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학생=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워니의 봉쇄' 그리고 '이타심'
전창진 부산 KCC 감독이 지난 2일 열린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 때부터 강조한 '대 SK전 필승전략'이었다. 6강 플레이오프(5전3선승제) 상대인 서울 SK를 무너트리기 위해서는 우선 확실한 스코어러인 자밀 워니의 득점을 최소화하는 게 급선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추가돼야 할 게 있었다. 바로 KCC 선수들의 '이타적인 플레이'다.
전 감독은 4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23~2024 정관장 프로농구' 6강 PO 1차전을 앞두고서도 이 전략을 강조했다. 그는 "워니에게 주는 다득점을 주게 되면 어렵다. 어느 정도 득점은 어쩔 수 없지만, 그 외에 말도 안되는 득점은 막아야 한다"면서 "하지만 경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득점, 오재현이나 안영준 허일영 최부경에게 점수를 주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제일 중요한 키는 역시 이타적으로 플레이하는 것이다. 가용 라인업에서 여러 명이 농구를 같이해야 한다. 한 사람이 득점해서 되는 게 아니라 여러 방면으로 득점 분포를 잘 잡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KCC 선수들은 전 감독의 이런 '두 가지 필승전략'을 충실히 소화해냈다. 그 결과 KCC는 6강 PO 1차전에서 81대63으로 승리했다. 6강 PO 1차전 승리팀의 4강 PO진출 확률은 무려 92.3%다. KCC가 유리한 고지에 올라섰다. 더불어 SK를 상대로 플레이오프 4연패를 끊어냈다. 지난해 6강 PO 3전 전패를 화끈하게 갚은 셈이다.
우선 라건아가 1쿼터부터 워니를 끈질기게 괴롭혔다. 여기에 이승현까지 가세해 워니에게 가는 패스를 차단하는 데 힘을 보탰다. 워니는 1쿼터에는 9점을 넣었지만, 쿼터가 진행될수록 계속 득점이 줄었다. 2쿼터와 3쿼터에 모두 10분 풀타임을 뛰면서도 득점은 각각 3점, 2점에 그쳤다. 워니의 득점이 이처럼 철저히 봉쇄되니 SK로서는 난국을 타개할 방법이 없었다.
동시에 KCC의 '이타적인 플레이'는 비교적 차분히 이어졌다. 시즌 후반 재미를 본 얼리 오펜스가 가동되면서, 프론트 라인에서부터 빠르게 공격 선택이 이어졌고 다양한 선수들이 득점을 터트렸다. 1쿼터에는 라건아에게 득점이 몰렸지만, 2쿼터부터 득점 루트가 넓게 퍼졌다. 전창진 감독은 2쿼터에 아예 라건아를 빼고 알리제 드숀 존슨을 투입하는 선택을 했는데, 결과적으로는 최고의 선택이었다. 라건아는 체력을 세이브했고, 존슨이 8점을 넣으며 상대 수비를 흔들었다. 여기에 최준용과 허웅까지 내외곽에서 득점에 가세했다. 송교창도 3점포를 터트렸다. 결국 KCC는 41-34로 전반을 리드했다.
3쿼터 초반 SK가 잠깐 반격의 기세를 높였다. 안영준의 3점슛에 이어 오세근, 김선형, 워니가 득점에 가세했다. 하지만 45-52로 쫓긴 3쿼터 3분35초를 남기고 허웅이 과감한 돌파로 2득점에 추가 자유투까지 넣으며 다시 45-55, 10점차를 만들었다. KCC는 이후 이호현의 연속 2득점에 라건아의 자유투 2개로 61-45로 리드를 벌린 채 3쿼터를 마쳤다.
3쿼터까지 KCC는 워니를 단 14득점으로 묶으면서 라건아(17점)와 허웅(13점), 송교창(10점) 등 3명의 두 자릿수 득점자를 배출했다. 전창진 감독의 플랜이 완벽하게 통했다는 증거다.
결국 KCC는 4쿼터에도 주도권을 내주지 않았다. 쿼터 초반 송교창과 허웅의 연속 3점포에 최준용의 2득점을 보태 5분49초를 남기고 드디어 69-49, 20점차 리드를 만들었다. 승리를 결정짓는 장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