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34·토론토)은 지난 15일 시애틀과 경기에서 승리투수가 되지 못했다. 앞서 있는 상황에서 불펜에 마운드를 넘겼지만, 오히려 승계주자가 모두 들어오며 결과가 패전으로 돌변했다.
불펜이 선발투수의 승리를 날리는 건 사실 늘 있는 일이기는 했지만, 다승왕 경쟁을 벌이고 있는 류현진을 응원하는 팬들로서는 내심 그 조건을 지켜줬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전반적인 측면을 보면 류현진의 다승왕 도전 전선은 아직 먹구름이 끼지 않았다. 류현진만 조금 더 힘을 낸다면, 타선이 류현진을 지켜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투수마다 어느 기록에 가중치를 두느냐는 조금 다르다. 류현진은 KBO리그에 있을 때부터 승리보다는 평균자책점에 조금 더 신경을 쓰는 편이었다. 사실 투수가 아무리 잘 던져도 동료들의 지원이 없다면 챙길 수 없는 게 승리이기 때문이다. 다만 올해는 어쩌다보니 다승왕 도전이 가능한 상황에 왔고, 이런 기회는 자주 오지 않는다. 잡을 필요도 있다.
현재 아메리칸리그 다승 1위는 크리스 배싯(오클랜드)으로 12승이다. 그 뒤를 류현진과 게릿 콜(뉴욕 양키스), 잭 그레인키(휴스턴) 등 11승 주자들이 따르고 있다. 남은 경기 결과에 따라 얼마든지 뒤집을 수 있는 거리다.
무엇보다 류현진은 올해 타자들의 든든한 지원을 받고 있는 것이 눈에 띈다. 토론토는 올해 적어도 장타력에 있어서는 메이저리그 최정상급의 성적을 거두고 있다. 타선의 짜임새가 리그 정상은 아니지만, 폭발력은 남부럽지 않다. 류현진 등판 경기에서도 힘을 낸 경우가 많았다. 물론 수비가 까먹은 경우도 있었으나 전반적으로 볼 때 플러스 요소가 됐다.
‘베이스볼 레퍼런스’에 따르면 류현진의 득점 지원은 충분하다. 자신이 마운드에 서 있을 때 받은 득점을 9이닝으로 환산하면 올해 6.8점에 이른다. 이는 팀 동료 스티븐 매츠(7.1점)에 이어 리그에서 두 번째로 많은 것이다.
등판 경기 전체 득점 지원으로 따져도 6.2점의 넉넉한 지원을 받았다. 이는 리그 4위에 해당한다. 승리의 판을 만들어주는 류현진의 능력, 그리고 팀 타선의 호응 속에 토론토는 류현진 등판 경기에서 승률 0.652라는 좋은 기록을 남겼다. 올해 전체 팀 승률(.538)보다 훨씬 좋고, 역시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는 로비 레이의 등판시 팀 승률(.522)보다도 뛰어나다.
어쨌든 류현진은 리그 최정상급의 득점 지원을 받고 있고, 토론토 타선은 구성과 현재 팀 분위기상 앞으로도 꾸준히 점수를 내줄 가능성이 크다. 류현진도 부진이 오래 가는 스타일은 아니다.
여기에 불펜이 힘을 내준다면 금상첨화다. 류현진이 올해 불펜에 남긴 주자는 13명, 불펜이 득점을 허용한 건 5명(38.5%)이었다. 중반까지는 그렇게 높지 않다가, 최근 두 번의 등판에서 갑자기 높아진 수치다. 다승왕 가능성은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