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추신수와 일라이자 권(왼쪽부터). 일라이자 권 제공[인천=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우연히 만난 '대스타'의 응원. 스타를 동경했던 소년 팬은 또래 중 가장 특출난 선수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지난 1일(이하 한국시각) 메이저리그의 전설들을 기념하는 명예의 전당이 위치한 미국 뉴욕주 쿠퍼스타운에는 미래의 빅리거를 꿈꾸는 선수들이 모였다.
매년 여름이 되면 미국 전역에 있는 12살 유소년 야구 선수들이 이곳에 와 실력을 겨루고 우정을 나누는 시간을 보낸다. 이들에게는 일종의 '졸업여행'과 같은 시간이다.
행사의 꽃은 단연 홈런더비. 남다른 체격과 힘을 지난 미국 선수들 사이에서 1위를 차지한 건 한국계 선수였다.
일라이자 권(12·Elijah Kwon 한국명 권 율)은 결선에서 9개의 홈런을 날리면서 1위를 차지했다. 한국계 선수가 이 대회에서 1위를 차지한 건 일라이자가 처음이다.
남다른 체격에 왼손잡이인 일라이자는 LA 한인타운에서 8살 때 처음 야구와 인연을 맺었다. 야구에 흥미를 느낀 일라이자는 투수는 물론 타격에도 소질을 보이면서 야구 선수로서의 꿈을 키워가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일라이자의 꿈에 불을 지핀 '사건'이 있었다. 2017년 식당에서 당시 텍사스 레인저스 간판타자로 활약하고 있던 추신수(SSG 랜더스)를 만난 것이다.
설레하는 아들의 모습에 아버지 케네스씨는 추신수에게 양해를 구했다. 추신수는 흔쾌히 일라이자를 만났다. 식사를 마친 뒤 일라이자와 사진을 찍고, 일라이자의 글러브에 사인까지 해줬다.
팬서비스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일라이자가 야구를 한다는 이야기에 이것저것 물어보던 추신수는 왼손잡이에 투수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추신수 역시 왼손잡이에 고교 시절 투수로 이름을 날렸다.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린 추신수는 차로 가서 텍사스 모자를 꺼내 선물했다.
케네스씨는 "너무 감사했다. 식사하는 장소라 무례할 수도 있었는데, 흔쾌히 아이와 만나주셨다"며 "아이가 야구를 한다는 이야기에 잠시 차에 가더니 텍사스 모자를 꺼내와 사인을 해줬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아들에게는 당시 추신수 선수가 '어릴 때와 포지션이 비슷하다고 열심히 하라'고 해준 말이 좋은 추억으로 남았고, 동기부여가 됐다"며 고마워했다.
당시 기억은 추신수에게도 생생했다. 일라이자가 홈런더비에서 우승을 했다는 이야기에 "기억난다. 미국에 힘이 좋은 선수들이 많을 텐데 그중에서 1등을 했다니 대단하고, 축하한다고 전해주고 싶다"면서 "그래도 현재에 만족하기보다는 더 발전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다. 언젠가 같이 한번 야구하자고 전하고 싶다"며 미소를 지었다.
일라이자의 꿈은 "추신수나 혹은 투수로는 클레이튼 커쇼가 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일라이자의 목표는 메이저리거. 그 중 첫 목표로 밴더빌트 대학교 입학을 삼았다. 밴더빌트 대학교는 데이비드 프라이스, 소니 그레이, 워커 뷸러와 같은 메이저리그 간판 스타를 배출한 야구 명문이다. 일라이자는 "추신수 선수에게 너무 감사드린다. 앞으로도 더 노력해서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당찬 포부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