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중계방송 화면에 ‘토성’이 나타났다. 캐스터도 해설자도 긴가민가했지만 알고 보니 토성이 맞았다. 토성의 위치와 좋은 날씨, 카메라 성능과 카메라맨의 기술이 한데 만나 야구 중계 사상 보기 드문 ‘토성관측’이 가능했다.
“진짜 토성이죠?” “설마 토성이겠습니까.”8월 29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삼성과 KT의 경기. 8회말 KT 공격을 앞두고 밤하늘을 비춘 중계방송 화면에 고리 모양이 달린 미확인 물체가 포착됐다.진행을 맡은 정병문 MBC 스포츠플러스 캐스터는 “구름이 걷히고 맑은 밤하늘에 저렇게 토성까지 선명하게 잡혔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심재학 해설위원이 “토성이죠?”라고 확인하자, 정 캐스터는 잠시 망설이다 “설마 토성이겠습니까”라면서 웃어넘겼다.그러나 확인 결과, 정 캐스터의 처음 짐작이 맞았다. 화면에 잡힌 천체는 토성으로 확인됐다. 지구에서 12억 8,058만km 거리에 위치해 화성, 목성보다도 먼 곳에 있는 행성이 어떻게 야구 중계방송 카메라에 찍힐 수 있었을까. 여기엔 여러 복합적인 우연과 원인이 작용했다.우선 이날은 토성이 지구에서 관측하기 가장 좋은 위치에 있었다. 태양-지구-다른 행성이 일직선으로 놓여 지구에서 볼 때 가장 크고 밝게 보이는 ‘충(衝)’에 토성이 자리했다. 마침 날씨도 좋았다. MBC 스포츠플러스 한 카메라 감독은 “당일 날씨가 워낙 좋아 미세먼지나 안개 없이 하늘이 깨끗했다. 덕분에 토성이 더 잘 보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최고 사양의 중계카메라 성능도 한몫했다. 이석재 MBC 스포츠플러스 부국장은 “카메라 렌즈 배율이 높아서 가능한 장면이다. 중계카메라가 거의 아마추어 동호회에서 쓰는 천체망원경 수준의 성능을 자랑한다”라면서 “최근에는 잘만 잡으면 달의 울퉁불퉁한 표면까지도 다 보인다”라고 했다.한 카메라 감독은 “타자를 촬영할 때 쓰는 스탠다드 카메라 성능이 크게 좋아졌다. 최근엔 스테빌라이저(흔들림 방지) 기능이 뛰어나 멀리 있는 피사체를 최대한 당겨서 찍어도 화면에 떨림이 덜하고, 상당 시간 촬영할 수 있다”고 했다.여기에 또 하나. 카메라 담당자의 기술도 비결이다. 이석재 부국장은 “카메라맨이 센스 있게 하늘을 잘 포착했고, 화면에 잘 보이게끔 조정했다. 그림을 본 부조에서 토성처럼 보인다는 의견이 있어서 화면에 띄웠는데 실제로 토성이 맞았다”라며 껄껄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