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생애 첫 홈런왕 등극을 노리는 '이도류' 오타니 쇼헤이(27·LA 에인절스)가 뜻밖의 암초를 만났다.
원래 오타니와 홈런왕 경쟁을 펼치던 선수는 또 하나의 '천재타자'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22·토론토 블루제이스)였는데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요즘 '비디오게임'처럼 야구를 하는 선수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오타니가 '만화' 같은 야구를 보여주는 것처럼.
1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캔자스시티 로열스의 안방을 지키고 있는 살바도르 페레즈(31)가 그 주인공이다. 페레즈의 올해 활약은 놀라움 그 자체다. 매년 20홈런 이상을 칠 수 있는 타자인 것은 맞지만 한번도 30홈런을 돌파한 적이 없었던 그가 올해는 벌써 홈런 38개를 터뜨리고 있는 것이다.
어느덧 아메리칸리그 홈런 2위까지 치고 오른 페레즈는 이제 오타니를 위협할 수 있는 존재로 급부상했다.
페레즈는 30일(한국시각) 시애틀 매리너스전에서 시즌 38호 홈런을 터뜨렸다. 1985년 칼튼 피스크가 세운 37홈런을 제치고 역대 아메리칸리그 포수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을 갈아치웠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그가 5경기 연속 홈런 행진을 펼치고 있다는 점이다. 8월에만 홈런 12개를 기록하는 괴력을 보여줬다. 41홈런을 기록 중인 오타니에 불과 3개차로 따라 붙었다.
이날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MLB.com)는 페레즈의 5경기 연속 홈런 소식을 전하면서 "페레즈는 마치 비디오게임과 같다"라며 "페레즈가 홈런을 치지 않았다면 뉴스거리가 됐을 것"이라고 요즘 페레즈의 놀라운 활약이 이어지고 있음을 조명했다.
사실 페레즈의 커리어만 놓고 보면 홈런왕과 거리가 아주 멀다. 2012년부터 매년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하고 있지만 올 시즌 전까지 커리어 최다 기록이 2017~2018년에 기록한 27개였고 메이저리그 통산 홈런 기록도 190개로 거포 이미지와는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페레즈의 홈런쇼가 더욱 극적으로 다가온다.
오타니가 6월에만 홈런 13개를 몰아친 것처럼 페레즈도 8월에 강력한 몰아치기로 홈런왕 경쟁의 새로운 주자로 떠올랐다. 과연 이들의 홈런왕 경쟁이 어떤 결말을 낳을지 벌써부터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