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릿 콜은 피츠버그 파이리츠 시절 5년간 평균자책점(ERA) 3.50을 기록한 평범한 투수였다. 2017년 ERA는 4점대였다.
그러나, 2018년 휴스턴 애스트로스 유니폼을 입고 2.88의 ERA를 찍고 15승(5패)을 챙겼다.
일약 특급 투수로 거듭난 것이다.
2019년에는 20승(4패)을 달성했다. ERA는 2.50이었다.
이에 당시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에 있던 트레버 바우어(현 LA 다저스)는 휴스턴 투수들이 이물질을 쓰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물질을 사용해 공의 회전수를 늘렸다는 것이다.
이물질을 사용하면 공의 속도와 움직임, 회전력을 높일 수 있다.
그러나, MLB 사무국은 이를 묵살했다.
바우어의 의혹 제기에도 불구하고 뉴욕 양키스는 콜과 9년 3억2400만 달러라는 천문학적 총액으로 계약했다.
양키스에서도 콜의 성적은 빼어났다. 60경기 체제로 진행된 2020시즌 초반 다소 부진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위력을 발휘해 7승(3패)을 올렸다. ERA는 2.84였다.
올 시즌 콜은 강력한 사이영상 후보에 오를 정도로 초반부터 위력적인 투구 내용을 보였다.
그랬던 콜이 갑자기 난조를 보였다.
4일(이하 한국시간) 탬파베이와의 홈경기에서 5이닝 동안 홈런 하나를 포함해 5피안타 2볼넷 5실점했다.
천하의 콜이라 해도 가끔씩은 부진할 때가 있다. 올 시즌 내내 잘 던지던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도 5일 휴스턴과의 경기에서 7실점하며 난타당했다.
문제는, 투구 내용이 아니라, 그가 던진 공의 회전수였다.
‘베이스볼 서번트’에 따르면, 올 시즌 콜의 포심패스트볼 회전수는 2561회였다. 그러나 이날은 2436회였다. 125회나 줄어든 것이다. 다른 구종의 회전수도 현저히 줄었다.
공교롭게도, 이날 MLB 사무국은 이물질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경고했다.
‘오비이락’일까?
사무국의 경고가 있은 날 콜의 공 회전수가 현저히 줄어들었다.
그러자, 일각에서는 콜이 사무국의 경고 영향으로 이물질을 쓰지 않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물질 사용 의혹을 받고 있는 선수는 콜 뿐만이 아니다.
휴스턴의 저스틴 벌랜더 역시 이물질 사용 의혹에 휩싸인 선수 중 한 명이다.
아이러니하게도, 투수들의 이물질 사용 의혹을 제기했던 바우어 역시 이물질 사용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바우어는 2019년 클리블랜드에서 ERA 3.79를 기록하다 신시내티 레즈로 트레이드됐다. 신시내티에서는 ERA 6.39로 더 나빠졌다.
그러나, 2020시즌 급반전했다.
5승 4패에 불과했으나 ERA는 1.73으로 사이영상까지 수상했다.
이유는 급격히 빨라진 그의 공 회전수였다는 분석이 많았다.
휴스턴 투수들의 이물질 사용 의혹을 제기했던 당시 바우어는 이물질을 사용하면 공의 회전 수를 300개나 늘릴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 역시 이물질 사용 의혹을 받고 있는 이유다.
MLB 사무국이 이제 와서 이물질 시용에 대한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겠다고 나선 배경에는 역시 ‘돈’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코로나19 사태로 막대한 재정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상황에서 올 시즌 메이저리그의 ‘투구타저’ 현상이 심화돼 야구 경기의 재미가 반감되자 그 책임을 투수들의 이물질 사용으로 돌린 것이다.
실제로, 올 시즌에는 유난히 노히트 경기가 많아졌다. 벌써 6차례나 노히트 경기가 나왔다.
타자들의 타율도 더 떨어졌다.
관중들의 투수전보다는 시원한 타격전을 더 선호한다.
결국, 관중 수입을 더 올리기 위해 사무국과 구단주들이 투수들의 이물질 사용에 철퇴를 가하게 된 것이다.
사무국의 ‘엄포’에 콜과 바우어 등 특급 투수들이 어떤 성적을 올릴지에 메이저리그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