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을 칭찬해달라는 말에 수장의 입이 쉴새 없이 움직였다.
대한항공은 19일 짜릿한 역전승을 맛봤다. 0-2를 3-2로 바꿨다. 사실 5세트도 불리한 상황이었다. 상대의 서브 공략에 8-11로 점수가 벌어졌다. 승부는 이때부터였다. 9-11에서 유광우와 임동혁의 투입, 원포인트 서버 임재영의 서브가 터졌다.
점수는 순식간에 동점. 15-15에서 삼성화재 러셀의 백어택이 곽승석 디그에 걸렸다. 한선수는 수비 된 공을 왼쪽에서 대기 중인 이준에서 쐈다. 이준은 상대 블로킹을 보고 과감하게 볼을 쳐냈다. 16-15로 세트 포인트를 가져왔고, 상대 공격 범실로 역전승을 거뒀다.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은 “볼 하나의 차이다. 그 하나가 경기 승패를 극명하게 나눴다. 이준의 공격도 주효했고, 임재영의 서브로 홈 구장을 엄청난 분위기로 바꿨다”라고 말했다.
이준은 2세트 임동혁과 교체 투입됐다. 투입된 후 곽승석-오은렬과 함께 리시브에 가담, 준수한 모습을 보였다. 공격은 5점이지만 임팩트 있는 한방을 보였다.
틸리카이넨 감독은 “서브, 공격, 블로킹, 방향을 트는 볼처리까지. 오버롤 플레이어다. 좋은 선수다. 몇 달 동안 훈련했던 걸 보여줄 좋은 기회였다”라고 칭찬했다.
이준은 올 시즌 1라운드 7순위로 대한항공 유니폼을 입었다. 홍익대 3학년 얼리 자원으로 일찌감치 프로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팀에 함께 입단한 정한용과 함께 원투펀치로 팀을 우승으로 이끌기도 했다.
이준은 15-15 상황을 떠올렸다. 그는 “중요한 순간 범실이 많아서 형들한테 죄송하게 생각했다. 그 공 하나로 만회하고자 손끝을 보고 때렸는데 운 좋게 득점으로 이어졌다”라고 회상했다.
세터 한선수는 이준의 머리를 끊임없이 쓰다듬었다. 이준은 “잘하고 있으니까 천천히 하라고 많이 다독여주셨다. 형들이나 감독, 코치님들 모두가 신인이니까 자신 있게 하고, 분위기 바꾸자고 하셨다”라고 전했다.
롤모델은 곽승석이다. 이준은 “같은 팀이기도 하고, 대한민국 대표 레프트의 표본이다. 훈련하는 모습 보면서 많이 배우고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기회가 왔을 때 잡아야 한다. 이준은 “기회는 적지만 기회가 왔을 때 확실히 뭔가를 임팩트 있게 보여주는 게 목표다”라며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