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 버그와 이와 관련된 판정으로 인해 피해를 입고 있는 팀들이 속출하고 있다. LCK 측은 규정집에 입각한 판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있지만 많은 논란을 야기하며 사람들을 납득시키지 못하고 있다. 오랜 시간 LCK의 교과서처럼 분류되어 왔던 규정집의 검토가 필요한 시기다.
가장 큰 논란은 지난 13일, 한화생명과 T1의 1라운드 경기에서 발생했다. 2세트에서는 ‘구마유시’ 이민형의 룬 세팅 버그가 발생했다. 그러나 LCK 측은 선수가 즉각적인 어필을 하지 않았고 경기에 치명적인 영향을 사유가 아니라고 판단해 그대로 경기를 속행했다. 3세트에는 ‘오너’ 문현준의 소환사 주문 ‘강타’의 재사용 시간 버그가 발생했고, 심판진은 4분 후 경기를 중단시킨 후 경기를 이전 시간으로 되돌리는 ‘크로노브레이크’를 선언했다. 4분 동안 5킬을 가져가며 경기의 주도권을 가져갔던 T1은 초반 단계로 돌아가 다시 경기를 치러야했다.
경기가 끝난 후 T1은 공식적으로 이의를 제기했다. “심판진의 결정에 동의하지 못한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또한 “동일한 실수가 반복되지 않고 보다 효율적인 판정제도가 도입될 수 있도록 LCK와 협력해 나가겠다”는 메시지를 덧붙이며 심판진의 판정이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생각을 알렸다. 같은 날 LCK도 공식 안내문을 통해 자신들의 판정이 규정에 입각한 것이라는 사실을 밝혔다. 그러나 선수들과 기다림에 지친 팬들을 납득시킬 수는 없었다.
20일 치러진 DK와 농심의 2세트 대결에서도 재경기가 진행됐다. 농심의 서포터 ‘에포트’ 이상호의 점멸이 활성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심판진은 크로노브레이크를 통해 상황을 되돌리려 했지만 기술적 오류로 인해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DK가 큰 폭으로 이기고 있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판정승을 궁금해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규정집 상 판정승은 20분 이후부터 가능하기 때문에 DK는 밴픽 단계부터 경기를 다시 치러야했다.
그러나 판정승이 가능한 상황이었다고 하더라도 판정승이 주어졌을지는 미지수다. DK가 판정승의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했고, 판정승은 심판진의 판단으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해당 경기 이후 LCK는 문제의 주 원인이었던 ‘마법공학 점멸’을 ‘금지 사항’에 포함시켜 같은 상황이 다시 발생하는 것은 미연에 방지했다.
23일 치러진 프레딧과 T1의 2세트 경기에서도 '케리아' 류민석의 룬 버그가 발생했다. 노틸러스를 플레이한 류민석은 보조 룬으로 '우주적 통찰력'을 선택했지만 '완벽한 초시계'가 선택된 것. 경기는 '기록 게임' 이후 중단됐기 때문에 T1의 재경기 요청은 받아들여지지 않고 속행됐다.
규정의 수정은 불가피해보인다. 현 규정집 안에서 선수와 심판진은 서로 다른 이유로 경기를 쉽게 중단시키지 못하고 있다. 또한 20분 이전 경기가 끝나기도 하는 현 상황에서 판정승의 기준은 애매하고 많은 사람들을 납득시키기 어렵다.
선수는 자신들의 퍼즈 요청으로 팀에 피해가 가는 것을 걱정한다. 규정집에 의하면 선수는 ‘허용된 사유’ 안에서만 퍼즈를 요청할 수 있다. 그러나 허용된 사유라 하더라도 자신의 과실로 인정될 경우에는 페널티를 부여받을 수 있다. 자신의 퍼즈 요청으로 팀에 페널티가 부여되는 것을 원치 않는 선수들, 특히 선수 경력이 길지 않은 선수들이나 같은 규정집을 공유하는 2부 리그 LCK CL 선수들의 경우 ‘헤드셋 이슈’와 같이 확실한 상황이 아닐 경우 자신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지도 모르는 채 경기를 치르기도 한다.
심판진은 자신들의 임의적인 퍼즈로 선수단과 팬들에 방해가 되는 것을 걱정한다. LCK가 공개한 공식 안내문을 통해서도 이러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혹여라도 심판진의 선제적인 퍼즈 조치가 경기에 의도하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해 실제 경기 영상을 확인하는 시간을 거쳐 버그를 발견한 후 심판진에서 자체적으로 퍼즈 진행’이라고 명시한 LCK. 심판진은 확실한 버그의 증거를 찾고자 했다. 혹시라도 자신들이 잘못 퍼즈를 진행했을 경우 경기를 치르는 선수들에게 악영향을 미치고 경기를 관람하는 관객들에게도 피해를 미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T1과 한화생명의 3세트 경기는 4분이 지난 후에야 퍼즈가 걸릴 수 있었다.
선수들은 경기의 흐름이 끊기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대표적인 예가 7일 치러진 리브 샌박과 한화생명의 1라운드 경기다. 선수들의 모니터 오른쪽 상단 부분에는 늘 ‘FPS 표시 전환’ 키가 켜져 있어야 한다. 프레임과 핑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선수의 컴퓨터에 문제가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지표기 때문이다. 이날 경기에서 ‘카엘’ 김진홍의 FPS가 꺼져 있는 것을 확인한 담당 심판은 경기를 플레이하고 있는 선수에게 이를 켜줄 것을 지시했고, 옆에서 소통에 문제가 생긴 ‘프린스’ 이채환은 담당 심판에 강하게 항의했다.
리그 오브 레전드를 대표하는 프로게이머 ‘페이커’ 이상혁도 버그 해결과 더불어 선수가 불필요한 피해를 입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생각을 밝혔다. 23일 프레딧전 이후 포모스와의 인터뷰에 응한 이상혁. 그는 “T1과 한화생명의 크로노브레이크나 DK와 농심의 재경기를 봤을 때 제 생각과 다른 부분이 상당히 많았다. 심판진의 판단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어 “오심은 무조건 개선되어야 한다.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판정을 내리는 것이 (e스포츠가) 스포츠로서 더욱 발전할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기의 흐름이 끊기는 것은 경기를 플레이하는 선수와 관전하는 팬들 모두 원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로 인해 계속해서 경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면 LCK는 규정 변경을 통해서라도 선수들이 공정한 환경에서 경기를 치를 수 있도록 도와야한다. 더 이상 외부적인 요인으로 인해 선수가 피해를 보는 일이 발생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