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꿈치 보호대에 구멍이 날 정도 뛴다. 현대캐피탈 리베로 박경민 이야기다.
1999년생 박경민은 2020년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4순위로 현대캐피탈 지명을 받았다. 이제 두 번째 시즌이다. 현대캐피탈의 주전 리베로로 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올 시즌 박경민은 22경기 87세트 출전해 리시브 1위(효율 55.36%), 디그 1위(세트당 2.621개)를 차지했다. 리시브와 디그를 합한 수비 부문에서도 단연 1위다. 뒤를 이어 곽승석(대한항공), 오재성(한국전력), 정민수(KB손해보험), 백광현(삼성화재) 등이 순위에 랭크됐다.
팀 내 리시브 점유율은 27.75%다. 디그 점유율은 26.49%, 디그 성공률은 무려 75.5%에 달한다.
빠른 발이 그의 강점이다. 박경민과 함께 고교시절 대표팀에서부터 호흡을 맞춰온 윙스파이커 김선호, 리그 정상급 윙스파이커 전광인의 리시브 라인을 탄탄할 수밖에 없다.
최태웅 감독은 “배구 센스, 배구 지능이 정말 좋다. 발이 빨라서 스피드가 좋다. 다른 선수들보다 빠르다. 빠른 발과 배구 지능이 높아서 공이 올 수 있는 낙후 지점에 몸이 잘 따라가는 것 같다”고 평을 내렸다.
리베로 중에는 리시브 혹은 디그 중 한 부문에만 뛰어난 선수들도 있다. 이에 최 감독은 “경민이는 리시브와 디그 둘 다 탁월하게 잘하고 있다. 작년에는 리시브에서 힘들었던 건 상대가 어떤 서브를 구사하는지 적응하는 단계였기 때문이다. 올해는 작년 경험을 토대로 리시브도 좋아지고 있는 것 같다”며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박경민은 2017년 U-19 세계선수권대회 4강 멤버다. 당시 한국은 24년 만에 4강 진출에 성공한 바 있다. 박경민을 포함해 아포짓 임동혁(대한항공), 윙스파이커 임성진(한국전력)과 김선호, 김우진(삼성화재), 세터 최익제(국군체육부대) 등과 함께 값진 경험을 했다. 이전에도 최 감독은 "국가대표는 다르다"며 박경민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낸 바 있다.
지난 시즌 패배 속에 경험을 얻은 박경민과 김선호는 올 시즌 외국인 선수가 없는 상황에서도 후위를 든든하게 지켰다. 현대캐피탈은 팀 수비에서도 1위를 달리고 있다.
박경민은 자신의 수비 1위 비결에 대해 “자신감 있게 수비하는 게 1번이라 생각한다. 자신감이 제일 좋았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리시브 향상 이유로는 “개인 훈련을 할 때도 정확도를 올리려고 한다. 양쪽 측면 리시버랑 사인하면서 합이 잘 맞았던 것이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했다.
김선호와의 호흡도 찰떡이다. 박경민은 “고교 때부터 대표팀에서 같이 해왔고, 오래한 만큼 잘 맞는 것 같다. 서로 사인을 하지 않아도 느낌으로 잘 맞는 그런 게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12월 말에는 전광인이 군 전역 후 팀에 합류했다. 박경민은 “처음에는 어색하고 합도 안 맞았다. 선배이다 보니 함부로 말도 못하고 그랬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이어 “점점 잘 맞아가고 있다. 많이 얘기를 한다. 광인이 형이 ‘괜찮으니깐 먼저 얘기해라’라고 말해주셨다. 내가 진두지휘하고 있다”고 힘줘 말했다.
다이빙 수비도 잦은 박경민이다. 직전 경기인 KB손해보험전에서는 팔꿈치 보호대에 구멍이 나기도 했었다. 그는 “다이빙하면서 넘어지다 보니 찢어진다. 한 달에 한 번씩 바꾸는 편이다. 그 때는 배송을 시켰는데 늦게 왔다”며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끝으로 박경민은 “1위 욕심은 당연히 난다. 순위가 떨어진다고 해서 부담스러운 건 없지만 시즌 끝날 때 1위로 마무리했으면 한다”며 굳은 결의를 드러냈다.
올 시즌 도중 박경민은 53경기 만에 역대 통산 디그 500개를 달성한 바 있다. 역대 87호 기록이다. 공교롭게도 리그 역대 최다 디그 기록의 주인공은 같은 유니폼을 입고 있는 여오현이다. 리그 원년 멤버인 여오현은 562경기 2017세트 출전, 디그만 5121개를 성공시켰다. 박경민도 1호 기록을 향해 전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