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렌 로페테기 세비야 감독은 에릭 라멜라(29)의 뛰어난 활약에 놀란 모습이었다.
라멜라는 올여름 8년 동안 뛴 토트넘 훗스퍼 생활을 정리하고 세비야에 새롭게 둥지를 틀었다. 2013년 AS로마를 떠나 토트넘에 입성한 그는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한 가레스 베일 후계자로 불렸다. 로마에서 측면 공격수로 뛰며 15골을 터트릴 정도로 기량이 출중한 게 이유였다. 돌파와 발기술, 공격 전개 능력도 훌륭하다고 평가됐다.
토트넘 시절 초반엔 주전 공격수로 활약했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30경기 이상씩을 소화하며 토트넘 공격 한 축을 책임졌지만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바로 공을 너무 오래 끈다는 점이었다. 역습 상황 시 공격 템포를 끊어 먹는 상황을 여러 번 노출했다. 기복도 심해서 꾸준함을 보여주지 못해 비판을 받았다.
여기에 부상까지 겹쳤다. 부상에 신음하는 동안 손흥민이 폭발적인 활약으로 토트넘 에이스가 됐다. 부상에서 돌아온 라멜라는 단점을 개선하지 못했고 오히려 이전보다 퇴보한 면모를 보였다. 점차 밀리기 시작했고 백업 자원으로 분류됐다. 올여름엔 방출 대상이 됐고 브라이언 힐과 스왑딜 형태로 세비야에 오게 됐다.
라멜라 목표는 부활이었다. 첫 스페인 무대 도전이었지만 토트넘 말미 체면을 구긴 것을 만회하기 위해 마음가짐을 다 잡는 글귀를 SNS에 자주 남겼다. 세비야 공식 데뷔전부터 라멜라는 맹활약을 했다. 16일(한국시간) 열린 라요 바예카노와의 2021-22시즌 스페인 라리가 1라운드에서 후반 시작과 함께 교체출전한 라멜라는 멀티골을 넣으며 팀의 3-0 대승에 일조했다.
축구통계매체 '후스코어드닷컴' 평점 1위도 라멜라 몫이었다. 라멜라는 후반전만 뛰었으나 슈팅 2개를 모두 득점으로 연결했고 키패스도 2개나 올렸다. 패스 성공률도 90.9%였으며 롱패스 성공률은 100%였다. 이를 바탕으로 평점 8.71점을 받으며 팀 내 최고 평점에 올랐다.
라멜라는 경기 후 SNS를 통해 "세비야 홈 팬들 앞에서 리그 첫 경기이자 나의 데뷔전을 승리로 장식해 기쁘다. 골까지 넣어 너무 행복하다. 일찍부터 적응에 도움을 준 모든 이들에게 감사 인사를 보낸다. 더 앞으로 나아가겠다"며 소감을 밝혔다.
로페테기 감독은 "교체로 나온 라멜라가 승리에 큰 지분을 차지해 만족스러웠다. 사실 라멜라는 실전에 나서기 아직 부족한 상태였다. 준비 시간도 없었고 프리시즌에 경기에 나선 적도 없다. 감각에 대한 우려가 있었는데 그는 대단한 활약을 펼쳤다. 골까지 넣어 앞으로 더욱 자신감이 충만한 상태에서 경기를 치를 것 같다"고 언급하며 라멜라를 추켜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