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0년 벤투호와 김학범호의 이벤트 매치 명단발표 후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는 파울루 벤투(왼쪽) 축구대표팀 감독과 김학범 당시 올림픽대표팀 감독. /사진=대한축구협회"옆 나라 일본이 참 부럽습니다."
지난해 5월 김학범(62) 당시 올림픽대표팀 감독의 '작심 발언'이었다. 2020 도쿄 올림픽을 불과 두 달 앞두고 열린 가나와의 평가전 명단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장에서였다. 일본을 향한 부러움의 이면엔 벤투호를 향한 불만이 섞였다. 올림픽을 앞두고 최정예를 소집하고 싶었지만 일부 선수들이 A대표팀에 차출되는 바람에 최정예를 소집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의 표현이었다.
당시 파울루 벤투(53·포르투갈) 감독이 이끄는 A대표팀 역시 2022 카타르 월드컵 2차 예선을 앞두고 있었다. 앞서 김 감독이 A대표팀에 '통 큰 양보'를 부탁한 바 있지만, 벤투 감독은 원두재(울산)나 이동경(샬케04·당시 울산) 송민규(전북·당시 포항) 등 올림픽대표팀 주축들을 A대표팀에 발탁했다. 이강인(마요르카·당시 발렌시아) 정도만이 벤투호 대신 김학범호로 차출된 정도였다. 그나마 이동경 원두재는 김학범호의 가나 평가전 2차전엔 출전했지만 이마저도 A대표팀 일정을 모두 소화하고 소집에서 해제된 뒤였다.
김 감독은 당시 "A대표팀의 결정은 일단 수용하겠다. 월드컵까지 가서 좋은 성적을 내길 빌겠다"면서 "중재는 모든 분들이 나서서 했지만 A대표팀 우선이라는 원칙은 바뀌지 않았다. 문화 차이인 것 같다. 일본은 와일드카드 포함 모든 선수가 완전체로 평가전을 준비하고 있다. 상당히 부럽다"고 꼬집었다. 반면 벤투 "지극히 자연스럽고 정상적인 절차를 거쳤다"고 강조했다. 그야말로 A대표팀과 U-23 대표팀 간 '불협화음'이었다.
카타르 월드컵 최종예선을 결산하고, 월드컵 조 추첨에 대한 소감 등을 밝힌 미디어 간담회가 열린 7일 파주 NFC. 벤투 감독은 당시의 불협화음을 사전에 막기라도 하려는 듯 직접 '제안'에 나섰다. 그 사이 U-23 대표팀 감독이 바뀌면서 이제는 황선홍(54)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는데, 오는 6월과 9월에 있을 대표팀 중복 차출에 대한 문제를 먼저 큰 틀에서 제안에 나선 것이다.
파울루 벤투(왼쪽)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 감독이 7일 파주NFC에서 진행된 월드컵 최종예선 결산 및 월드컵 조 추첨 미디어 간담회에 참석해 답변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실제 올해 6월과 9월엔 그야말로 벤투호와 황선홍호 모두 중요한 일정들이 겹쳐 있다. 월드컵 본선을 준비하는 벤투호는 6월 국내 A매치 4연전과 9월 2차례 평가전이, 황선홍호는 6월 AFC(아시아축구연맹) U-23 아시안컵과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각각 예정돼 있다. 황선홍호는 두 대회 모두 '타이틀'이 걸려 있는 대회이긴 하지만, 벤투호 역시 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치르는 마지막 담금질 기회라는 점에서 허투루 보낼 수 없는 시간들이다.
이날 미디어 간담회에서도 관련 질문이 나왔는데, 벤투 감독이 직접 의사를 밝혔다. 6월엔 A대표팀에 무게를 두되, 9월 아시안게임에서는 반대로 최대한 선수들의 아시안게임 대표팀 차출에 협조하겠다는 취지로 읽혔다.
벤투 감독은 "A대표팀은 6월과 9월에 A매치 일정이 있다. U-23 대표팀도 같은 시기에 대회가 있다"면서 "6월엔 A매치 4경기가 예정돼 있다. 바쁜 일정에다 상대팀 퀄리티를 생각하면 많은 수의 선수들을 소집해야 한다. 유럽은 시즌이 끝난 상황이라 지쳐있는 선수들도 있을 것 같다"며 6월 A대표팀 명단에 무게를 두고 싶다는 뜻을 완곡히 밝혔다.
대신 벤투 감독은 "9월에 있을 아시안게임은 하나의 대회가 아니라 선수 인생에 중요한 의미가 있다는 걸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통한 선수들의 병역 특례 중요성을 잘 알고 있는 만큼 그때는 와일드카드나 선수 차출 등에도 협조할 의향이 있다는 뜻으로 해석이 가능했다. 9월이 벤투호의 월드컵 전 마지막 평가전 일정이라는 점에서 그야말로 '통 큰 양보'가 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벤투 감독이 강조한 것은 예전과 비교해 소통이 더 개선돼야 한다는 점이었다. 그는 "과거보다는 커뮤니케이션이 더 개선돼야 한다. 더 많은 대화를 통해 최선의 선택을 찾아야 한다"며 "좋은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모두에게 최선의 해결책을 찾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적어도 대표팀 간 불협화음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지난해보다는 더 많은 소통이 필요하다는 의미였다. 황선홍 U-23 감독에게 건넨 제안이자, 축구협회를 향한 메시지이기도 했다.
파울루 벤투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 감독이 7일 파주NFC에서 진행된 월드컵 최종예선 결산 및 월드컵 조 추첨 미디어 간담회에 참석해 답변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