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경태는 어머니랑도 통화를 해봤는데, 아쉽죠 구단도."
최근 두산 베어스 유망주 2명이 차례로 유니폼을 벗었다. 지난달 8일에는 내야수 황경태(26), 11일에는 우완 유재유(25)가 은퇴를 선언했다. 한 달 사이에 나이 20대 중반인 상위 지명 출신 선수 2명이 연달아 야구를 그만두겠다고 찾아오니 구단은 아쉬운 마음이 클 수밖에 없었다.
황경태는 대구상원고를 졸업하고 2016년 2차 2라운드 16순위로 두산에 입단해 유격수 유망주로 기대를 모았던 선수다. 타격은 보강이 필요해도 수비 하나만큼은 확실하다는 평가를 받은 선수였다.
그런데 2019년에 현역으로 군대를 다녀온 게 선수 개인적으로는 독이 됐다. 전역 후에는 팔꿈치 수술을 받으면서 사실상 3년 가까이 실전 공백이 생겼다. 지난해 1군 1경기 교체 출전에 그친 뒤 한번도 1군의 부름을 받지 못한 것도 선수 생활 연장 의지를 꺾는 계기가 됐다. 나이는 20대 후반을 향해 가는데, 후배들을 밀어내지 못한다는 생각이 스스로 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황경태는 1군 통산 30경기, 타율 0.214(14타수 3안타), 9득점이라는 성적을 남겼다.
두산 관계자는 "경태는 수비 쪽에서는 굉장히 장점이 많은 선수였다. 군대를 현역으로 다녀오고, 또 팔꿈치 수술을 받으면서 3년 공백기를 보내면서 온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것 같다. 전민재, 권민석, 박지훈, 오명진, 이민석, 신민철 이런 후배들이 경쟁을 하면서 치고 올라오는데, 자기가 장점이라 생각했던 수비까지 마음처럼 안 되다 보니 그런 마음을 먹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태가 면담을 신청했을 때 어머니와도 통화를 했다. 경태가 지난해 시즌을 마치고부터 어머니께 '마지막으로 1년 최선을 다해보겠다'고 그랬다고 하더라. 올해 1년을 최선을 다해보겠다고 했는데, 본인이 한계를 조금 더 빨리 느낀 것 같다"고 덧붙였다.
유재유는 충암고를 졸업하고 2016년 2차 1라운드 7순위로 LG에 입단한 기대주였다. 두산은 2018년 시즌을 앞두고 LG와 FA 계약한 외야수 김현수의 보상선수로 유재유를 지명했다. 2018년 당시 나이 21살에 불과했고, 1라운드 출신 투수인 만큼 팀에 데려와 잘 육성하면 장기적으로 마운드에 보탬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어깨 부상이 끝내 발목을 잡았다. 유재유는 어깨 상태가 안 좋은 걸 참아가며 선수 생활을 이어 오고 있었는데, 올해 2월부터 급격히 상태가 더 안 좋아져 애를 먹었다. 주사 치료 등 여러 방법을 동원해 재기를 노렸지만, 최근 선수 스스로 한계를 느끼고 구단에 임의해지 공시를 요청했다. 유재유는 1군 통산 19경기, 2패, 21⅓이닝, 평균자책점 8.86으로 커리어를 마감했다.
유재유의 재활 과정을 옆에서 지켜본 두산 관계자는 "(유)재유는 정말 여러 가지 시도를 다 해봤다. 그렇게 했는데도 어깨가 정상적으로 투구하기 어렵다고 스스로 판단한 것 같다. 마지막에는 KADA(한국도핑방지위원회)에 신청을 해서 주사 치료까지 받았다. 한 번 반려됐다가 재신청까지 해서 허가를 받아 치료를 했는데도 '주사를 맞고 나서 공을 던져보니까 예전처럼 어깨에 힘이 안 들어간다'고 하더라"고 밝혔다.
이어 "재유가 도저히 재활을 더 할 자신도 없고, 다른 일을 해보겠다고 했다. 올해 2월 캠프 때부터 계속 아팠고, 사실 올해뿐만 아니라 그 전부터 안 좋아서 그런 시간이 꽤 오래됐다. 허가를 받아서 약까지 다 써봤는데도 안 될 것 같으니 은퇴를 결심한 것 같다"며 선수만큼이나 아쉬워했다.
이제 나이 20대 중반인 선수들이 유니폼을 벗겠다고 하면 구단은 아쉬운 마음이 크다. 신인 때부터 이들을 지켜본 관계자들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실제로 두 선수가 면담하려 왔을 때 구단 측은 한번 더 생각해볼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래도 두 선수는 결심이 확고했고, 구단은 두 선수가 끝에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과정을 쭉 지켜봤기에 뜻을 존중해줬다. 새로운 도전을 선택한 두 선수의 앞날이 더더욱 밝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