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동료들과 함께 기뻐하는 정우영(오른쪽). 프라이부르크 SNS 캡처
주전이 아닌 백업 멤버에 가깝다는 개막 전 분석은 틀렸다. 독일 분데스리가 4년차인 정우영(22·프라이부르크)이 자신만의 무기로 주전을 꿰차며 유쾌한 반전을 선보이고 있다.
정우영은 22일 독일 프라이부르크 드라이잠슈타디온에서 끝난 2021~2022 분데스리가 2라운드에서 도르트문트를 상대로 선발 출전해 2-1 승리를 이끌었다.
최전방 공격수로 나선 정우영은 후반 26분 야닉 하베러와 교체될 때까지 부지런히 그라운드를 누볐다. 공격 포인트는 기록하지 못했으나 후반 8분 롤란드 설러이의 결승골의 기점 노릇을 해내며 지난 시즌 3위 도르트문트 격파의 일등공신이 됐다.
정우영의 활약상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은 그가 이번 시즌 프라이부르크의 공식전에서 모두 선발로 나섰다는 점이다. 정우영은 프라이부르크 이적 첫해인 지난 시즌 26경기를 뛰면서 4골을 기록했다. 그러나 총 출전시간이 813분으로 평균 32분에 그치며 벤치 멤버라는 위상에 머물렀다. 분데스리가 사무국이 개막 전 정우영을 벤치 전력으로 분류한 이유다.
그런데 정우영은 이번 시즌 뷔르츠부르크(3부)와의 독일축구협회(DFB) 포칼 1라운드를 시작으로 개막전에 이어 이날 경기까지 3경기 연속 선발로 출전해 주전으로 입지를 굳혔다. 정우영의 달라진 입지 변화는 남다른 성실성과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멀티 플레이어 능력이 영향을 미쳤다.
크리스티안 슈트라이히 프라이부르크 감독은 선수들에게 더 많이 뛰면서 변칙적인 전술을 펼치도록 요구하고 있는데, 정우영이 맞춤형 플레이를 보여주고 있다. 빌레펠트와의 개막전에서 시속 34.43㎞의 폭발적인 스피드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면, 압박으로 유명한 도르트문트전에선 거꾸로 활동량과 적극적인 압박으로 상대를 괴롭혔다.
최전방 공격수로 출격했지만 경기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측면 날개부터 섀도우 스트라이커까지 쉼없이 변화한 것도 그의 장점을 잘 보여줬다. 도르트문트전의 하이라이트였던 설러이의 결승골 장면에선 정우영이 측면으로 빠지면서 올린 날카로운 크로스가 투톱 파트너인 루카스 횔러의 헤딩을 거쳐 설러이의 슈팅으로 연결됐다.
정우영이 주전을 굳히는 데 필요한 마지막 숙제는 역시 골이다. 정우영은 뷔르츠부르크전에서 과감하게 때린 슈팅이 골대에 막히는 불운을 삼켰는데, 도르트문트전에선 골이 아닌 유효 슈팅조차 기록하지 않았다. 정우영이 원래 볼을 지배하는 플레이를 선호한다지만, 본업이 공격수라는 점에서 마지막 슈팅의 세밀함을 더 키울 필요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