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제공=트위터
[포포투=김환]
이게 진짜 교란작전이다. 호주의 골키퍼인 앤드류 레드메인이 우스꽝스러운 춤으로 상대를 당황하게 했고, 심리전에서 승리해 조국을 월드컵으로 이끌었다.
호주는 14일 오전 3시(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에 위치한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대륙간 플레이오프에서 페루와 0-0 무승부 이후 승부차기 끝에 5-4로 승리했다. 이로써 호주는 카타르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지었다.
레드메인은 승부차기가 시작되기 직전 매튜 라이언과 교체되어 그라운드를 밟았다. 이른바 '승부차기 전용' 골키퍼였던 것이다. 그런데 레드메인이 갑자기 이상한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골문 앞에 선 레드메인은 상대를 바라본 채로 팔다리를 쭉쭉 뻗으며 우스꽝스러운 춤을 췄다.
키커의 집중력을 흐트러뜨리려는 의도였다. 레드메인의 춤사위를 바라보던 페루의 루이스 아드빈쿨라는 무언가에 홀린 듯 공을 왼쪽으로 찼고, 레드메인도 같은 방향으로 다이빙해 막아냈다. 레드메인의 선방과 동시에 호주는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했고, 호주 선수들과 벤치는 얼싸안으며 기쁨을 나눴다.
이 장면을 지켜본 팬들은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레드메인의 행동은 곧바로 SNS상에서 화제가 됐고, 많고 다양한 반응을 불러 모았다. 대부분은 승부차기에서 춤을 춘 레드메인의 행동이 재밌다는 의견이었지만, 몇몇 사람들은 너무 지나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하기도 했다.
사실 별 문제는 없다. 페널티킥은 키커와 골키퍼의 일대일 심리전으로서, 유리한 쪽은 막는 쪽보다 차는 쪽이다. 많은 골키퍼들이 이전부터 비슷한 방식으로 상대를 집중하지 못하도록 방해했다. 과거 리버풀에서 활약했던 예지 두덱이 대표적이다. 두덱은 페널티킥을 선방할 때 무릎을 빙빙 돌리는 선수로 유명했다.
키커도 마찬가지다. 페널티킥을 차는 선수들은 곧바로 차는 대신 공에게 달려가는 스텝을 꼬아서 골키퍼를 혼란스럽게 하거나, 디딤발로 공을 차는 등 다양한 방법을 사용해 페널티킥 성공률을 높인다.
영국 'BBC'의 스포츠 전문 기자인 존 베넷도 자신의 SNS를 통해 "레드메인이 보여준 익살스러운 행동에 대해 많은 논쟁이 일고 있다. 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유리한 쪽은 차는 선수이고, 골키퍼는 선방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해야 한다"라며 레드메인의 행동을 옹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