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샌디에이고)는 올 시즌 리그의 흥행을 주도하는 슈퍼스타로 거듭났다. 뛰어난 기량은 물론, 화려한 쇼맨십으로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러나 몸까지 탄탄하지는 못한 게 흠이다. 왼 어깨가 고질병이다. 수비를 하다, 타격을 하다, 슬라이딩을 하다 자꾸 왼 어깨를 다친다. 타격폼까지 고쳐봤지만 이번에는 주루 플레이 도중 다쳤다. 어깨 부상으로 부상자 명단에 간 게 올 시즌에만 벌써 두 번째다.
현지에서는 큰 부상은 아니라 열흘 정도 회복을 하면 돌아올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다만 재발 가능성이 높다는 게 문제다. 미 스포츠전문매체 ‘디 애슬레틱’의 샌디에이고 담당기자 데니스 린은 타티스 주니어가 올 시즌에만 5차례 크고 작은 어깨 부상이 있었다고 전했다. 또한 이제는 시즌 막판에 접어드는 시기다. 추가적인 부상이 팀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셈이다.
당장 일주일 정도는 타티스 주니어 없이 싸워야 하는 샌디에이고다. ‘1순위’ 대안은 역시 김하성(26)이다. 김하성은 타티스 주니어가 올해 어깨와 코로나19 문제로 부상자 명단에 갔을 때 그 빈자리에 들어갔다. 적어도 수비와 주루에서는 좋은 활약을 했다. 문제는 타격인데, 현지 언론의 시선도 크게 다르지 않다.
미 통계전문사이트 ‘팬그래프’는 5일(한국시간) 김하성에 대해 “그동안 타티스 주니어를 대신했던 선수”라고 소개하면서 “김하성은 지금까지 묘기 수준의 수비를 몇몇 선보였다”고 했다.
‘팬그래프’는 김하성이 유격수로 뛴 220이닝에서 DRS(수비로 실점을 얼마나 방지했는지를 환산한 지표) +7을 기록하고 있다고 호평했다. 이는 리그에서도 가장 높은 수준의 수치이자, 오히려 타티스 주니어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적어도 유격수 수비에서는 걱정할 것이 없다.
그러나 공격은 물음표로 봤다. ‘팬그래프’는 “김하성은 첫 230타석에서 고작 타율 0.216, 출루율 0.275, 장타율 0.370을 기록했다. 조정공격생산력(wRC+)은 76에 그쳤다”면서 “이는 파드리스가 4년 2800만 달러에 계약을 맺었을 당시 김하성이 제공하기 바랐던 것과는 전혀 다르다”고 역시 공격력 부족을 짚었다.
‘팬그래프’는 현재 샌디에이고의 라인업에서 1루수와 포수 포지션이 리그 평균 이하의 공격력을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리그 평균보다 공격력이 떨어지는 김하성이 주전 유격수로 들어가면 공격 부문에서 추가적인 구멍이 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타티스 주니어가 장기간 결장할 경우 파드리스는 수비를 희생하더라도 피츠버그로부터 영입한 애덤 프레이저와 제이크 크로넨워스의 활용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프레이저가 2루, 크로넨워스가 유격수에 자리를 잡는 그림이다.
이 경우 김하성에 비해 유격수 수비는 떨어지겠지만, 적어도 공격력에서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실제 샌디에이고는 타티스 주니어의 부상 이후 첫 경기에서 크로넨워스를 선발 유격수로 쓴 기억이 있다. 5일 오클랜드전 선발 유격수로 크로넨워스였다. 적어도 현재까지는 유격수 수비에서 큰 문제를 일으키기는 않았다. 1루수 에릭 호스머의 타격감이 상승세라 크로넨워스를 유격수로 쓸 수 있는 여유도 생겼다.
다만 김하성이 현재 타율에 머무는 것은 들쭉날쭉한 출전 시간과도 연관이 있다는 평가다. 물론 자신의 능력을 다 보여주지 못한 것도 있지만, 타티스 주니어의 결장 기간 동안 꾸준히 출전한다면 지금보다는 나은 활약을 보여줄 가능성도 충분하다. 폭발적이지 않을 뿐 선발 출전 경기에서는 꾸준히 안타가 나오는 김하성이다. 위기이자, 기회가 되는 지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