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풍운아' 강수일(34·안산 그리너스)이 6년 만에 골맛을 봤다. 그는 득점 직후 고개를 숙였다. 그동안의 잘못을 뉘우친 '사죄 세리머니'였다.
김길식 감독이 이끄는 안산 그리너스는 30일 안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FC안양과의 '하나원큐 K리그2 2021' 원정경기에서 1대1 무승부를 기록했다.
사뭇 다른 분위기의 두 팀이었다. '홈팀' 안양은 최근 4경기 무패(3승1무) 중이었다. 이날 승리 시 김천상무(승점 48)를 제치고 단독 선두로 뛰어오를 수 있는 상황. 이에 맞서는 안산은 지난 7월12일 경남FC전 이후 6경기 연속 승리가 없는 상태. 다만, 안산은 올 시즌 안양을 상대로 2승을 챙겼다.
킥오프. 안양이 안산을 상대로 매서운 공격력을 선보였다. 경기 초반부터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안산은 상대의 공격을 막아내기 급급했다. 안산은 후반 34분까지는 잘 막아냈다. 하지만 후반 35분 끝내 득점을 허용했다. 코너킥 상황에서 안양의 주포 조나탄에게 실점한 것.
흔들리되 무너지지 않았다. 위기의 순간 강수일의 발끝이 빛났다. 후반 12분 두아르테 대신 그라운드를 밟은 강수일은 상대의 허를 찌르는 플레이로 득점을 완성했다. 그는 롱킥으로 안양의 골망을 흔들었다. 득점 직후. 강수일은 관중석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이유가 있다. 강수일은 2010년 인천 유나이티드 시절 음주폭행 사건에 휘말려 임의탈퇴 징계를 받았다. 2011년 임의탈퇴 해제 후 제주 유나이티드로 이적했다. 맹활약을 펼치며 2015년 6월 생애 첫 태극마크를 달았다. 하지만 A매치 직전 도핑테스트 양성반응으로 인해 추락했다. K리그 15경기 출전정지 처분과 함께 자격정지 2년 징계를 받았다. 설상가상으로 징계기간 중 음주운전이 적발됐다. 결국 제주 구단이 임의탈퇴를 결정했다. 이후 강수일은 일본, 태국에서 선수생활을 이어왔다.
강수을인 다시 한 번 K리그의 문을 두드렸다. 올해 초부터 K리그1(1부 리그) 광주, 강원 등의 문을 두드려왔다. 그러나 여론의 반대에 부딪혀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를 품은 것은 '다문화구단' 안산. 다만, 그는 안산 합류 뒤에도 음주운전으로 인한 500만원 벌금과 10경기 출전정지 징계가 이행되지 않은 채 한국을 떠난 탓에 10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가까스로 그라운드에 복귀한 강수일. 그는 코뼈 골절에도 뛰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는 등 부활을 노렸다. 그리고 2021년 8월30일. 강수일은 안양을 상대로 6년 만에 득점포를 가동했다. 그의 마지막 득점은 제주 시절이던 2015년 5월 기록한 것이었다. 값진 득점을 기록한 강수일은 가장 먼저 팬들에게 고개를 숙이며 사죄했다. 팀은 1대1 무승부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