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고성환 기자] 튀르키예 나라 전체가 충격에 빠졌다. 축구 클럽 회장이 주심을 폭행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영국 '스카이 스포츠'는 12일(한국시간) "튀르키예의 모든 축구 경기는 튀르키예 축구연맹(TFF) 결정에 따라 무기한 중단됐다. 월요일 밤 슈퍼리그 경기가 끝난 뒤 앙카라귀쥐 회장이 심판에게 주먹을 날렸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앙카라귀쥐와 리제스포르는 같은 날 튀르키예 앙카라 에리아만 스타디움에서 쉬페르리그 15라운드 경기를 치렀다.
치열했던 승부는 무승부로 끝났다. 앙카라귀쥐가 전반 14분 올림피우 모루찬의 선제골로 앞서 나갔지만, 후반 5분 알리 소웨가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하면서 수적 열세에 처했다. 결국 앙카라귀쥐는 후반 추가시간 7분 아돌프 가이치에게 극장 동점골을 내주며 1-1로 비기고 말았다.
그러자 에리아만 스타디움의 분위기는 빠르게 험악해졌다. 퇴장 판정 때부터 항의하던 앙카라귀쥐 팬들은 심판진을 향해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그러던 중 돌발 상황이 터졌다. 파룩 코카 앙카라귀쥐 회장이 갑자기 경기장 안으로 뛰어들더니 주먹으로 할릴 우무트 멜레르 주심을 때린 것. 왼쪽 눈 부근을 맞은 멜레르 주심은 그대로 쓰러졌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앙카라귀쥐 팬들도 코카 회장을 따라 경기장에 난입했고, 넘어져 있는 멜레르를 발로 가격했다. 사태를 진정시키려는 구단 관계자와 선수들, 경호 인력 등과 흥분한 팬들이 한데 뒤엉키면서 경기장은 혼란에 빠졌다.
멜레르는 경찰의 도움을 받은 끝에 라커룸으로 피신했다. 포착된 사진을 보면 그는 왼쪽 눈 아래가 퉁퉁 부었고, 검은 멍까지 들었다. 눈 주위 출혈과 약한 골절이 확인됐으며 뇌진탕 등 추가 검진을 받을 예정이다. 일단 튀르키예 정부는 멜레르를 폭행한 코카 회장과 팬들에게 구속 명령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멜레르는 튀르키예 내에서 손꼽히는 엘리트 심판이다. 1986년생인 그는 지난 2017년부터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국제 경기 심판으로 활동 중인 젊은 심판이다. 오랫동안 튀르키예 1부리그인 쉬페르리그에서 활동 중이며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UEFA 유로 예선 등 여러 국제 경기도 맡아왔다.
그런 멜레르가 믿기 어려운 봉변을 당한 것. 일단 앙카라귀쥐 구단은 "우리는 오늘 저녁에 일어난 사건에 대해 슬픔을 표한다. 리제스포르전 이후 발생한 안타까운 사건에 대해 튀르키예 축구계와 스포츠계 전체에 사과드린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리제스포르 구단은 "오늘 경기 이후 발생한 바람직하지 않은 사건들을 강력히 비난한다"면서 "주심을 맡았던 멜레르 심판이 빨리 쾌유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체 심판계에 전한다"고 발표했다.
TFF도 몇 시간 뒤 공식 성명을 발표해 코카 회장의 폭력 사태를 규탄했다. TFF는 "우리는 멜레르의 건강 상태를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우리의 소중한 심판의 빠른 회복을 기원한다. 이 비인간적이고 비열한 공격은 튀르키예 축구의 모든 관계자들에게 행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강경 대응도 예고됐다. TFF는 "주와 협조해 비인간적인 공격의 책임자들과 선동자들이 마땅히 받아야 할 모든 형사 조치가 사작됐다. 책임이 있는 구단과 구단 회장, 구단 매니저 등 모든 범죄자들은 가장 엄중한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까지 직접 나섰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오늘 발생한 멜레르 주심에 대한 공격을 규탄한다. 그의 빠른 회복을 기원한다"라며 "스포츠는 평화와 형제애를 의미한다. 스포츠는 폭력과 양립할 수 없다. 우리는 튀르키예 스포츠에서 폭력이 일어나는 것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코카 회장은 곧바로 병원에 입원했지만, 곧 구금될 예정이다. 알리 예를리카야 튀르키예 내무장관은 "코카 회장에 대한 구금 명령이 내려졌다"라며 "이번 사건에 대한 사법적 조사의 일환으로 이미 2명이 구금됐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