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개막 5경기 만에 타격 순위의 맨 꼭대기를 점령했다. 성적표도 어마어마하다. 타율 .563, 출루율 .611, 장타율 .750. 안타를 벌써 9개를 쳤고 시즌 1호 홈런도 신고했으며 타점 3개도 수확했다. 과연 누구의 성적표일까. 놀랍게도 바로 LG 문보경(22)의 성적표다.
문보경은 지난 해 1군 무대에 데뷔, 107경기에 나섰고 타율 .230 8홈런 39타점을 기록하며 경험치를 쌓았다. 특히 두산과의 준플레이오프에서 보여준 절정의 타격감은 차기 시즌을 향한 희망을 남긴 것과 다름 없었다. 문보경의 준플레이오프 타율은 .462에 달했다.
하지만 문보경을 위한 자리는 없는 듯 보였다. 문보경의 주 포지션은 3루수이고 1루수도 겸할 수 있다.
LG가 지난 시즌을 마치고 새로 영입한 외국인타자 리오 루이즈의 주 포지션이 3루수였으니 문보경의 입장에서는 그리 달갑지 않은 소식이었다. 이미 LG에는 김민성이라는 베테랑 3루수가 있어 주전 경쟁이 쉽지 않은데 새 외국인타자 마저 3루수가 왔으니 주전으로 뛸 확률은 더 낮아질 수밖에 없었다.
루이즈는 중장거리형 타자로 안정감 있는 수비력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LG에 입단했다. 문보경도 루이즈를 보면서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문보경은 스프링캠프에서 루이즈를 지켜보며 "솔직히 공격과 수비 모두 정말 잘 한다. 수비할 때는 핸들링이 확실히 좋다. 나도 따라해보려고 했는데 잘 안 되더라"고 말했다. 인정할 것은 인정한 것이다.
여기에 LG는 외부 FA 영입까지 감행했는데 바로 국가대표 1번타자로 활약한 박해민을 영입한 것이었다. 박해민은 국내 최고의 외야 수비 능력을 자랑하는 선수. 당연히 박해민이 중견수를 꿰차고 중견수를 봤던 홍창기는 우익수로 옮기는 시나리오가 그려졌다. 그렇다면 우익수 채은성의 포지션은? 1루수로 이동이 결정됐다. 팀내 타선에서 차지하는 채은성의 비중을 생각하면 문보경의 주전 가능성은 '제로'에 가까웠다.
LG로서는 우승에 한 발짝 다가서기 위해 전력보강에 나선 것이었지만 문보경에게는 청천벽력과 같은 일이었다. 그러나 문보경은 좌절하지 않았다. 스프링캠프 당시 "나 자신부터 준비를 잘 해야 한다. 작년에 안 좋았을 때 모습을 영상으로 확인하면서 보완하고 있다. 정확하게 치려고 생각 중이다. 꾸준히 잘 치는 선수가 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던 그다. 이호준 LG 타격코치도 "정확하게 컨택트를 하는 것이 먼저"라고 문보경에게 정확도를 키울 것을 요구했다.
전력보강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았던 문보경은 시범경기에서 타율 .351 1홈런 4타점으로 맹타를 휘둘렀고 개막 두 번째 경기부터 꾸준히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채은성은 개막 2연전을 치른 뒤 허리 통증이 있어 1군 엔트리에서 빠졌다. 루이즈는 정상 출전하고 있으나 시범경기에서 타율 .194로 타격감이 좋지 않았던 탓에 7번타자로 시즌을 출발해야 했고 지금도 타율 .105로 부진하고 있다. 안타 2개가 모두 단타여서 장타율도 .105로 허덕이고 있으며 타점도 없다.
상황이 이러니 LG는 타격감이 좋은 문보경을 중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루이즈가 타격감을 끌어 올리지 못하면서 7번 타순에서 오르지 못하고 있는 반면 문보경은 이제 중심타선에 들어가도 위화감이 없을 정도로 맹타를 휘두르는 중이다. LG가 개막 5연승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이유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