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일레븐)
▲ 박공원의 축구 현장
일본 J리그는 2022년부터 또 한 번 변화를 꾀하고 있다. 발단은 노노무라 요시카즈 삿포로 콘사돌레 회장이 J리그 의장을 맡으면서부터다. 노노무라 회장은 일본 J리그의 발전을 위해 각 순위별로 분배금 차등 분배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성적이 낼수록 많은 돈을 가져갈 수 있도록 하는 이 발상은 자칫하면 부익부 빈익빈 상황을 만들 요인처럼 비친다. 하지만 노노무라 회장은 도리어 상향 평준화를 이룰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일본 J리그의 분배금 차등 지급안을 간단히 설명하자면, 상위권 팀에 리그에 모인 수익 분배금을 몰아서 준다는 것이다. 특히 J1리그 1위부터 4위까지 자리한 팀은 다른 순위에 자리한 팀들과 비교해 특히 많은 돈을 챙기게 된다. J리그는 이 차등 분배금을 통해 되도록 강자들이 차후에도 강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토대를 부여하려고 한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J리그를 상징하는 '깃발' 구실을 할 상징적인 클럽의 존재 여부가 리그의 브랜드 가치를 상승시킨다고 보기 때문이다. 스페인 라 리가하면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를 떠올린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는 바이에른 뮌헨이 가장 첫 손가락에 꼽히며, 이탈리아에서는 유벤투스·AC 밀란·인터 밀란 같은 팀들이 대표적 명문으로 군림하고 있다. J리그 역시 이와 같은 상징성을 가진 팀이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노노무라 의장은 이와 같은 명문 클럽이 있으면 국내 최고 혹은 세계적 레벨의 명성을 가진 선수를 모아 팬들에게 어필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볼 만한 선수'는 팬층을 늘리는 가장 확실한 요소다. 상위권 팀들은 본인들의 위치와 수익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수준급 선수들을 더욱 많이 수급하려 할 것이다. 자연히 리그의 브랜드 가치는 더욱 커지며, 중계권이나 스폰서 등 더욱 많은 투자를 유치할 수 있다.
한발 나아가 리그 포맷을 재편할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J리그1 상위권 팀들을 모아 이른바 '프리미어리그'를 꾸리겠다는 아이디어까지 보이고 있다. 아직은 아이디어 차원에서 그치고 있으나, 역시 상위권 팀들이 가장 많은 수익을 가져갈 수 있도록 하는 발상이다.
이러한 상위권 팀 위주 정책은 중하위권 클럽에도 이득이라고 보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국가 혹은 대륙을 아우를 만한 클럽을 만들어내려면 특출 난 선수진 구축이 필수다. 소위 빅 클럽 처지에서는 빼어난 잠재성을 가진 선수들을 늘 갈구하게 되며, 중하위권 클럽은 빅 클럽들의 가장 확실한 마켓이 된다. 중하위권 클럽들은 이적 시장에서 지능적으로 협상에 임할 경우 분배금 이상의 수익을 이끌어낼 수 있다. 이른바 '낙수 효과'를 발생시켜 동반 상승을 누릴 수 있다.
게다가 자연히 좋은 선수를 큰 팀에 팔기 위해 유소년 육성에 더욱 공을 들이게 된다. 우수한 선수를 많이 발굴할수록 중하위권 클럽의 수익도 늘어난다. 자연히 리그 전반에 걸쳐 선수 수준이 향상된다. 축구적 측면에서도 커다란 발전을 이룰 수 있는 것이다.
외국인 쿼터라는 빗장도 장기적으로 없앨 계획이다. 국적을 떠나 최고의 선수가 모여야 리그 브랜드 가치가 살아난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선수들을 무한 경쟁 체제에 던져놓고 이곳에서 살아남은 진정한 강자를 스타로 조명하고 최대한 스타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한다. 자연히 수익은 커질 것이다.
한국 K리그 그리고 중국 슈퍼리그의 경우 자국 클럽 혹은 선수에 대한 보호 조항이 여전히 자리하고 있지만, 일본은 완전한 무한 경쟁 체제에서 리그를 운영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는 게 큰 차이점이다. J리그는 철저히 비즈니스 마인드로 리그를 운영하려 한다. 그 변화가 일본 J리그를 얼마나 살찌울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