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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하는 감정마저 이제는 사치스럽다. 이런 투수에게 감정소모를 할 필요가 있을까. 롯데 자이언츠 글렌 스파크맨이 또 다시 한심한 투구 내용으로 팀을 연패의 수렁으로 몰아넣었다.
스파크맨은 24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3이닝 9피안타 1볼넷 5탈삼진 6실점을 기록하고 강판됐다. 0-23 대패의 참사를 자초하는 최악의 투구를 펼쳤다.
후반기 시작과 함께 2연패로 루징시리즈가 확정된 상황에서 스파크맨이 전반기와는 다른 투구 내용을 선보여야 했다. 하지만 반전을 기대한 것이 무색할 정도로 한심한 투구를 펼쳤다.
1회부터 스파크맨은 고전했다. 1회 1사 후 이창진과 나성범에게 연속 안타를 허용했다. 그리고 황대인에게도 투수 강습 내야안타를 내주면서 1사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최형우는 삼진으로 솎아내며 2사 만루를 만들었지만 김선빈을 상대로 2타점 중전 적시타를 맞았다. 2S의 유리한 카운트를 선점하고도 유격수와 중견수 사이에 떨어지는 빗맞은 적시타를 내줬다. 스파크맨으로서는 다소 불운했다. 하지만 1회부터 31개의 공을 던지는 등 야수들을 땡볕에 놔두게 한 책임은 피할 수 없었다.
2회 하위타선을 상대로는 삼자범퇴를 만들었다. 하지만 다시 상위타선을 상대하자 스파크맨은 주도권을 쥐지 못했다. 이창진에게 좌전 안타를 맞았고 2루도루까지 허용했다. 나성범은 삼진으로 처리했지만 황대인에게 좌측 담장 직격 적시타를 얻어 맞았다. 이후 최형우에게 좌전 안타, 김선빈에게 중전 안타를 허용하면서 다시 1사 만루 위기에 봉착했다. 류지혁은 우익수 직선타로 처리했지만 2사 후 한승택에게 2타점 중전 적시타를 맞았다. 0-5까지 격차가 벌어졌다. 1회와 마찬가지로 2사 후 적시타를 얻어맞은 게 뼈아팠다.
결국 4회 선두타자 박찬호에게도 볼넷을 허용하자 롯데 벤치는 스파크맨을 마운드에서 내렸다. 이후 진승현, 김민기가 마운드에 올라왔지만 스파크맨이 끼얹은 냉각된 분위기를 이들이 다시 끌어올리기는 힘들었다. 상대의 기만 살려줬고 4회 6실점하면서 승패는 일찌감치 갈렸다.
외국인 선수라고 하기에는 초라한 성적. 원투펀치는 커녕 5선발급 투수보다도 못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두산전 6이닝 3실점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했지만 이후 3경기 연속 부족한 기록들을 남겼다. 3일 LG전에서는 4이닝 1실점을 기록했지만 투구수가 94개에 달했다. 9일 KT전은 5이닝 2실점을 기록했지만 부족한 성적이었다. 14일 한화전에서는 6이닝을 던졌지만 5실점했다. 이닝을 채우면 실점이 늘어나고 이닝을 채우지 못하면 투구수가 늘어난다. 한계가 명확한 투수라는 게 점점 드러났다.
무엇보다 패스트볼과 슬라이더의 단조로운 투피치를 계속 고집하고 있다는 게 스파크맨에게 치명적인 요소다. 퇴출 위기에 빠졌을 때 잠시 커브를 섞어 던지면서 반전의 기미를 보였지만 전반기 막판부터 다시 패스트볼 슬라이더 투피치를 고집하고 있다. 이날 역시 패스트볼 48개, 슬라이더 21개를 구사했다. 포크볼로 찍힌 체인지업은 3개였고 커브도 1개를 던졌다.
경기 전 래리 서튼 감독은 “패스트볼을 제외하고 체인지업을 포함한 두 가지 정도의 변화구가 더 있어야 스파크맨이 성공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 지난 3주 동안 불펜에서 체인지업을 많이 가다듬었다. 그래서 감각이나 날카로움이 더해졌다. 앞으로 경기에도 더 많이 사용할 예정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스파크맨은 변하지 않았다. 고집스럽게 투피치만 던졌고 KIA 타자들이 손쉽게 공략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했다. 반전을 기대하는 것은 이제 엄청난 사치일 듯하다.
결국 스파크맨이 내준 분위기는 걷잡을 수 없이 흘러갔고 역대급 패배를 당했다. 치열하게 전개됐어야 할 후반기 첫 5위싸움 분수령에서 최악의 투구와 역대급 패배와 마주하면서 롯데는 5위 싸움에서 더욱 더 불리한 위치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