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시즌 KBL에서 가장 뜨거운 선수를 꼽으라면 단연 원주 DB 허웅(29·186㎝)이다. 올스타전 인기투표에서 16년 만에 10만표 득표를 넘어선 것을 비롯 이상민 전 삼성 감독이 현역시절 기록했던 12만 354표까지 깨트리며 역대 최다 득표 기록을 세우는 등 ‘KBL 아이돌’로서 농구인기를 선봉에서 이끌고 있다. ‘허웅 때문에 오빠부대가 부활하고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을 정도다.
프로 스포츠에서 스타 파워가 보여줄 수 있는 여러 가지 효과를 여실히 증명중이다.
물론 허웅이 단순히 인기만 많은 선수였다면 지금처럼 높은 주목을 받지 못했을 것이다. 허웅이 대단한 점은 자신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는 가운데서도 오직 농구에만 집중하며 더욱 실력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시즌까지만해도 ‘인기에 비해 실력에서는 2%아쉬운 선수다’는 이미지도 있던게 사실이다. 친동생이자 국내 최정상급 가드인 수원 kt 허훈(26·180㎝)과의 상대적 비교에서도 열세에 있었다. 허웅이 못했다기보다는 허훈이 너무 잘했던 탓이 크다. 이래저래 부담도 클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허웅은 스트레스 카드를 버리고 성장 카드를 꺼내들었다. 적어도 올시즌만 놓고보면 동생과도 충분히 겨뤄볼만한 위치까지 올라섰다.
올시즌 37경기에서 평균 15.86득점(전체 8위, 국내선수 2위), 4.16어시스트, 2.65리바운드를 기록하며 개인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내고있는 허웅은 모든 부분에서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커리어 초창기에는 단순히 받아먹는 슈터 이미지가 강했으나 시즌을 거듭할수록 전천후 공격수로 탈바꿈하고 있는 모습이다.
장기인 3점슛은 물론이거니와 과감한 돌파에 미들슛까지 공격 옵션이 한층 넓어졌다. 이제 허웅은 과거 부친 허재가 선수시절 그랬듯 어느 한쪽을 예상하고 막을 수 없는 선수가 됐다. 더불어 눈에 띄는 것은 어시스트다. 통산 평균 2.88어시스트를 기록중인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의 어시스트 능력은 나쁘지 않은 수준 정도였다.
하지만 올시즌에는 4점대에 들어서며 슈팅가드로서 최상급 도움능력을 뽐내고 있다. 예전에는 자기공격 위주로 봤다면 현재는 시야가 한층 넓어졌다. 돌파를 하면서도 동료들의 움직임을 놓치지않고 있으며 오버, 바운드 등 상황에 맞춰 받기 편한 패스를 건네준다. 수비수 사이를 뚫고 송곳처럼 찔러주는 킬패스도 일품이다. 그로인해 수비는 허웅을 막기 더욱 어려워졌고 득점력까지 동반상승하는 시너지를 누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허웅은 현재 웃지 못하고 있다. 본인은 전성기에 들어섰으나 소속팀은 부진을 면치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허웅이 속해있는 DB는 현재 16승 21패(승률 0.432)에 그치고 있다. 베테랑 가드 박찬희에 국가대표급 빅맨 강상재, 김종규가 버티고 있는 것을 감안했을 때 예상밖 성적이다.
DB팬들 역시 ‘저런 멤버로 중하위권 성적에 그치고 있는 것은 문제가 많다’며 분통을 터트리고있는 분위기다. 상위권팀에 비해 외국인선수의 활약이 기대에 못미치고 있음을 감안해도 아쉬운 것이 사실이다. 일반적으로 노련한 1번과 강력한 빅맨자원이 있으면 2번이 혜택을 받는 경우가 많다. 질좋은 패스가 들어오고 리바운드 단속이 잘되기 때문이다.
허웅은 그런 효과를 전혀 누리지 못하고 있다. 박찬희는 여전히 노련한 플레이를 보여주고 있지만 결정적으로 슛이 너무 약하다. 때문에 상대팀에서 수비시 버리는 카드가 된지 오래다. ‘트리플 포스트’로까지 불리는 골밑은 신장만 높을뿐 상대를 힘과 높이로 압박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원활하게 볼이 돌아가지도 않을 뿐더러 악착같이 골밑에서 몸싸움을 하는 선수도 없다. 그러다보니 시너지는 커녕 역할이 중첩되면서 마이너스 효과가 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프로 초창기 김인건 감독이 이끌던 SBS(현 KGC)는 표필상, 데니스 에드워즈, 리온 데릭스를 앞세운 ‘트리플 포스트’를 통해 호성적을 기록한 적이 있다.
표필상은 사실상 백업 센터로 주로 뛰던 선수였다는 점에서 현재 DB보다 높이도 이름값도 떨어졌지만 효율은 훨씬 좋았다. 포인트센터 데릭스가 노련한 리딩으로 교통정리를 해주는 가운데 에드워즈는 득점에 주로 집중했다. 여기서 집중할 것은 표필상의 역할이다. 그는 몸놀림도 느리고 기술적으로도 우수한 선수가 아니었다. 하지만 본인이 가장 잘하는 몸싸움을 통해 궂은 일을 주로 담당하며 나머지 선수를 살려주었다. 조화를 통해 본인들이 낼 수 있는 최대한의 힘을 끌어낸 좋은 예다.
현재의 DB는 허웅을 제외한 전포지션이 슬럼프에 빠져있다고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주전 선수들이 이름값을 제대로 못해주고 있다. 허웅마저 집중견제에 시달리다보니 최근에는 지친기색이 역력하다. 전성기에 오른 토종 에이스를 보유하고도 거기에 걸맞는 성적이 나오지 못하고 있는지라 지켜보는 팬들 입장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물론 아직 시즌은 끝나지않았다. 여전히 반전의 기회는 남아있다. 향후 남은 경기에서 DB가 ‘반격의 수’를 꺼내들 수 있을지 지켜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