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경향]
12일 강원 강릉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1년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 2차전 강원FC와 대전하나시티즌의 경기. 강원이 대전을 4대 1로 이기며 1부 리그 잔류를 확정하자 최용수 감독이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시즌내내 무기력했던 2021년 강원FC의 축구는 시즌 최종전에서 그야말로 환골탈태했다. 근성으로 재무장한 강원이 K리그1(1부) 잔류에 성공했다. 단 26일 만에 가져온 극적인 변화였다.
2018년에도 FC서울을 강등 위기에서 구한 바 있는 최용수 감독을 데려온 승부수가 통했다. 최 감독이 강원의 지휘봉을 잡은 것은 지난달 16일. 당시 11위 강원(승점 39점)은 잔여 시즌 2경기를 남기고 있었다. 자동으로 K리그2(2부)로 강등되는 12위 자리의 광주FC(승점 36점)와는 승점 3점 차이에 불과했다. 11위는 K리그2 플레이오프(PO) 승리 팀과 승강 PO를 치러야 한다. 반대로 10위 FC서울(승점 43점)과도 멀지 않아 추월할 가능성도 없지 않았다.
최 감독의 강원 데뷔전은 공교롭게도 최 감독의 친정팀인 서울이었다. 많은 관심 속에 열릴 경기라는 점을 최 감독 스스로가 잘 알고 있었다. 서울을 잡으면 강등권을 벗어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자존심보다 실리를 택했다. 불과 2주도 안되는 짧은 준비 기간에 오랜 슬럼프에 빠진 팀을 바꾸는 것도 쉽지 않았다. 최 감독은 서울을 상대로 수비라인을 잔뜩 내려 상대 공세를 막는데 집중했고, 0-0 무승부를 마쳤다. 이날 강원의 수비 전술에 대해 “이길 의지가 없었다”며 실망스런 평가가 뒤따랐다.
최 감독은 당시 결정을 떠올리면서 “서울전에서 무게 중심을 앞으로 가져갔다면 승점 1점도 챙기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만약 졌다면)마지막 성남전까지 불안하게 치러야 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무승부로 끝내 승점 1점이라도 따겠다는 계산이었던 셈이다. 강원은 이날 경기에서 11위가 확정돼, 승강 PO를 치르게 됐다. 결과적으로 무리한 강등권 탈출을 노리기 보다 승강 PO행을 택해 멀리 본 최 감독의 승부수가 적중한 셈이다.
최 감독은 역시 노련했다. 강원 사령탑에 오르며 자신의 지도 스타일에도 변화를 줬다. 시즌내내 고전하는 흐름 속에 선수들의 기를 살리기 위해 평소 자신이 즐겨쓰는 ‘자극’보다는 ‘격려’라는 맞춤형 리더십으로 이끌었다. 인터뷰 때마다 “선수들을 믿는다”는 말도 자주 했다.
승강 PO 2차전을 앞두고는 “지난 경기들을 보면서 내가 하는 말에 선수들이 위축될까봐 걱정을 많이 했다. 그래서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는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춤을 출 수 있도록 부담을 주지 않았다”고 밝혔다. 강원은 이날 올해 한 경기 최다인 4골을 폭발시켰다. 팀의 세 번째 골을 넣은 강원 한국영은 “감독님과 함께 해보니 왜 좋은 평가를 받는지 알게 됐다. 세세한 것까지 신경쓰시면서,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주려고 하는 모습이 긍정적으로 다가왔다”고 말했다.
강원FC 골키퍼 이광연이 12일 강릉종합운동장에서 열린 K리그 승강플레이오프 2차전 대전하나시티즌전에서 승리한 뒤 기뻐하고 있다. 프로축구연맹 제공
입단 3년차인 22살 골키퍼 이광연을 중용한 결정도 맞아떨어졌다. 강원의 주전 골키퍼는 이범수다. 올 시즌 29경기를 뛰는 등 통산 124경기에서 골문을 지켰다. 그런데 최 감독은 강원 데뷔전부터 시즌 단 2경기에 출전했던 이광연에게 기회를 주는 모험을 택했다. 이광연은 승강 PO 2차전에서 상대 추격 의지를 꺾는 결정적인 선방을 수차례 펼쳐보이며 기대에 부응했다.
최 감독은 “이광연은 연령별 대표팀에서 최고의 경력을 쌓은 선수”라고 재능을 칭찬하며 “전날까지 골키퍼 고민을 많이 했다. 상대가 공중볼 보다 세컨 찬스를 노리는 공격을 할 것이라는 생각에 예측이 좋은 이광연을 넣었는데 잘해줬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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