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국시리즈 11회 우승에 빛나는 명가(名家) KIA가 위태롭다. ‘이빨 빠진 호랑이’ 취급을 받으면서 어느덧 리그 최하위(3승 8패·승률 0.273). 무기력한 모습이 이어진다. 최하위로 한 해를 마쳤던 2005년 암흑기 악몽이 떠오른다는 말도 나온다.
최근 4연패를 당하는 동안 득점은 4점. 타격 지표가 다 최악이다. 현재 팀 타율(0.238), 안타(88개), 홈런(4개), OPS(출루율+장타율·0.608), 득점권 타율(0.178)에서 모두 꼴찌를 면치 못하고 있다. 득점(30점)도 최하위. 똑같이 11경기를 하며 KT 득점(71점)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지난해 팀 타율(0.272), 안타(1361개), OPS(0.747) 등에서 정상을 차지한 것과 대비된다.
그 원인으로는 주축을 이뤄야 할 나성범(34)과 김도영(20)이 부상으로 빠진 게 꼽힌다. 지난해 6년 150억원에 KIA 유니폼을 입은 나성범은 타율 0.320 21홈런 97타점을 올리며 ‘해결사’ 역할을 담당했다. 2년 차 김도영도 시범경기와 개막전에서 공격적인 타격과 주루로 활기를 불어넣었으나 각각 왼쪽 종아리와 오른쪽 중족골 부상으로 재활 중이다. 여름은 돼야 복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 공백을 메워야 할 3·4·5번 타자 소크라테스 브리토(31·0.273), 최형우(40·0.265), 황대인(27·0.268)의 파괴력도 살아나지 않고 있다. 양상문 SPOTV 해설위원은 “전체적인 타선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면서 “나성범·김도영이 빠졌지만 작년과 비교해 타선이 크게 바뀐 것도 아닌데, 타격의 조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렇게 떨어질 팀은 아니다”라고 했다.
투수들은 선전하지만 뒷문이 불안하다. KIA 평균자책점은 4.25(6위)로 나쁘진 않지만, 투수들이 타선 지원 없이 버텨야 하는 경기가 많아지다 보니 압박감에 흔들린다. 마무리 정해영(22)은 1승 1패 1세이브에 평균자책점 6.35. 기대를 모은 신인 투수 윤영철(19)은 첫 등판에서 난타당했고, 필승조로 불린 불펜 전상현(27)을 제외하곤 믿을 만한 계투요원이 눈에 띄지 않는다. 부상 때문에 복귀가 늦어지는 장현식(28)이 아쉽다. 민훈기 SPOTV 해설위원은 “어느 팀이든 시즌 중 타격 사이클이 떨어지는 시점이 오는데, KIA는 하필 초반에 그걸 겪는 듯하다”라고 분석했다.
뒤숭숭한 팀 분위기도 악재다. 개막을 앞두고 KIA는 장정석(50) 전 단장을 해임했다. 지난 시즌 KIA에서 뛰던 박동원(33·LG)에게 높은 계약을 빌미로 ‘뒷돈’을 요구했다는 구설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KBO(한국야구위원회) 사무국은 장 전 단장 건을 검찰에 수사 의뢰한 상태다. 현재 KIA는 단장이 공석이라 타 팀과 이적 논의 등도 사실상 중단된 상황이다. 전력 보강에 차질을 빚는 셈이다. 그러나 이 모든 악조건을 뚫고 성적을 내는 게 감독 역량이다. 김종국(50) 감독에게 비난의 화살이 꽂히는 건 그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