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와 양현종(33)의 협상이 어긋났다. 보장액에서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협상 테이블이 닫혔다.
KIA는 14일 오후 광주에서 양현종 측과 협상을 가졌다. 장정석 KIA 단장이 직접 양현종 측 에이전트와 만났다.
양측이 협상 테이블을 차린 것은 장정석 단장이 취임하기 전부터 이날까지 4차례다. 그 사이 장정석 단장이 양현종을 만나 식사하며 교감을 나누기도 했다. 꾸준히 양측이 서로 안을 주고받았고 차이를 좁히고자 조율했다. 그러나 이날도 합의하지 못했다.
KIA는 양현종에게 상당한 규모의 안을 제시해왔다. 그러나 보장액에서 양측 의견 차가 너무 크다. 옵션이 보장액보다 더 큰 것으로 전해졌다.
KIA는 돌아온 양현종이 전처럼 던질 수 있다는 확신을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계약 규모의 절반 이상을 옵션으로 걸어 ‘안전장치’를 내세웠다. 스토브리그 시작 이후 이날까지 3건의 FA 계약이 나온 상태다. KIA가 양현종에게 제시한 보장액은 그 중 최저 수준이다.
양현종은 대단히 실망한 상태다. 이날 협상 결과에 대해 “서운하다”고 했다. 서운함의 첫번째 이유는 ‘신뢰’다.
보장액은 선수에 대한 구단의 신뢰를 직접 드러내는 지표다. 양현종은 옵션으로 총액을 맞추는 데 대해서는 동의했으나 보장액 규모가 이번 시장 최저 수준이라는 점을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KIA는 현재 FA 시장에서 태풍의 눈으로 불리고 있다. 특급으로 불리는 외야수 나성범과 적극 협상해 긍정적인 기류가 흐르고 있다. 총액 100억원을 뛰어넘어 역대 최대 규모의 계약 가능성이 나오는 중이다. 동시 협상 중인 외부 FA와 온도차가 크다는 것이 양현종의 서운함을 더하고 있다.
양현종은 KIA의 오랜 에이스다. 올해 미국에 진출해 성공하지 못하고 돌아왔으나 KBO리그에서는 여전히 최고 수준의 에이스로 기대받고 있다. 무엇보다 KIA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던 투수다. 신임 김종국 감독 역시 아직 계약하지 않은 양현종을 이미 전력에 포함시킨 채로 내년 시즌 구상을 밝히기도 했다. 장정석 단장도 양현종을 반드시 잡기 위해 식사 자리까지 마련하며 마음을 잡으려 애썼다. 그러나 KIA 구단은 거듭된 협상에도 보장액의 차이를 좁히지 못하면서 양현종과 협상을 마무리 짓지 못했다.
양현종은 그동안 오로지 KIA만 보고 있었다. FA지만 모두 사실상 KIA와 재계약 하는 선수로 보는 분위기였다. 보상금이 매우 높다는 점에서도 양현종의 이적 가능성을 고려하는 시선은 많지 않았다. 다른 구단들도 현실적으로 ‘양현종은 KIA 선수’라는 분위기 속에 부담을 느껴 접근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양현종의 시선은 이제 달라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가장 기본적인 신뢰의 차이를 좁히기 어렵다는 사실을 확인한 양현종은 이제 다른 구단과 협상 창구도 열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