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스포츠 차승윤]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 회장이 16일(현지시간) 카타르 알 라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가해 질문에 답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국제축구연맹(FIFA)이 국제대회 규모 확대에 시동을 걸었다. 프로 클럽 중 최강팀을 가리는 클럽 월드컵이 2025년부터 32개 팀 참여로 대폭 확대된다.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은 16일(현지시간) 카타르 알 라얀의 2022 카타르 월드컵 메인미디어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25년부터 클럽 월드컵을 새로운 방식으로 치르기로 한 FIFA 평의회 결정을 알렸다.
인판티노 회장에 따르면 이날 열린 FIFA 평의회 회의는 클럽 월드컵을 기존 6개 대륙 클럽대항전 챔피언과 개최국 리그 우승팀의 경쟁에서 32개 팀이 출전하는 방식으로 개편하기로 결정했다. 매년 12월 열렸던 대회 시기도 4년 마다 6월 개최하기로 바꿨다. 새 방식의 대회는 2025년 6월부터 진행된다.
클럽 월드컵의 시작은 인터콘티넨털컵으로 여겨진다. 1960년부터 2004년까지는 유럽축구연맹(UEFA)과 남미 축구연맹(CONMEBOL)이 공동으로 주최, UEFA 챔피언스 리그(UCL) 우승팀과 코파 리베르타도레스 우승팀이 맞붙는 형태였다. UEFA와 알력 싸움이 심했던 FIFA는 2000년부터 이를 대체할 클럽 월드컵을 준비, 8개 팀이 참가하는 제1회 대회를 개최했다. 2005·2006년에는 6개 팀이 참가했고, 2007년부터 7개 팀 체제가 유지돼 왔다.
우승하면 세계 최고의 클럽으로 공인받는 셈이지만, 역사도 짧고 UCL에 비해 참가 팀의 평균 수준도 높지 않다. 이때문에 상위 대회임에도 최고 권위 대회로는 인정받지 못해왔다. FIFA는 참가팀을 늘리고 대회 주기도 바꿔 권위와 흥행을 높이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FIFA는 월드컵 규모 역시 확대한 상태다. 4년 뒤 열릴 북중미 월드컵부터는 참가국이 48개로 늘어난다. 클럽 월드컵도 이미 지난해 중국 대회에서 24개 팀으로 확대하려 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유행하면서 한 차례 계획이 무산됐다. 인판티노 회장은 이 방식의 클럽 월드컵은 내년 2월 1∼11일 모로코에서 개최하기로 했다고도 발표했다.
FIFA의 발표를 확인한 국제축구선수협회(FIFPRO)는 선수들의 피로가 가중될 것이라며 곧바로 반발했다. FIFPRO는 성명을 통해 "적절한 안전장치 없이 대회를 확장하는 건 근시안적인 결정"이라며 "선수의 건강과 경기력은 고려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FIFA가 국제 대회 일정과 같은 중요한 사안을 선수 측 협의체와 합의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인판티노 회장은 2026 북중미 월드컵 방식에 대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FIFA는 48개국 참가 대회 시 조별리그를 현행 4개국씩 8개 조에서 3개국씩 16개 조로 치르려 했다. 각 조 1, 2위가 32강에 올라 단판 승부로 우승 경쟁을 이어가는 방식이다. 하지만 인판티노 회장은 이번 카타르 대회에서 4개국씩 8개 조로 치른 조별리그가 성공적이라면서 "북중미 대회 진행 방식에 대해 재검토하고 다시 논의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