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실수한 게 너무 많은 걸 알려줬어요.”
‘두목호랑이’ 이승현(30·고양 오리온)은 잔뜩 독을 품고 나왔다. 아끼는 후배 하윤기(23·수원 kt)와의 맞대결에서 한 수 위 기량을 선보인 뒤였다. 국가대표 포워드 이승현은 자존심을 세웠다.
오리온은 10일 경기도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2021-22시즌 프로농구 정규 시즌 4라운드 홈경기에서 수원 kt를 89-81로 이겼다.
이승현이 23점 9리바운드를 기록하며 팀의 골밑을 든든히 지켰다. 특히 고려대 7년 후배 하윤기에게 설욕했다. 지난달 28일 같은 장소에서 열렸던 맞대결에서 하윤기는 14득점 5리바운드 2블록으로 선배 이승현을 눌렀다. 이승현도 14득점을 올렸지만, 4쿼터 가비지 타임에 올린 득점이었다.
고려대 후배 하윤기와 맞대결에서 설욕에 성공한 오리온 이승현(왼쪽). 사진=KBL 제공이승현으로서는 단단히 마음을 먹고 나왔다. 경기 후 이승현은 “매번 최선을 다하지만 이번 경기는 좀 특별했다. 지난번 kt전에서 진 후 서동철 감독님과 (하)윤기의 인터뷰를 봤다. 이긴 팀의 여유라 생각하고 다음에 만나면 제대로 보여줘야겠다고 다짐했다. 무엇보다 동료들이 도와줘서 좋은 결과가 나왔다. 농구는 팀 스포츠이지 않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배로서 프로 세계가 만만치 않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같은 학교 후배라 애정이 있다. 그런데 실수한 것 같다. 윤기에게 너무 많은 걸 알려줬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물론 선배로서 애정은 넘쳤다. 그는 “(윤기가) kt 대체불가 선수로 성장했다. 난 경쟁상대로 이제 윤기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이승현은 가드 이대성(32)과 2대2 플레이가 돋보였다. 픽앤팝을 통한 중거리슛 정확률이 높았다. 3점슛도 성공시켰다.
다만 예전에 비해 3점슛 시도가 떨어진다는 질문에 이승현은 “내가 외곽에서 돌면 앞선이 엉킨다. 나까지 외곽슛을 쏘기보다는 4번에 맞게 인사이드에서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외곽슛은 앞선 선수들의 몫이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이대성은 “국제경쟁력을 위해서라도 (이)승현이가 3점슛을 많이 쏴야 한다. 내가 나와서 쏘라고 계속 하겠다. 오늘 통한다는 걸 충분히 보여줬다. 슈터로서 능력이 있다”고 추켜세웠다.
어쨌든 이날 승리로 이승현은 개인적인 자존심 회복과 함께 팀 3연패 탈출에도 기여했다. 부상선수가 많다지만, 최근 득점력 저조로 인해 연패에 빠졌던 오리온도 활기를 찾았다. 이승현은 “근에 우리가 득점력이 저조해서 졌다는 얘기가 있었다. 스스로 책임감을 가지고 있었다. 상대가 2대2 게임 수비를 가지고 나와도 우리는 굴하지 않고 계속 2대2를 해서 못 막게 만들어야 한다. 그게 오늘 잘 드러난 것 같다. 저와 대성이 형 모두 책임감을 가지고 경기를 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