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사령탑이 다 있을까. 선수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경기 중 가위바위보를 하는 사령탑이 있다. 신영철(58) 우리카드 감독이 세터 하승우(27)를 위해 나섰다.
우리카드는 8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2021~2022 도드람 V리그 남자부 5라운드 한국전력과 경기서 세트 스코어 3-1(20-25, 27-25, 25-18, 25-17)로 승리하며 2위 KB손해보험과 격차를 1점으로 좁혔다.
무려 블로킹 20개를 잡아내며 높이에서 강점을 보인 우리카드다. 다만 1세트는 흔들렸다. 2세트부터 안정감을 찾은 우리카드는 내리 세 세트를 따내며 한국전력전 5전 전승을 일궈냈다.
우리카드가 초반 어려움을 겪었던 이유는 주전 세터 하승우가 흔들렸기 때문이다. 토스 미스가 자주 나왔고, 공격수와 호흡이 맞지 않으면서 득점으로 연결되지 않았다. 다행히 그는 2세트 막판 안정감을 찾으며, 안정적인 토스를 올려줬다. 특히 결정적인 순간 블로킹으로 5득점하며 공격을 풀어나갔다. 센터 김재휘(6득점) 다음으로 많은 수치다.
경기 중 신영철 감독은 흔들리는 하승우를 데리고 선수단을 빠져나와 일대일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포착됐다. 경기가 잠시 끊어졌을 때는 어깨도 주물러주는 등 하승우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노력했다.
신영철 감독은 "오늘 (하)승우가 흔들렸다. 농담도 하고, 가위바위보 하면서 풀어줬다. 벤치로 나왔을 때도 승우를 어떻게 편안하게 해줄 지 고민하며 장난을 쳤다. 본인이 토스하다 보면 안 되다 보니 긴장한다. 그러면 자신감이 떨어지고 공이 점점 낮아진다. 경기하는 것을 보니 오늘 0-3으로 졌다고 생각했다"면서 "어떻게든 풀어나가야 한다. 안 될 때 배구 이야기를 하면 귀에 더 안 들어온다. 릴렉스해주는 것도 심리적인 면에 있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데 가위바위보는 정작 이기더라"며 웃어보였다.
신 감독은 "시대가 많이 변했다. 승우만의 성격이 있고 다르다. 지도자들은 심리적으로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 자꾸 안된다고 하면 자신감이 떨어진다. 그 선수가 좋아하는 것으로 풀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승우 본인도 사령탑의 노력에 감사함을 전했다. 하승우는 "감독님이 그렇게까지 노력해주는 모습을 처음 봤다. 그걸 보고 나도 코트에 들어가서 풀어보려고 했다"고 말했다.
현재 하승우의 가장 큰 고민은 토스 컨트롤이다. 하승우는 "토스 미스가 많이 나온다. 그래서 경기력이 최근 나오지 않았다. 잘될 때는 생각을 많이 하지 않고 하는데, 미스가 나오다보니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생각이 많아지고 경기력이 들쑥날쑥해지는 것 같다"고 짚은 뒤 "오늘도 그랬는데, 공격수들이 잘 풀어줬고 블로킹이 많이 나오면서 이길 수 있었다"고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