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대표팀의 기적같은 2022 카타르월드컵 16강 진출을 이끈 파울루 벤투(53) 감독이 4년 4개월 간의 한국 축구와 동행을 마치고 고국인 포르투갈로 돌아갔다.
카타르 월드컵을 끝으로 대한축구협회와 계약이 종료된 벤투 감독은 13일 밤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했다. 벤투 감독은 아랍에미리트 두바이를 거쳐 포르투갈 리스본으로 향할 예정이다.
인천공항 출국장에는 벤투 감독을 환송하기 위해 200여명 팬들이 몰렸다. 이들은 포르투갈어로 각종 인사 및 응원 문구를 적은 종이를 들고 벤투 감독과 작별을 아쉬워했다. 벤투 감독은 일부 팬들에게 사인을 해준 뒤 환하게 웃으며 출국장으로 빠져나갔다. 함께 대표팀을 이끈 최태욱, 마이클 김 코치와 박경훈 전무 등 축구협회 임직원도 공항에 나가 벤투 감독과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벤투 감독은 2018년 8월 한국 대표팀 사령탑을 맡은 뒤 4년 4개월 동안 한국 축구를 이끌어왔다. 단일 임기 기준 한국 대표팀 최장기간 대표팀 감독직을 맡았다.
벤투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뒤 대표팀은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서 압도적인 성적으로 본선 진출 티켓을 따냈다. 총 10경기를 치르는 최종예선에서 8번째 경기 만에 본선행을 확정했다.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이라는 1차 목표를 달성한 벤투 감독은 월드컵 본선에서 다시 한번 큰 성과를 이뤘다. 조별리그 H조에서 우루과이, 가나, 포르투갈 등 세계적인 강팀을 상대로 1승 1무 1패를 기록, 역대 두 번째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패스와 점유율을 바탕으로 경기를 지배하는 ‘빌드업 축구’를 고집스럽게 추구하면서 한국 축구에 새로운 변화를 일끌었다. 그 결과 유럽과 남미의 강팀을 상대로도 물러서지 않고 대등하게 싸우는 모습을 보여줬다.
벤투 감독은 최종예선 뒤 대한축구협회로부터 재계약 제의를 받았지만 계약 조건의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9월 거절 의사를 축구협회에 전했다. 이번 월드컵 브라질과 16강전 직후 결별 사실을 언론에 공표했다.
벤투 감독은 출국에 앞서 인터뷰 등 별도의 미디어 활동을 하지는 않았다. 대신 대한축구협회를 통해 한국과 작별하는 솔직한 심정을 담은 메시지를 전했다.
벤투 감독은 “지난 4년 동안 성원해주신 대국민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드린다”며 “특히 선수들이 보여준 프로페셔널리즘, 자세와 태도에 감사드린다. 선수들은 제 인생에서 절대 잊지 못할, 가장 아름다운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줬다”고 말했다.
이어 “좋은 순간은 물론 어려운 순간도 있던 환상적인 경험이었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어려운 순간에 대처하는 우리 선수들 능력이었고, 이는 우리를 팀으로서 더 강하게 만들었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지원 스태프에 대한 감사 인사도 빼놓지 않았다. 벤투 감독은 “모든 지원스태프에게도 감사 말씀을 전하고 싶다”며 “대표팀에서 놀라운 경험을 하는 동안 모든 분들이 보여준 존경과 애정, 지원에 대해 어떻게 감사의 말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벤투 감독은 “대한민국을 행복하고 자랑스럽게 만든 이 환상적인 여정에 함께 한 모든 분들께 축하 말씀을 드린다”며 “특히 우리가 이뤄낸 모든 것에 이바지한 선수들에게 더욱 진심으로 축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자신을 보좌한 코칭스태프에게도 고마움을 전했다. 벤투 감독은 “우리 코칭스태프의 지식, 프로페셔널리즘, 결속력 없이는 이 모든 것을 경험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강조했다.
끝으로 벤투 감독은 “이제 한국 축구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하며 미래를 바라보며 떠나야 할 때다”며 “한국은 항상 제 삶의 일부일 것이며 우리 선수들은 제 마음속에 영원히 함께할 것”이라고 마지막 인사를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