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가 사람을 바꾼다’는 소리가 옛말로 취급되는 요즘 시대. 하지만 지난해 한화의 깜짝 복덩이였던 김태연(25)은 군대를 다녀온 뒤 완전히 다른 선수가 됐다.
지난 2017년 1군 데뷔전에서 리그 최초로 데뷔 첫 타석 초구 홈런 진기록을 썼던 김태연은 그러나 2019년까지 3년간 1군 45경기 타율 1할3푼7리 1홈런 4타점의 성적을 남기고 현역으로 입대했다. 경기도 파주의 1사단 전차대대 탄약병으로 복무한 뒤 지난해 5월 전역했다.
군대에서 돌아온 김태연은 체중을 무려 15kg 뺐다. 입대 전 프로필이 178cm 99kg으로 살집이 꽤나 있는 편이었지만 군살이 사라졌다. 김태연은 “군대는 사회와 다르게 시간대에 맞춰 규칙적인 생활을 해야 한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게 생활화되면서 도움이 됐다”고 돌아봤다. 식단 조절을 하고, 웨이트 운동도 열심히 하면서 날렵한 몸으로 바뀌었다.
지난해 7월 올림픽 휴식기 때 치러진 자체 연습경기에서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의 눈에 든 김태연은 후반기 한화에 새 바람을 일으켰다. 53경기 타율 3할1리 53안타 3홈런 34타점 34볼넷 5도루 출루율 .418 장타율 .420 OPS .828로 깜짝 활약을 했다. 현역 복무로 2년가량 실전 공백이 있던 선수라곤 믿기지 않는 적응력이었다.
김태연은 “7월 연습경기 때 정말 절실했다. 수베로 감독님한테 처음 보이는 자리여서 도루도 많이 하고, 보여줄 수 있는 것을 다 보여주려 했다”며 “1군 올라가서도 그 정도로 할 줄 몰랐다.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생각보다 빨리 1군에 올라갔고, 최대한 적응하기 위해 야구 생각만 계속 했다”고 돌아봤다.
9월18일 대전 롯데전에서 볼넷 5개 포함 6출루 경기를 할 만큼 선구안이 돋보였다. 김태연은 “조니 워싱턴 타격코치님과 추구하는 방향이 잘 맞았다. 제가 생각한 존에 벗어난 공은 건드리지 않으려 했다”며 올해 스트라이크존 위아래 확대에 대해 “존이 넓어진다고 해서 투수가 그 끝으로 다 던질 수 있는 건 아니다. 저만의 존을 그려놓고 투수의 실투를 놓치지 않기 위해 집중하겠다”고 답했다.수비에서도 내외야를 넘나드는 멀티맨으로 가치가 높다. 지난해 주 포지션 3루수 외에 2루수, 우익수, 좌익수 등 4개 포지션을 넘나들었다. 올해는 팀 구성상 외야 한 자리에 고정되는 게 이상적인 그림. 우익수로 나선 지난해 10월5일 대전 두산전 9회 2사에서 동점 주자의 홈 득점을 막는 끝내기 보살로 외야 수비에 자신감을 얻었다.
김태연은 “그날 보살로 ‘내가 외야에 있어도 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외야도 해볼 만할 것 같다. 타구 판단이 어렵긴 했지만 큰 실수는 없었다. (9월22일 대전 LG전에서) 펜스와 부딪치기도 했지만 트라우마는 없다. 펜스와 거리도 어느 정도 익혔다”며 “팀이 필요로 하면 어느 자리든 좋다. 그래도 어느 한 군데 자리를 잡아 꾸준히 나가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외야 붙박이 의지를 드러냈다. 다만 코칭스태프가 여러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는 만큼 캠프에선 내외야 글러브는 물론 1루 미트까지 가져갈 생각을 하고 있다.
지난해 활약으로 김태연을 바라보는 주변 기대치도 달라졌다. 하주석, 정은원, 노시환과 함께 한화 리빌딩의 핵심 멤버로 분류된다. 그는 “팬들이 기대해주셔서 감사하다. 기대에 부응할 수 있게 열심히 준비하겠다”며 “안 다치고 풀타임으로 나갔을 때 어떤 기록일지 궁금하다. 욕심은 크게 잡고 있다. 3할 타율도 쳐보고 싶고, 홈런 20개도 쳐보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