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와 같은 야구인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더 아쉽다."
한국은 13일 일본 도쿄 분쿄구의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본선 1라운드 B조 중국과의 4차전에서 22-2 콜드게임 승리를 따냈다. 이로써 한국은 2승 2패 성적을 냈고, 8강 진출에 실패했다. 2013년, 2017년에 이어 WBC 3회 연속 1라운드 탈락이라는 아픔을 겪었다.
경기 후 공동 취재 구역(믹스트존)에서 만난 김현수는 "선수들 모두 준비를 잘했는데, 실력을 발휘하지 못해서 아쉽다. 마지막이라 생각을 한 것이 아니라 마지막인 것 같다. 선수들 모두 다 잘해줬고, 감독님도 정말 잘 맞춰주셨다"라고 전했다.
김현수는 대회가 끝난 뒤에도 '마지막'이라는 말을 꺼내며 은퇴를 시사했다. 계속해서 그는 "내가 국가대표로 뽑힐 때마다 좋은 성적이 나와서 좋았는데 그만큼 부담감이 있었다. 선수들과 많은 시간을 보냈고 나보다 더 좋은 선수들이 뽑힐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젊은 선수들이 더 잘해 줄 것이다. 나는 내려올 때가 된 것 같다"라고 했다.
대표팀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묻는 질문에 김현수는 "작년하고 올해가 가장 기억이 난다. 막내로 왔을 때 아무 생각 없이 야구를 했는데 지금은 중압감이 대단하는 것을 느꼈다"면서 "후배들에게 좋은 선배가 되지 못해서 많이 미안하다. 긴장을 풀어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것이 아쉽다"라며 아픈 기억들을 떠올렸다.
이번 대회에서도 김현수는 주장을 맡았지만, 성과가 따라오지 않았다. 김현수는 "내가 주장을 맡았는데 부족했다고 생각한다. 내가 부족한 탓에 선수들을 잘 못 이끌어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다. 그래도 최선을 다해 준 후배들에게 고맙다"라고 말했다.
이어 김현수는 '부담감'을 이야기했다. 그는 "선수들이 부담감을 떨쳐내는 것이 가장 큰 과제라고 생각한다. 선수들이 최선을 다했는데 경기에서 이기지 못하면 안 된다는 부담감이 있었다. 선수들이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한 일이다. 나도 긴장을 했는데 다른 선수들도 많이 긴장을 한 것 같다"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결과적으로 한국은 이번에도 8강 토너먼트 진출이 무산됐다. 김현수는 "마음이 많이 아프다. 우리가 '놀러 왔다'는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정말 열심히 했다. 대표팀에 많이 나왔는데 성적이 나지 않으면 당연히 욕을 먹는 것이 맞다. 이런 결과가 나오니 마음이 많이 아프고 후배들에게 미안하다"라고 밝혔다.
WBC에서 한국이 부진을 면치 못하자 몇몇 야구계 선배들은 강한 어조로 독설을 뱉었다. 김현수는 소신을 전했다. "대표팀에 많이 오셨던 선배님들께 위로의 말을 많이 들었는데, 아닌 분들이 많았고 쉽게 생각하시는 것 같아서 아쉽다. 우리와 같은 야구인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더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