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광주 김진성 기자] “김태균 선배님과 비슷할 수도 있다.”
KBO리그 7월 최고타자는 이정후(키움)나 호세 피렐라(삼성), 나성범(KIA)이 아니다. KIA 주전 좌익수 이창진이다. 이창진은 29일 광주 SSG전까지 7월에만 54타수 26안타 타율 0.481 8타점 13득점을 기록했다. 7월 KBO리그 최고타자다.
이창진이 올 시즌 개막할 때만해도 주축 타자로 떠오를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김종국 감독은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서 좌타 거포 유망주 김석환을 전폭적으로 밀어줬다. 김석환이 5월부터 경쟁서 밀려나자 이우성이 등장했다.
5월 중순까지 이창진의 존재감은 미미했다. 그러나 이창진은 이 시기에 흔들리지 않았다. “묵묵히 준비하다 보면 언젠가 기회가 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기다리면서 꾸준히 준비를 잘 했다. 경기에 나서면서 결과가 좋게 나오니 타석에서 자신 있게 타격하게 됐다”라고 했다.
이창진이 5월 말부터 자리를 잡은 뒤 좌익수 오디션은 종료됐다. 간헐적으로 김석환, 이우성, 고종욱이 중용됐으나 곧바로 이창진이 다시 자리를 찾았다. 처음에는 하위타선에 들어서더니 전반기 막판부터 2번 타순에 자리잡았다.
레그 킥을 버리고 토탭으로 타격을 한 게 완전히 주효했다. 김종국 감독은 29일 광주 SSG전을 앞두고 “폼, 타이밍 모두 완전히 정립됐다. 자신감을 찾았고 직구든 변화구든 거침없다. 스트라이크존으로 형성되는 볼에 손이 나간다”라고 했다.
이창진은 “시즌 시작하기 전에 타격코치님들과 상의해서 폼을 수정했는데, 토탭이 잘 맞아떨어졌다. 체력적으로 조금 떨어지기도 했는데(6월) 올스타브레이크에 잘 쉬면서 체력을 회복하니 좋은 결과가 나온다”라고 했다.
이창진의 토탭 타법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어깨다. 양 어깨를 살짝 위, 아래로 움직이며 절묘하게 리듬을 타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조금 과장하면 어깨춤을 덩실덩실 추는 것 같다(실제로 어깨보다 방망이가 달랑달랑~하는 모습이 더욱 눈에 띈다) 이 모습이 김태균 KBS N 해설위원의 현역 시절 모습과 흡사하다는 평가도 있다. 김태균 위원은 토탭으로 타격 레전드에 오른 주인공이다.
이창진은 “몸이 경직되는 걸 풀려고 어깨를 움직이는데 김태균 선배님과 비슷할 수도 있다. 반응 속도 측면에서 경직되면 안 된다. 이젠 그 동작(어깨 덩실덩실)이 타이밍을 맞추는 동작이 된 것 같다”라고 했다.
토탭 자체가 정확성에 초점을 맞춘 타법이다. 힘을 극적으로 모으는 폼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0.338이라는 고타율을 찍은 것일까. 이창진은 “나는 원래 홈런타자는 아니다. 안타를 1~2개라도 더 치는 게 중요하다”라면서도 “타자라면 3할을 치고 싶은 욕심이 있다. 아직 시즌이 많이 남아있어서 지금의 상승세를 이어가는 게 중요하다”라고 했다.
찬스에서도 강하다. 이창진은 “주자 있을 때 긴장이 되지 않는다. 자신감 있게 타격에 임한다. 더 적극적으로 하려고 하다 보니 결과가 조금씩 좋게 나오는 것 같다”라고 했다. 그렇게 데뷔 9년차, 31살에 타격에 눈을 뜨며 본격적인 성공기를 쓰려고 한다. 규정타석만 채우면 이정후(키움, 0.338)와 타격왕 경쟁도 펼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