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상의발리톡] 우리카드서 첫 챔프전 경험
베스트7에 선정되는 등 건재한 활약하현용(우리카드)이 19일 그랜드 하얏트 서울 호텔에서 열린 2020-21 도드람 V리그 시상식에서 베스트7 수상 소감을 밝히고 있다. (한국배구연맹 제공) 2021.4.19/뉴스1
(인천=뉴스1) 이재상 기자 =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은 자가 강한 법이다.
영화 '짝패'에 나오는 대사 중 하나다. 2005년 V리그 원년부터 뛰었던 센터 하현용(39·우리카드)에게 딱 맞는 말이다. 그는 코트 위에서 자신의 진가를 입증하며 '제2의 전성기'를 보내고 있다.
하현용은 한국 나이로 '불혹(不惑)'에 첫 챔피언결정전을 경험했다. 아쉽게 우승은 대한항공에 내줬지만 그는 '베스트7'에 뽑히며 실력을 입증했다. 조금은 늦은 나이에 생애 첫 '베스트7'에 선정된 하현용은 기쁨보다 '우승'에 대한 아쉬움을 이야기 했다.
최근 우리카드의 훈련장에서 만난 하현용은 한 달 간의 짧은 휴가를 마치고 다시 다가올 시즌을 향해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었다.
하현용은 "첫 챔프전에서 아쉽게 준우승을 했다"며 "지금까지 배구를 했던 날보다 앞으로 할 날이 적을 것이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은퇴하기 전까지 우리카드에서 꼭 우승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하현용은 2005년 V리그 원년 LG화재(현 KB손해보험)에 3라운드 1순위로 입단했다. 첫 해 신인상을 받았던 그는 지난 2018-19시즌을 앞두고 트레이드를 통해 우리카드로 이적했다.
결과적으로 우리카드는 그에게 기회의 땅이 됐다. 하현용은 "프로에 와서 우승에 대한 열망이 컸지만 잘 안 됐다"며 "스스로 터닝포인트를 만들고 싶었다. 우리카드에서 새로운 기회를 잡았다 생각했다"고 돌아봤다.
하현용은 2020-21시즌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36경기 전 게임을 소화하며 267득점, 공격성공률 58.28%를 기록했다. 블로킹 4위(세트당 0.579개), 속공 5위(58.56%) 등에 올랐다.
덕분에 그는 데뷔 16년 만에 생애 첫 베스트7에 뽑히는 감격을 누렸다.
하현용은 "어렸을 때는 상에 대한 욕심도 컸는데, 지금은 다르다"면서 "팀에 어떻게 하면 도움이 돌 수 있을지가 우선이다. 나이가 있다 보니 도태되지 않도록 계속 노력했던 것이 자연스럽게 개인 성적도 따라왔다"고 전했다.
14일 오후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남자부 '2020-2021 도드람 V-리그' 챔피언결정전 3차전 우리카드와 대한항공의 경기에서 우리카드 하현용이 공격을 펼치고 있다. 2021.4.14/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이어 "그 동안 많은 기회를 놓쳤지만,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다. 나뿐만 아니라 후배들도 계속 두드리다 보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현용은 데뷔 후 큰 부상 공백 없이 비교적 꾸준하게 코트에 나섰다. 철저한 몸 관리가 지금의 그를 있게 한 원동력이었다.
그는 "운이 좋았다"고 웃은 뒤 "누구나 크고 작은 부상을 달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경기 전 후에 웜업이나 보강 운동이 더 중요하다. 구단에서 치료도 잘 받았고, 관리를 잘 해주신 덕분에 잘 할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여전히 현역으로 건재한 하현용은 후배들을 향한 진심 어린 조언도 잊지 않았다.
그는 "팀에 들어와서 적응하지 못하고 쉽게 포기하거나, 큰 부상으로 배구를 못하는 후배들을 보면 많이 아쉽다"며 "프로는 항상 많은 노력을 해야 경기에 뛸 수 있다. 젊을 때 놀고 싶은 마음이 크겠지만 흐지부지 배구 생활을 마감하지 않기 위해서는 더 많은 땀을 흘려야 한다. 경쟁에도 더 적극적이어야 한다. 그래야 좋은 선수가 될 수 있을까 말까한 곳이 프로다"고 강조했다.
현재에 만족하지 않는 하현용은 '우승'이라는 목표를 향해 다시 신발 끈을 조이고 있다.
그는 "우리카드에서 처음 플레이오프를 가서 첫 승리를 했고, 첫 챔프전에 가서 2승을 했다"며 "이제는 우승만 남았다. 나중에 팬들에게 '우리카드의 첫 우승에 기여했던 선수'라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 우승을 위해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20일 충남 천안시 천안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0-2021V리그 우리카드와 현대캐피탈과의 경기에서 우리카드 하승우와 하현용이 공격하고 있다. (우리카드 배구단 제공) 2020.10.20/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