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타자' 이정후(23)의 한마디가 '야생마' 야시엘 푸이그(32·키움 히어로즈)의 호승심을 자극했다. 그 결과는 올 시즌 KBO리그 두 번째 '20홈런 듀오'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푸이그는 2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삼성과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정규시즌 홈경기에서 4번 타자 겸 우익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1안타(1홈런) 1타점 2득점을 기록했다.
왜 자신이 야생마인지 보여준 경기였다. 푸이그는 1회초 2사 3루 첫 타석에서 3루 쪽 빠른 땅볼 타구를 뽑아냈다. 삼성 3루수 강한울이 잡아내는 데는 성공했으나, 1루에 악송구를 펼치면서 3루 주자 김준완이 들어와 선취점에 기여했다. 이후 이주형의 우전 1타점 적시타 때는 홈 슬라이딩으로 추가점을 올렸다.
2-0으로 앞선 3회초에는 선두 타자로 나와 모든 야수들이 꼼짝없이 바라볼 수밖에 없는 홈런포를 쏘아 올렸다. 바깥쪽으로 높게 들어온 백정현의 5구째 슬라이더(시속 131km)를 받아쳤고 타구는 좌측 외야 관중석을 직격하는 비거리 125m의 홈런이 됐다.
이 홈런으로 푸이그는 한 시즌 20홈런을 달성한 구단 6번째 외국인 타자가 됐다. 앞서 2009년 덕 클락(24홈런), 클리프 브룸바(27홈런), 2011년 코리 알드리지(20홈런), 2015년 브래드 스나이더(26홈런), 2019년 제리 샌즈(28홈런)이 있었다.
키움은 21홈런의 이정후에 이어 푸이그가 20홈런을 달성하면서 LG 트윈스(오지환 25홈런, 김현수 23홈런)에 이어 20홈런 타자를 보유한 두 번째 팀이 됐다. 자연스레 누가 팀 내 홈런 1위로 마칠 것인지 관심이 쏠리는 상황. 경기 후 푸이그는 "최다 홈런 경쟁은 내가 이길 것이다. (이)정후가 21개를 치고 나서 내게 LG에는 20홈런 타자가 둘이나 있는데 푸이그도 빨리 쳐서 20홈런 대열에 합류하라고 하더라. 다행히 그 대열에 합류하게 됐다"고 웃었다.
이정후는 팀 동료기도 하지만, 전직 메이저리거인 푸이그에게도 좋은 자극을 주는 뛰어난 야구 선수였다. 푸이그는 "이정후는 사실 나보다 더 야구를 잘하는 선수 같다. 굉장히 뛰어난 선수고 우리가 선의의 경쟁을 하는 것이 팀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다. 홈런뿐 아니라 2루타도 같이 경쟁하자고 약속했다"고 말했다.
이후 두 타석에서는 유격수 뜬 공-중견수 뜬 공으로 물러났다. 최종 성적은 4타수 1안타에 그쳤지만, 몸을 사리지 않는 허슬 플레이에 강력한 홈 송구를 보여주는 등 공·수·주 모든 면에서 야생마다운 매력을 과시했다.
푸이그는 "난 포스트시즌을 위해서 지금까지 야구를 해온 것이다. 포스트시즌이 다가올수록 좋은 성적을 내고 싶었는데 다행히 성과가 나는 것 같아 정말 기분이 좋다. 앞으로 있을 포스트시즌에서도 더 높은 곳에서 키움이 끝날 수 있게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각오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