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과 2030년 6월까지 장기 재계약을 체결한 데스티니 우도기. 사진=게티이미지토트넘과 2030년 6월까지 장기 재계약을 체결한 데스티니 우도기. 사진=토트넘토트넘과 2030년 6월까지 장기 재계약을 체결한 데스티니 우도기. 사진=토트넘
잉글랜드 토트넘 홋스퍼 구단과 2002년생 신성 풀백 데스티니 우도기(21·이탈리아)가 무려 2030년까지 계약을 연장했다. 파격적인 수준의 재계약이다. 2027년까지였던 기존 계약을 3년 더 연장하면서 연봉도 올랐다. 현재 토트넘 선수들 가운데 가장 긴 계약 기간을 가진 선수로 남게 됐다.
토트넘 구단은 13일(한국시간) 우도기와 계약을 2027년 6월에서 2030년 6월까지 3년 더 연장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당초 2년 연장에 1년 연장 옵션이 더해지는 형태의 재계약 가능성이 전망됐지만 토트넘 구단은 아예 2030년까지 계약을 더 늘렸다. 재계약 과정에서 주급도 대폭 늘었다. 우도기의 자국 매체인 칼치오메르카토 등 현지 보도에 따르면 172만 파운드(약 29억원)의 연봉을 2030년까지 받을 전망이다.
우도기가 토트넘에서 뛴 게 이번 시즌이 사실상 처음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파격적인 수준의 재계약이다. 토트넘은 지난해 8월 우디네세(이탈리아)에서 뛰던 우도기를 영입했다. 트랜스퍼마르크트 기준 이적료는 1800만 유로(약 256억원)였다. 대신 토트넘은 곧바로 우도기를 영입하지 않고 한 시즌 동안 우디네세에 재임대했다. 지난 시즌 이탈리아 세리에A에서 33경기(선발 31경기)에 출전한 우도기는 한 시즌 임대를 마치고 올 시즌을 앞두고서야 토트넘에 합류했다.
토트넘에 오자마자 왼쪽 측면 수비 자리를 맡았다. 엔지 포스테코글루 신임 감독의 두터운 신임 속에 벌써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14경기(선발 14경기)에 출전했다. EPL 출전 시간은 1148분, 골키퍼 굴리엘모 비카리오(1440분)와 데얀 쿨루셉스키(1405분) 페드로 포로(1348분) 손흥민(1341분)에 이어 5번째로 많다. 팀의 핵심 자원으로 빠르게 자리를 잡은 셈이다.
토트넘과 2030년 6월까지 장기 재계약을 체결한 데스티니 우도기. 사진=게티이미지지난 풀럼전에서 상대 드리블 돌파를 정확한 태클로 끊어내고 있는 데스티니 우도기(아래). 사진=게티이미지
이러한 존재감에 토트넘 구단은 한 시즌도 채 제대로 동행하지 않고도 3년이나 계약을 더 연장하는 파격적인 결단을 내렸다. 이제 토트넘과 우도기 간 남은 계약 기간이 무려 6년 반이나 남은 셈이다. 행여나 앞으로 성장이 더디거나 부진할 경우 빠르게 정리하기 어렵다는 리스크를 감수하고도 우선 계약을 연장했다. 전력 외 판정을 받고도 남은 계약 기간이 길어 불편한 동행을 이어갔던 전례는 토트넘에서만 수두룩하다.
그만큼 토트넘 구단 내부에서 우도기의 발전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2002년생으로 어린 나이인데도 현재 보여주고 있는 기량이라면 앞으로 더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통 큰 결단을 감행한 것이다. 이제 남은 계약 기간이 무려 2030년까지이니, 다른 구단의 관심들 역시도 빠르게 차단할 수 있는 효과도 이어지게 됐다. 그럼에도 다른 구단의 러브콜이 쏟아지면, 남은 계약 기간과 비례해 우도기의 몸값도 그만큼 폭등할 수 있다.
물론 우도기가 거절했다면 이뤄질 수 없는 파격 재계약이기도 했다. 우도기 역시 짧은 시간이긴 하지만 토트넘 구단에 대한 깊은 애정에 2030년까지 계약 연장에 사인을 했다. 그는 구단을 통해 “토트넘 구단에 온 건 나에게 정말 큰 기쁨이다. 이런 기회를 얻게 돼 정말 기쁠 따름”이라는 재계약 소감을 밝힌 바 있다.
이번 재계약을 통해 우도기는 현재 토트넘 선수단 가운데 가장 남은 계약 기간이 긴 선수가 됐다. 카폴로지에 따르면 현재 토트넘 선수단에 2030년 이후까지 계약을 체결한 선수는 우도기가 유일하다. 수비수 미키 판더펜과 알레호 벨리스가 2029년 6월, 제임스 매디슨과 쿨루셉스키, 페드로 포로 등 7명의 선수가 2028년 6월까지다. 꾸준히 재계약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는 ‘캡틴’ 손흥민의 계약은 2026년 6월까지로 2년 6개월 정도가 남았다. 내년 6월 계약이 만료되는 선수들은 에릭 다이어와 위고 요리스, 이반 페리시치, 브랜던 오스틴 4명이다.
토트넘과 2030년 6월까지 장기 재계약을 체결한 데스티니 우도기. 지난 뉴캐슬 유나이티드전에서 손흥민의 도움을 받아 EPL 데뷔골을 터뜨린 뒤 기뻐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데스티니 우도기가 지난 뉴캐슬 유나이티드전에서 손흥민의 도움을 받아 EPL 데뷔골을 터뜨리는 순간. 사진=게티이미지
토트넘과 2030년까지 동행을 이어가게 된 우도기는 이탈리아 엘라스 베로나 유스팀 출신의 왼쪽 풀백이다. 엘라스 베로나에서 프로에 데뷔해 우디네세를 거쳐 EPL 무대에 입성했다. 어린 시절부터 이탈리아 연령별 유스팀을 거칠 만큼 많은 주목을 받았던 재능이기도 했다. 올해 10월엔 이탈리아 성인 국가대표팀의 부름까지 받아 A매치 2경기에 출전, 이탈리아 대표팀의 차기 풀백 자원으로도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측면 수비수인데도 1m86㎝가 넘는 신장까지 갖춰 압도적인 피지컬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스피드와 돌파 능력을 앞세워 사이드를 활용하는 측면 돌파뿐만 아니라 중앙으로 파고들어 기회를 만드는 장면에서도 많은 호평을 받고 있다. 풀백으로서 공격 포인트 생산 능력도 높은 편이다. 우디네세 소속으로 지난 2021~22시즌 세리에A에선 5골·4도움, 2022~23시즌엔 3골·4도움을 각각 기록했다. EPL 입성 첫 시즌인 올 시즌에도 14경기에서 1골·2도움으로 벌써 3개의 공격 포인트를 쌓았다.
손흥민과 특별한 인연이 있기도 하다. 지난 11일 뉴캐슬 유나이티드전에서 넣은 자신의 EPL 데뷔골을 어시스트한 선수가 캡틴 손흥민이기 때문이다. 당시 손흥민은 페널티 박스 왼쪽을 완전히 허문 뒤 문전에 있던 우도기에게 정확한 패스를 전달했고, 우도기는 논스톱 슈팅으로 연결해 EPL 데뷔골을 터뜨렸다. 손흥민과 함께 왼쪽 측면에 포진할 땐 2대1 패스 등 좋은 호흡을 자주 보여주기도 했다.
손흥민에 대해 “놀라운 선수”라며 직접 치켜세우기도 했다. 그는 스퍼스 플레이, 디애슬레틱 등과 인터뷰에서 “손흥민은 진정한 리더다. 경기장에서 늘 강한 정신력을 보여주고, 우리가 승리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며 “손흥민과 함께 뛰고, 또 그의 플레이에 도움을 줄 수 있어서 기쁘다”고 웃어 보인 바 있다.
영국 풋볼런던은 "우도기가 토트넘과 새로운 7년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토트넘에서 계속 미래를 함께할 수 있게 됐다. 우도기는 EPL 첫 시즌에 환상적인 활약을 펼치고 있고, 지난 뉴캐슬전에선 데뷔골이자 팀의 첫 골도 기록했다"며 "EPL에 입성하자마자 그는 마치 물을 만난 오리처럼 적응을 마쳤다. 측면뿐만 아니라 가운데에서 활약할 수 있는 선수로서 빛을 발하고 있다. 앞으로 몇 년 간 토트넘에서 최고의 풀백 중 한 명으로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