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펜에서 가장 믿을 만한 카드인데 '이상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는 6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 리그' KT 위즈와의 홈 경기에서 1-4로 석패했다.
롯데는 9회초 박경수의 타구가 3루수 실책으로 이어지고 장준원의 우전 안타까지 터지면서 1사 1,3루 위기를 맞았다. 타석엔 좌타자 김민혁이 등장했고 롯데는 좌완투수 김진욱을 마운드에 올렸다.
김진욱은 롯데 불펜의 유일한 좌완 필승카드라 할 수 있는 선수. 그런데 시작부터 볼 2개를 연거푸 내주더니 볼카운트 2B 2S에서 좌전 안타를 맞고 말았다. 풀카운트를 피해 승부수를 던진 것은 좋은 시도였지만 볼이 한 가운데로 향한 것이 문제였다. 롯데는 3루주자 배정대가 득점하면서 1-4 리드를 허용하며 추격의 기세를 잃었다. 안치영의 타구 역시 1루수 방면 내야 안타로 이어졌고 결국 롯데는 윤명준으로 투수교체를 단행했다.
또 아웃카운트를 1개도 잡지 못했다. 안타 2개만 허용하고 고개를 숙인 김진욱. 이상하게 6월 들어 난조가 이어지고 있다.
5월까지 시즌 평균자책점이 1.61이었던 김진욱은 6월 첫 등판이었던 3일 사직 KIA전에서 아웃카운트 1개도 잡지 못하고 볼넷 1개를 허용하면서 0이닝 1실점을 남겼다. 그렇게 김진욱의 시즌 평균자책점은 순식간에 2점대(2.01)로 치솟았다. 다음날인 4일 사직 KIA전 역시 마찬가지. 아웃카운트는 1개도 수확하지 못한 김진욱은 안타만 2개를 맞으면서 2실점을 하고 말았다. 어느덧 그의 시즌 평균자책점은 2.82까지 껑충 뛰었다. 6일 사직 KT전에서는 자신이 내보낸 주자의 득점이 없어 실점은 없었지만 역시 아웃카운트를 1개도 잡지 못하는 불안한 피칭이 이어졌다.
롯데는 이미 리드시 7회 김상수~8회 구승민~9회 김원중으로 이어지는 필승조 라인이 구축돼 있다. 엄밀히 말하면 김진욱은 필승조의 일원이라 할 수는 없지만 롯데가 지속적으로 돌풍을 이어가는데 큰 역할을 한 선수임은 분명하다. 롯데가 시소 게임에서 지고 있더라도 역전의 희망을 품을 수 있었던 것은 김진욱 같은 투수들이 추가 실점을 막으면서 승부의 긴장감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또한 시즌 초 선발투수진이 집단적으로 흔들릴 때 래리 서튼 롯데 감독이 '조기 교체 승부수'를 띄울 수 있었던 것도 김진욱이라는 존재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롯데는 아직도 좌완투수 기근에 시달리고 있다. 그래서 김진욱의 비중이 클 수밖에 없고 절대적인 활약이 필요하기도 하다. 롯데가 올 시즌 소화한 경기는 벌써 49경기. 김진욱은 이 중 절반 이상에 해당하는 27경기에 등판했다. 팀내에서는 29경기에 나온 김상수에 이어 최다 출장 2위를 마크하고 있다. 김상수는 리그 전체에서도 최다 출장 1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김진욱은 2위 정우영(LG·28경기)에 이어 공동 3위에 랭크돼 있다. 벌써 지친 기색을 보이고 있는 것일까. 3경기 연속 아웃카운트를 1개도 잡지 못한 것은 충격적인 결과다. 진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마침 롯데는 지난달 KT와 트레이드를 통해 좌완투수 심재민을 영입했고 심재민은 현재 퓨처스리그에서 담금질을 이어가는 중이다. 6일 삼성과의 퓨처스리그 경기에서는 구원투수로 나와 1이닝 무실점을 남기고 홀드를 수확했다. 최근 선발로도 등판하기도 했지만 이는 유사시에 대비하기 위한 차원이다. 서튼 감독은 "심재민은 기본적으로 계투를 생각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롯데가 김진욱 1명으로는 1년 내내 원활한 좌완 불펜 운영을 이어가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제는 '지원군'의 등장도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