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C 편입 결정 미뤄... "러시아 받아줄지 100% 보장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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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아축구연맹(AFC) 가입 신청 여부에 대한 입장을 밝힌 러시아축구협회(RFU)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
ⓒ RFU |
러시아 축구가 유럽과 아시아를 놓고 갈팡질팡하고 있다.
러시아축구협회(RFU)는 27일(현지 시각) 유럽축구연맹(UEFA)을 탈퇴하고 아시아축구연맹(AFC)에 가입을 신청할지 여부를 오는 31일 최종 결정하겠다고 발표했다. 원래 이날 결정할 예정이었으나, 나흘 연기한 것이다.
뱌체슬라프 콜로스코프 RFU 명예회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집행위원회가 결론을 내리지 못해 표결이 연기되고, 며칠이 더 걸리게 됐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금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시아가 우리를 받아줄지 여부"라며 "아시아가 우리를 받아준다는 100%의 보장이 필요하고, 그런 보장을 받고 나서야 변화를 시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럽서 퇴출당한 러시아 축구... 아시아서 살길 찾나
러시아는 지난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국제축구연맹(FIFA)과 UEFA로부터 출전 정지 징계를 받고 있다. 2022 카타르 월드컵 유럽 예선 도중 퇴출당했고, 2024 유럽선수권대회(유로 2024) 조 추첨에서도 제외됐다.
러시아는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옛 소련 연방국들과 비공식 친선 경기만 치르고 있다.
국제대회에 나설 길이 막히자 알렉산더 듀코프 RFU 회장은 지난 23일 "우리는 유럽 대회에 출전할 수 있는 선택지가 전혀 없다"라며 "국제대회에 나갈 수 있다면 다른 방법을 살펴봐야 한다"라고 AFC 편입을 거론했다.
지금까지 여러 국가의 축구 대표팀이 정치 및 경기적 이유로 대륙 간 이동을 선택해왔다. AFC 소속이던 이스라엘과 카자흐스탄은 UEFA로 넘어갔고, 오세아니아연맹 소속이던 호주는 2006년부터 AFC로 편입했다.
AFP통신은 "영토 대부분이 아시아에 걸쳐 있는 러시아는 AFC 가입을 요청할 지리적 권리(geographical right)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AFC도 받아줄지 불확실... 한국·호주·일본 반대할 듯
만약 AFC가 러시아를 받아준다면 2023 아시안컵이나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할 수 있게 된다. 러시아는 한국, 호주, 일본, 이란 등과 함께 단숨에 아시아 정상을 다툴 전력으로 평가된다.
AFC 내부에서는 의견이 엇갈릴 전망이다.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한국, 호주, 일본은 러시아의 편입에 반대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에 러시아와 관계가 깊은 북한, 중국, 이란 등은 찬성할 가능성이 크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는 "러시아가 유럽에 있든, 아시아에 있든 국제 대회에 출전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변함없다"라며 "러시아는 세계 스포츠 커뮤니티의 구성원이 될 자격이 없다"라고 AFC 회원국을 압박했다.
러시아가 망설이는 이유도 있다. AFC로 편입할 경우 러시아 프로 구단들이 더 이상 유럽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할 수 없게 되면서 기량이 뛰어난 유럽과 남미 선수들이 러시아행을 기피하고, 그 결과로 러시아 프로축구의 경기력과 수익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그러나 러시아는 각 대륙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예선이 내년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늦어도 연말까지 결정을 내리겠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