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태도 논란 및 안일한 플레이로 홍역을 치른 ‘천재타자’ 강백호(24)가 이번에는 극심한 타격 부진으로 야구팬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이쯤 되면 국제대회와는 큰 인연이 없는 것 같다.
강백호는 지난 2일 중국 저장성 샤오싱 야구 소프트볼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B조 조별리그 대만과의 2차전에 4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4타수 무안타 1삼진으로 침묵했다.
1일 아마추어 수준의 홍콩 마운드를 상대로 4타수 무안타 3삼진 수모를 겪은 강백호. 2차전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국가대표 4번타자라는 중책을 맡았지만 방망이는 무뎠고, 선구안마저 예리함을 잃었다.
강백호는 1회 2사 1루서 2구 만에 투수 땅볼을 기록하며 아쉬움을 삼켰다. 0-1로 뒤진 3회 2사 1루에서는 루킹 삼진을 당했고, 0-2로 끌려가던 6회 선두로 등장해 다시 2구 만에 3루수 땅볼로 무기력하게 물러났다.
마지막 타석도 반전은 없었다. 0-2로 뒤진 8회 노시환의 2루타로 2사 2루 득점권 찬스를 맞이했지만 다시 2구 만에 유격수 땅볼을 치며 이닝을 강제 종료시켰다.4번타자가 2경기서 8타수 무안타로 침묵한 류중일호는 대만에 0-4 충격패를 당하며 조별리그 1승 1패를 기록했다. 타선이 150km 강속구를 잇따라 뿌리는 대만 마운드 공략에 철저히 실패했고, 그 중심에 강백호가 있었다.
강백호는 지금으로부터 2년 전 프로 데뷔(2018년) 후 가장 힘든 시간을 보냈다. 소속팀 KT 위즈에서 한때 타율 4할에 도전할 정도로 쾌조의 타격감을 뽐냈고, 통합우승에 이어 1루수 골든글러브까지 차지했지만 도쿄올림픽 대표팀에 승선해 껌을 한 번 씹었다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강백호는 도미니카공화국과의 동메달결정전에서 6-10으로 뒤진 8회 껌을 질겅질겅 씹고 있는 모습이 중계화면에 잡히며 태도 논란에 휩싸였다. 당시 한국야구의 레전드 박찬호 해설위원이 “이런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 더 파이팅을 외쳐야 한다”고 쓴소리를 날리며 일이 커졌고, 강백호는 귀국 후 “충분히 질타 받을 행동이었다. 앞으로 사람으로 인정받겠다”라고 공식 사과했다.2년이 지나 강백호는 또 다시 한국야구에 민폐를 끼쳤다. 지난 3월 열린 2023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8강 진출의 분수령으로 여겨졌던 호주와의 첫 경기에서 ‘세리머니사’로 국민적 공분을 산 것. 프로답지 않은 본헤드플레이로 추격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고, 경기 종료 후 세계 야구의 조롱거리로 전락했다.
2루타를 친 강백호는 인플레이 상황에서 3루 더그아웃을 바라보며 세리머니를 하다가 발이 잠시 2루 베이스에서 떨어졌다. 그리고 그 사이 2루수 로비 글렌디닝의 글러브 태그에 아웃을 당했다. 최초 판정은 세이프였지만 비디오판독 끝 발이 떨어진 순간 태그가 이뤄진 게 확인되며 이름도 생소한 세리머니사를 당했다. 후속 양의지가 안타를 쳤기에 강백호의 실수를 향한 아쉬움과 질책은 더욱 커졌고, 호주전을 내준 한국은 2승 2패로 1라운드 탈락했다.강백호는 프로 6년차인 올해 소속팀 KT에서도 고난의 시간을 보냈다. 감기몸살과 급격한 컨디션 저하로 1군 말소되더니 정신적 피로를 호소하며 한동안 1군 무대서 자취를 감췄다. 2023 WBC부터 시작된 강행군과 함께 국가대표팀과 소속팀에서 잇따라 실수를 범하며 비난 여론에 시달렸고, 이에 한동안 경기 출전 없이 온전히 휴식과 회복에 전념했다.
강백호는 9월 5일 마침내 복귀전을 갖고 아시안게임 대표팀 차출 전까지 타율 3할3푼3리 2홈런 7타점 맹타를 휘둘렀다. 이강철 KT 감독이 “(강)백호가 아시안게임으로 가야한다는 게 아쉽다”라고 말할 정도로 타격감이 좋았다.그러나 또 다시 국제대회는 강백호를 반기지 않았다. 류중일 감독의 무한 신뢰 속 홍콩전과 대만전에서 모두 4번타자를 맡았지만 해결사 역할을 전혀 수행하지 못했다.
류중일호는 오는 4일 태국전에서 승리할 경우 A조 1, 2위와 만나는 슈퍼라운드 진출권을 획득한다. 2일 대만전을 내주며 1패를 안은 채 슈퍼라운드에 임해야하지만 2경기를 모두 따낸다면 결승행을 충분히 노려볼 수 있다.
대만전에서 확인했듯 아무리 투수가 잘 던져도 점수를 내지 못하면 이길 수 없다. 아시안게임 4연패를 위해 4번타자 강백호의 활약이 절실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