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의 손흥민이 16일(한국시간) 아스널과의 경기 도중 팀 동료에게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런던|AP연합뉴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의 안토니오 콘테 감독이 최근 부진한 손흥민을 “로봇이 아닌 사람”이라며 옹호하고 나섰다. 지난 시즌 리그 득점왕을 차지했던 손흥민이 제 기량을 발휘할 때까지 기다려달라고 당부한 것이다.
콘테 감독은 18일 맨체스터 시티와 2022~2023시즌 EPL 21라운드를 이틀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공격수 히샤를리송의 복귀가 손흥민의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냐는 한 기자의 질문에 “이번 시즌 전에는 히샤를리송이 손흥민을 밀어낼 것이라고 하지 않았느냐”면서 “내 기억이 맞다면 당신은 지금 정반대로 얘기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선수도 사람”이라면서 “손흥민 관련해서 확실히 짚고 넘어가자면, 그는 지난해에만 25골을 넣었다”고 말했다.
콘테 감독은 “이번 시즌 손흥민은 지난 시즌만큼 득점하지 못하고 있다”며 “좋은 소식은 아니다. 우리도 손흥민이 몇 골을 넣었는지 셀 줄 안다”고 답했다. 또 “우리는 로봇이 아니라 사람에 관해 얘기하고 있다”면서 “나는 누구보다 손흥민이 득점하기를 바라고 있다”고 덧붙였다. 손흥민이 훈련할 때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강조하면서 공격포인트를 올릴 때까지 기다려 줄 것도 부탁했다.
손흥민을 보며 웃고 있는 콘테 감독. 로이터연합뉴스
손흥민은 지난 시즌 23골을 넣으며 리버풀의 무함마드 살라흐와 함께 득점왕에 올랐지만, 올 시즌에는 17경기 4골에 그치고 있다.
컵대회를 제외하고 리그 경기만 놓고 보면 흐름은 더욱 안 좋다. 손흥민은 이번 시즌 EPL에서 단 두 경기에서만 득점에 성공했으며, 최근 10경기 기준으로는 한 골만 기록했다. 지난 5일 크리스털 팰리스와 원정 경기에서 9경기 만에 침묵을 깨고 골 맛을 봤지만, 16일 북런던 라이벌 아스널과의 홈경기에서는 유효슈팅 1개만 기록하면서 현지 매체들로부터 4~5점대로 토트넘 선수 중 가장 낮은 평점을 받았다.
손흥민의 골 침묵과 함께 토트넘도 5위(승점 33)까지 내려앉으면서 비판 여론도 높아지고 있다. 시즌을 4위로 마쳐야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에 진출할 수 있는데, 현재 경기력을 고려하면 4위권 진입이 쉽지 않아 보인다. 19경기를 치른 토트넘의 승점은 3위 뉴캐슬, 한 경기를 덜 치른 4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게 5점 뒤진다.
콘테 감독의 손흥민 두둔 발언은 최근 팀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이 자신에게만 쏠리는 것에 대한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그는 “선수가 재활에 어려움을 겪을 때 팀 의료부서에서 이 자리에 나와 설명하는 걸 본 적이 없다”며 “영국에서는 감독만 나와서 말하고 설명하는 나쁜 관습이 있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국적인 그는 “팀의 단장이나 클럽 측에서 나와서 비전이나 전략을 설명하는 것도 본 적 없다”면서 “이탈리아에서는 경기 전 구단 측 인사가 언론 앞에 나서 모든 질문에 답한다”고 꼬집었다.
팀토크 등 일부 매체들은 토트넘이 재계약 의사를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는 콘테 감독의 후임을 물색 중이라고 보도했다. 후보군으로 전 첼시 감독인 토마스 투헬을 비롯해 토트넘 감독을 지냈던 마우리시오 포체티노까지 언급되고 있다.
콘테 감독과 손흥민 모두 부정적인 여론을 잠재우려면 20일 맨시티(리그 2위)와의 원정경기에서 승리가 꼭 필요하다. 손흥민은 유독 맨시티전에서 강한 모습을 보였다. 2015년 토트넘으로 이적 이후 지난 8년간 컵대회 포함 맨시티와 15번 맞대결을 펼쳤는데, 7골 3도움을 기록했다. 손흥민에겐 골이, 콘테 감독에겐 승리가 필요한 운명의 한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