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적인 FA 계약을 체결했지만 연봉 대부분을 '지급 유예'하기로 결정한 오타니 쇼헤이(29·LA 다저스)의 내년 시즌 팀 내 연봉 순위가 17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스포츠전문매체 ESPN의 제프 파산 기자는 12일(한국시간) 자신의 SNS를 통해 다저스의 2024년 연봉 순위를 매긴 게시글을 올렸다.
이에 따르면 3000만달러를 받는 MVP 출신 무키 베츠가 팀 내 연봉 1위, 역시 MVP 경력이 있는 프레디 프리먼이 2700만달러로 뒤를 잇는다.
유틸리티 플레이어 크리스 테일러가 1300만달러로 3번째에 랭크됐다.
이날 다저스와의 계약을 공식 발표한 오타니의 순위는 17위에 그쳤다. 내년 시즌 연봉이 200만달러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오타니는 다저스와 10년 총액 7억달러(약 9240억원)에 계약을 맺어 세계를 놀라게 했다.
하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계약 총액의 무려 97%를 '계약 종료 후 수령(defer)' 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오타니는 7억달러 중 6억8000만달러를 10년 계약이 끝난 2034년부터 2043년까지 무이자로 나눠 받기로 했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2033년까지 오타니의 공식적인 연봉은 200만달러다. 메이저리그 루키급 선수들이 받는 금액이다.
오타니보다 팀 내 연봉 순위가 한 단계 높은 더스틴 메이는 내년 시즌 230만달러를 받는다. 높은 잠재력을 평가받지만 아직 폭발하지 못했고, 올 시즌 성적은 9경기 4승1패 평균자책점 2.63이었다. 그럼에도 표면상으로는 '슈퍼스타' 오타니보다 많은 연봉을 받는다.
이번 계약에 대해 오타니의 강한 우승 열망이 드러난 결과라는 평가가 많다. 자신의 연봉 대부분을 지급 유예하며 팀의 재정건전성을 헤치지 않고, 또 다른 스타 플레이어의 영입을 가능하게 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오타니의 지급 유예 규모가 지나치다는 비판도 없지 않다. '빅 마켓' 구단들이 슈퍼스타를 독식하는 것을 막기 위해 도입한 사치세가 이같은 '꼼수'로 인해 사실상 무용지물 됐다는 지적이다.
실제 다저스는 오타니와 7억달러의 계약을 마무리 짓고도 FA 투수 최대어로 꼽히는 야마모토 요시노부의 영입전에 뛰어든 상태다. 야마모토의 계약 총액은 3억달러를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