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2일 일요일 오후 4시, LG 트윈스가 케이시 켈리와 재계약을 발표했다. 원래는 월요일인 13일 외부에 알리려고 했는데 하루 전 급히 결정을 내렸다. 불필요한 잡음을 줄이려는 의도였다는 것이 LG 차명석 단장의 설명이다.
LG는 12일 4시 켈리와 인센티브 30만 달러 포함 최고 150만 달러에 재계약했다고 밝혔다. 지난해는 계약금과 연봉 포함 보장액이 100만 달러에 인센티브가 40만 달러였다. 총액으로는 10만 달러만 올라갔지만 보장액은 20만 달러가 늘어난, 켈리에게 유리한 계약이다.
켈리는 2021년 시즌을 앞두고 코로나19로 인해 수입이 줄어든 구단의 사정을 이해해 삭감안을 받아들였다. 또 시즌 중에는 아내의 출산에도 미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팀을 지키며 '로열티'를 보였다. 지난 3년간 입증한 경기력과 충성심을 바탕으로 더 나은 조건을 기대했지만 보장액을 늘리는 수준에서 현실적인 판단을 내렸다.
차명석 단장에 따르면 LG는 켈리와 재계약을 13일에 발표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아담 플럿코 영입 후 켈리-수아레즈와 재계약 협상 과정에 대한 억측이 예상 밖으로 커지자 하루라도 일찍 외부에 알리기로 했다.
LG는 KBO에 제출한 보류선수 명단에 켈리와 앤드류 수아레즈를 모두 넣었다. 재계약 제안도 두 선수에게 다 보냈다. 그러나 이 제안이 모두 한 번에 받아들여진 것은 아니었다. 여기까지는 협상의 과정으로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켈리와 달리 수아레즈의 역제안이 구단 제시액과 차이가 너무 컸다. 이미 수아레즈와 재계약이 쉽지 않겠다는 것을 예감하고 있던 LG는 발 빠르게 플럿코 영입을 추진해 결과물을 만들었다.
그런데 두 선수 모두 재계약을 추진한다고 밝힌 뒤 새 외국인 투수가 오면서 뜻밖의 상황이 발생했다. 선수들이 과도한 요구를 했다거나, 수아레즈가 아닌 켈리와도 결별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차명석 단장은 예정보다 일찍 켈리와 재계약을 알리는 쪽이 낫다고 봤다.
켈리 측에서는 "과도하거나 무리한 역제안을 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켈리의 양보로 협상 초기만 해도 진통이 예상됐던 양측의 합의가 올해 안에 마무리될 수 있었다. 차명석 단장은 "수아레즈도 좋은 투수지만 우리와 생각이 달랐던 것 같다"며 떠난 수아레즈의 건승을 바랐다.
켈리-플럿코로 원투펀치 구성을 마친 가운데 LG는 외국인 타자도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메이저리그 직장폐쇄 여파로 40인 로스터 안에 있는 선수는 영입하기 어렵다고 보고 FA 신분인 선수들로 리스트를 채웠다. 여전히 포지션에 상관없이 '잘 치는' 선수를 데려오겠다는 계획인데, 최근 몇 년과 달리 홈런에 대한 기대는 내려놓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