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레전드' 아버지를 둔 펜싱 여자 사브르 국가대표 윤지수(30·서울특별시청)가 아시안게임 개인전 금메달리스트로 우뚝 섰다.
윤지수는 26일 중국 항저우 전자대학 체육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 사브르 개인전 결승에서 사오야치(중국)를 15-10으로 따돌리고 우승을 차지했다.
윤지수의 아시안게임 개인전 첫 메달이 금빛으로 장식됐다.
윤지수는 선수 시절 12시즌 동안 117승 94패 평균자책점 3.33을 기록한 윤학길 KBO 재능기부위원의 딸로 이름이 더 알려져 있다. 아버지 윤 위원은 전인미답의 '100 완투' 기록을 세우는 등 롯데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운동선수의 길이 힘들다는 걸 가장 잘 아는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펜싱 선수의 길에 들어서 태극마크까지 단 윤지수는 2014년 인천과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의 단체전 우승에 힘을 보탰다.
2021년 도쿄 올림픽에선 한국 여자 사브르의 사상 첫 단체전 입상(동메달)도 선배들과 함께 일궜다.운동선수 DNA를 내려받은 덕분인지 승부처에서 몰아치기에 특히 능해 국제대회에서 팀의 '역전'을 이끄는 모습을 여러 차례 보이기도 한 그는 최근 세대교체기에 접어든 여자 사브르 대표팀의 새로운 간판이자 맏언니가 됐다.
김지연(34)의 2012년 런던 올림픽 개인전 금메달을 계기로 국제 대회에서 한국 펜싱의 주력 종목으로 가세한 여자 사브르는 올해 4월 김지연이 태극마크를 내려놓으며 변화의 시기를 겪고 있다.
2021년 도쿄 올림픽 여자 사브르 단체전 동메달 멤버 중 이번 대회에도 나선 선수는 윤지수밖에 없다.
이번 아시안게임에 함께 출전한 전은혜(26·인천광역시 중구청), 최세빈(23·전남도청), 홍하은(24·서울특별시청)이 모두 그보다 어리다.
지난 두 차례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이 여자 단체전 우승을 차지하고 올림픽 단체전 메달을 목에 걸 때 모두 대표팀의 막내였던 윤지수는 순식간에 팀을 이끄는 입장이 됐다.친자매만큼 절친한 김지연을 비롯해 의지하던 언니들 없이 전보다 큰 책임감을 품은 그는 현재 한국 여자 사브르 선수 중 세계랭킹이 가장 높고(16위) 이번 대회 개인전에서 유일하게 8강에 들면서 메달권 진입의 부담감까지 짊어졌다.
자카르타 대회 땐 개인전에서 8강 탈락에 그쳤던 윤지수는 2021년 도쿄 올림픽과 올해 6월 아시아선수권대회 개인전에서 모두 졌던 상대인 자이나브 다이베코바(우즈베키스탄)를 준결승에서 만나는 등 여러 차례 고비를 거쳤으나 모두 극복해내고 아시안게임 개인전 챔피언 타이틀을 달았다.
자카르타 아시안게임, 도쿄 올림픽을 앞뒀을 때를 비롯해 고질적인 무릎 부상에 시달렸던 그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도 국내 대회를 뛰다 무릎을 다쳐 애를 먹었는데, 마취 주사와 테이핑으로 버틴 끝에 한국 여자 사브르에 자신의 시대를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