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후반 31분 동점골을 허용한 축구대표팀.테헤란 |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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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정다워기자] 경기력은 전체적으로 안정감을 찾았지만 보완할 점은 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12일 이란 테헤란의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열린 이란과의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4차전서 1-1 무승부를 거뒀다. 시리아전 승리에 이어 1승1무로 10월 2연전을 마감했다. 한국은 2승2무 승점 8로 이란(10점)에 이어 2위를 지켰다. 3위 레바논(5점)에 3점 앞서면서 월드컵 10회 연속 진출을 향해 순항하고 있다.
한국은 전통적으로 이란에 약했다. 역대 전적에서 9승9무13패로 뒤진다. 테헤란 원정에서는 앞선 7경기서 2무5패로 승리가 아예 없었다. 해발 1200미터 고지대 영향으로 늘 어려운 경기를 했다. 이날도 힘겨운 승부가 예상됐다.
우려했던 것보다는 경기력이 괜찮았다. 벤투 감독은 지난 시리아전과 달리 4-1-4-1 포메이션을 활용했다. 활동량이 많고 운영 능력이 좋은 이재성을 2선 중앙에 황인범과 함께 배치해 허리 싸움에 무게를 둔 점이 눈에 띄었다. 전술 변화는 적중했다. 벤투 감독이 추구하는 짧은 패스를 통한 공격 전개가 전체적으로 원활하게 이뤄졌다. 첫 골도 후반 3분 이재성의 발 끝에서 나왔다. 이재성의 절묘한 침투 패스를 손흥민이 받아 마무리하며 기선을 제압했다. 아자디 원정에서 마침내 첫 승리를 가져오는 것처럼 보였다.
문제는 이란이 총공세를 펼치며 경기의 주도권을 빼앗겼을 때의 대처였다. 이재성의 기동력이 떨어지고 최전방에서 황의조, 측면에서 황희찬의 존재감이 희미해지는 상황에서도 벤투 감독은 큰 변화를 주지 않았다. 후반 25분 홍철을 빼고 김진수를 투입하며 왼쪽 수비를 강화한 게 전부였다. 결국 수세에 몰린 한국은 역습 한 방에 무너지며 후반 31분 동점골을 허용했다. 벤투 감독은 실점 후 나상호와 이동경을 투입하며 공격 카드를 바꿨지만 경기를 뒤집기엔 너무 늦은 선택이었다.
지난 시리아전에서도 비슷한 양상이었다. 후반 초반 황인범의 선제골로 리드를 잡았지만 이후에는 경기력이 떨어졌다. 전반전에 구사했던 패스 플레이, 특히 위험 지역에서의 섬세한 플레이가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동점골을 내주면서 위기에 몰렸다. 이란전과 거의 흡사한 흐름이었다. 지난 9월에도 유사했다. 전반적으로 우수한 경기력을 유지하면서도 후반 중반이 되면 흐름이 뚝 떨어지는 모습을 반복하고 있다. 바꿔 말하면 적절한 교체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벤투 감독은 최종예선 들어 경기의 판은 잘 짜고 있다. 하지만 경기의 흐름, 상황에 따른 임기응변은 제대로 하지 못하는 약점을 노출하고 있다. 감독은 큰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지만 경기 도중 빠른 판단을 통해 경기력을 개선해야 하는 임무도 담당한다. 이 점만 나아진다면 남은 경기들에서는 더 나은 경기력과 결과를 수확할 것으로 보인다.