃카운트를 만들었고, 김혜성과 최지훈을 각각 좌익수 직선타와 2루수 땅볼로 잡아내며 무실점 투구로 평가전을 마무리했다.# LA 다저스 선택 받은 이유 있었네!
류중일 감독은 이날 경기에 앞서 '아마추어' 선수로는 유일하게 대표팀 엔트리에 승선한 장현석(LA 다저스)을 대만, 일본과 같은 중요한 경기보다는 홍콩 또는 태국, 라오스, 싱가폴 중 예선통과국과 맞대결에서 선발 투수로 기용할 뜻을 전했다. 고교 시절 선발 투수로는 등판 기회가 많지 않았지만, 류중일 감독은 장현석이 불벤보다는 선발에 가깝다고 판단했다.
이날 장현석은 곽빈(3이닝)과 원태인(2이닝)에 이어 대표팀의 세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섰다. 장현석은 첫 타자 김지찬을 상대로 초구부터 153km의 강속구를 뿌리더니, 2구째 154km 직구로 2루수 땅볼 처리하며 첫 아웃카운트를 뽑아냈다. 그리고 후속타자 김동헌을 상대로는 7구 승부 끝에 153km 직구를 위닝샷으로 꽂아넣으며 삼진을 뽑아냈다.
아마추어로는 유일하게 대표팀에 승선, 지금까지 태극마크 경험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장현석은 '선배'들을 상대로 전혀 기가 죽지 않는 모습이었다. 장현석은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천성호에게 140km 변화구와 152km의 직구를 던져 유리한 카운트를 점했고, 5구 승부 끝에 127km 번화구로 다시 한번 삼진을 솎아내며 무실점으로 이닝을 매조졌다.
이날 장현석은 1이닝 동안 투구수 14구, 2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특히 장현석은 14구 중에서 직구만 8구를 뿌렸는데, 고척스카이돔의 전광판에 찍힌 구속으로는 최고 154km, 최저 152km, 평균 153km를 기록했다. 이 밖에도 120km대와 140km대 변화구를 섞어 던지면서, 어떻게 LA 다저스와 계약을 따낼 수 있었는지를 '실력'으로 증명했다.# 팽팽했던 투수전, 그래도 미소지은 것은 대표팀
이날 양 팀은 경기 중반까지 매우 팽팽했다. 양 쪽 선발로 나온 곽빈과 문동주가 3이닝을 각각 무실점으로 막아냈고, 이어나온 원태인과 나균안 역시 2이닝 무실점 투구를 선보였다. 그리고 대표팀의 세 번째 선발 장현석이 마운드에서 내려올 때까지 양 팀은 단 한 점도 뽑아내지 못했다. 그러던 6회말 상무의 세 번째 투수로 김영규가 등판했는데, 여기서 경기의 흐름에 균열이 생겼다.
대표팀은 6회말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최지훈이 볼넷을 얻어내며 물꼬를 튼 후 강백호가 우익수 방면에 안타를 터뜨리며 모처럼 득점권 찬스를 손에 넣었다. 그리고 후속타자 문보경이 김영규를 상대로 좌중간을 가르는 안타를 뽑아냈다. 이때 2루 주자였던 최지훈은 가볍게 홈을 밟았고, 1루 주자 강백호 또한 홈을 향해 내달렸다.
상무는 좋은 중계 플레이를 바탕으로 강백호를 홈에서 잡아낼 수 있는 타이밍을 만들었다. 하지만 포수 김동헌이 송구를 잡은 뒤 태그하는 과정에서 놓치면서, 강백호의 득점까지 인정되며 2-0으로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이날 경기는 8회말이 종료된 이후에는 승·패와 관계 없이 무사 1, 2루에서 진행되는 '승부치기'도 진행했다.
먼저 수비에 나선 대표팀은 박영현을 마운드에 올렸다. 박영현은 무사 1, 2루에서 허인서를 삼진 처리하더니 후속타자 천성호도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빠르게 아웃카운트를 늘렸다. 그리고 나승엽을 3루수 뜬공으로 잡아내 무실점으로 이닝을 마쳤다. 그리고 9회말 상무 소속으로는 최지민이 등판했다. 대표팀은 무사 1, 2루에서 김지찬이 진루타를 만들어내 1사 2, 3루의 더 확실한 찬스를 손에 쥐었으나, 강백호와 문보경이 추가 점수를 만들어내지 못하면서 경기가 모두 마무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