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홍석으로선 입대 전 마지막으로 치르는 플레이오프다. 양홍석은 지난달 28일 발표된 2024년 국군체육특기병 합격 명단에 이름을 올려 오는 5월 20일 입대한다. 입대까지 약 한 달 남았다.
양홍석은 “주위에서 군대에 가면 (시간)금방 간다고 하는데 아직 실감나진 않는다. 자신만의 루틴을 만들어서 돌아올 수 있다는 말도 들었다. 일단 플레이오프에 집중하겠다. 우승하고 군대에 가고 싶다”라고 말했다.
얄궂은 운명을 마주할 수도 있는 양홍석, 허훈이다. 암흑기를 걷던 KT는 리빌딩을 단행, 2017 신인 드래프트에서 1~2순위를 독식했다. 이때 선발했던 선수가 허훈과 양홍석이다. 중앙대 재학 1년 만에 얼리엔트리로 참가, 2순위로 지명된 양홍석은 단상에서 “훈이 형, 준비됐나!?”라는 코멘트를 남기기도 했다. 당시 KT의 연고지, 자신이 중-고교 시절을 보낸 곳이 부산이라는 걸 감안해 남긴 재치 있는 한마디였다.
허훈, 양홍석은 KT에서 기대대로 성장했다. 허훈은 2019-2020시즌에 정규리그 MVP로 선정됐고, 양홍석은 베스트5에 2차례 이름을 올렸다. 오랜 암흑기를 마친 KT는 이들이 2년 차 시즌부터 함께한 4시즌 동안 3차례 플레이오프에 올랐다. 코로나19 여파로 플레이오프가 열리지 않았을 뿐, 2019-2020시즌 역시 조기 종료 시점 순위는 6위였다.
양홍석이 지난 시즌 종료 후 FA 자격을 취득, LG로 이적해 KT의 ‘원투펀치’로 꼽혔던 조합은 해체됐다. 이제 적이 되어 각각 소속 팀의 첫 챔피언결정전 우승에 도전한다. 일단 허훈은 6강을 통과해야 한다. KT의 6강 상대 팀인 울산 현대모비스 조동현 감독이 2017 신인 드래프트에서 허훈, 양홍석을 1~2순위로 선발한 사령탑이었다.
양홍석은 “오랫동안 있었던 팀이기 때문에 KT를 만나면 열정, 의지가 더 높아지긴 한다. 누가 올라오든 멋진 경기를 치러보겠다”라며 4강에 임하는 포부를 밝혔다.
허훈 역시 “(양)홍석이와 5년이라는 시간을 함께 했기 때문에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4강에)올라가면 재밌는 경기를 할 것 같다. 홍석이만큼은 잘 막아보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입대하면 가족들과 시간을 보낼 수 없다. 입대 전까지 많이 놀고, 술도 많이 마시고, 가족들과 좋은 시간도 보내길 바란다”라는 덕담도 남겼다.
허훈은 플레이오프에서 첫 시리즈를 따낸 경험이 없다. 2차례 6강 문턱을 넘지 못했고, 2021-2022시즌에는 4강에 직행하고도 안양 KGC(현 정관장)에 챔피언결정전 티켓을 넘겨줬다.
송영진 감독은 “징크스는 깨질 때가 됐다. 정규리그에서는 부상이 있었지만, 플레이오프에서 (화력을)터뜨리지 않을까 싶다. 훈이를 믿는다. 자신감 있게 임해 3승 또는 3승 1패를 만들어 줄 것”이라며 허훈에 대한 기대감을 표했다.
“입대 전까지 많이 놀고, 술도 많이 마시길”이라는 허훈의 코멘트에는 조상현 LG 감독이 응답했다. “챔피언결정전에 오른다면 시즌 끝난 후 내가 한 잔 사줄 생각이다.” 조상현 감독의 말이다.
LG는 어느 때보다 챔피언결정전에 대한 열망이 크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LG는 최근 진행된 EASL(동아시아 슈퍼리그) 파이널 포를 보며 큰 아쉬움을 삼켰다는 후문이다. 차기 시즌 EASL 출전권 역시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한 두 팀에게 주어진다.
KT의 미래로 꼽혔던 허훈과 양홍석의 맞대결일까, 2014-2015시즌 4강에서 5차전까지 가는 혈투를 벌였던 현대모비스와 LG가 치르는 9시즌 만의 맞대결일까. 4강 한 자리를 두고 맞붙는 KT와 현대모비스의 6강 1차전은 오는 5일 수원 KT 소닉붐 아레나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